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71.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28)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공유주방 지원 식위법 개정 추진 ‘환영’
합리적 식품 기준 및 규격 설정 ‘기대’

[식품저널] 최근 공유주방 사업을 위해 식품위생법을 개정하고, 기능성 표시 규제 완화에 합의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서 안전은 지키되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이 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규제기관으로서 수십 년을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다가 이처럼 급격하게 탈바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다. 그동안 식약처에 누구보다 강한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100가지 업무 중에 99가지를 잘 해왔지만 완벽을 기하기 위해 마지막 하나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해 온 사람으로서 더욱 기대가 크다.

현실적으로 식약처에서 식품위생법이나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개정하는 일은 국회 동의를 얻어 추진하거나 국회 자체의 권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보다는 식약처에서 개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고시, 예규와 같은 행정규칙을 통해 실질적으로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이런 행정규칙 중에서 산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이다. 실제로 식약처에서 식품의 유형을 변경하거나 식품 정의만 바꾸어도 관련 업종에 있는 수많은 회사가 폐업할 수도 있다. 그만큼 영업자들은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실제로 이런 이유로 과학적으로 불필요한 기준 및 규격이 있어도 쉽게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식약처의 변화된 모습대로라면 이번 기회에 합리적인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설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도록 만든다.

특히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으면서 자가품질검사에서 빈번하게 부적합이 발생하고 있는 벤조피렌[Benzo(a)pyrene]과 산분해간장이나 혼합간장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3-MCPD(3-Monochloropropane-1,2-diol) 문제가 있다. 우선 벤조피렌은 참기름을 비롯한 각종 식용유지 제조과정에서 생성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식약처도 인식하고, 현재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식품의 유형별로 명확하게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기준을 정할 때 제외국의 기준과 국내 식품 섭취량을 조사하고, 안전성 실험 등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의 경우 실제로 평생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섭취하더라도 신체에 아무런 위해가 없다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정한 것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삼겹살 등 고기를 구울 때에도 벤조피렌이 많이 생성되는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예를 들어 식품제조ㆍ가공영업을 등록한 회사가 제조한 참기름 등 식용유지는 엄격한 관리를 통해 벤조피렌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심하지만, 실제 가정에서 참깨를 사다가 개인적으로 참기름을 만드는 경우에는 오히려 이런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공장에서 제조된 참기름 등 식용유지가 가공된 것이어서 무조건 인체에 해롭다는 등의 주장은 과학적이지 못하다.

같은 이유로 산분해간장이나 혼합간장에서 검출되는 3-MCPD 때문에 양조간장만을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너무 비현실적이다. 이미 우리는 제조ㆍ가공을 통해 생산된 식품 없이 자체적인 경작을 통해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심지어 김치마저도 집에서 직접 대량으로 담그는 것보다 소량 구매를 통해 항상 신선하고 안전하게 제조된 것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미 오래됐다.

사실 소비자들이 이렇게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우선 식품기업 스스로에게 있다. 과거 난무했던 저질 식품으로 인해 여전히 불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있으며, 과도한 무첨가 마케팅 등도 큰 문제다. 그리고 식품안전을 총괄하는 식약처 역시 지속적으로 홍보나 교육을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서 잘못 전달되는 정보를 수정해 전파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보다 과학적 근거에 충실한 사실적 보도를 위해 노력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건전한 정보가 넘치는 식품산업과 소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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