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10)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식품저널] 한 가정을 이끌고, 중심역할을 해왔던 가부장 제도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한 가족 내에서도 노인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늙음은 내 잘못이 아니고 세월이 나에게 준 덤이며,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인데, 노인의 대우가 이 사회의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이 먹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만 젊은이들과 노년층 사이의 생각 차는 상당히 크다고 느낀다. 우선 자기 부모를 모시겠다는 자녀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모든 것이 우리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우선이 된 사회가 되었다. 이런 풍토에서 노인은 스스로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립할 능력이 불가능한 순간에 사회에서 밀려나고, 초라하고 불쌍한 황혼기에 접어든다. 노인에 대한 편견을 넘어 혐오현상도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서구 유럽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40~115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단 17년이 걸렸고, 더 우려할 만한 일은 7~8년 후면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가 20%가 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이에 더하여 2020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한해 20만 명씩 감소한다는 통계다. 이런 현상은 급격히 심해지는 저출산과 평균수명의 연장이 주원인이다.

노인 인구가 이렇게 급격히 증가하다 보니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노인 문제는 지금 닥치고 있는 청년 일자리 감소와 함께 경제적인 문제와 의료비 등에서 어려운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가발전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나 노인 빈곤층 증가는 사회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노동력이 없어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으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노인에 대해서는 당연히 정부가 보살펴야 한다. 그들이 젊었을 때 국가에 기여한 공로로 보상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육체적인 건강 개선으로 현재 노인들은 과거 같은 연령대보다 5~10년, 개인에 따라서는 이보다 더 젊고 건강하다. 건강에 곁들여 경험과 지혜가 겸비되어 있으니 이들을 사회에서 나이로 구분해 격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근래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국가 노동력의 부족을 메우는 유일한 수단으로 건강한 노령층을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무려 126조 원의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 성과는 보기에도 초라하다. 이 출산 장려 계획에 노령화 추세의 노인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이 병행되어야 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노인 대책을 별도로 세워 나이에 비례하지 않는 육체적 능력과 전문화된 지식 그리고 연륜에 따른 지혜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노인은 기피의 대상이나 뒷방에 밀쳐 놓아야 하는 잉여 인간이 아니다. 더욱 시혜의 성격으로 노인을 돌본다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이 나라 경제 발전에 오랫동안 온 힘을 다한 역군들이고, 누구보다도 나라를 사랑하는 계층이다. 노인 중 많은 사람이 일하고 싶고, 일을 통해 존재하는 의미를 찾고자 한다.

노인들의 생각은 아파서 10년을 지내는 것보다 일 없이 지내는 시간이 더욱 지옥 같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내놓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일본이 좋은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우리도 경제활동 나이를 높여야 한다. 늙었으니 쉬어야 한다는 안일한 생각은 노인을 공경하고 모시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명예롭게 마지막까지 사회에 봉사하면서 품위 있게 생을 마감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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