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9) 나라를 망치는 신경제 오적이 다시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식품저널] 중명전(重明殿)은 덕수궁 돌담길 밖 왼편에 있는 비운의 역사 현장이다. 이곳은 1905년 11월 17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일본군에 둘러싸여 을사늑약이 체결된 장소이다. 실낱같이 남아있던 대한제국의 운명이 생명을 다하는 순간을 간직한, 가슴 아픈 광경이 재현되어 보는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이토 히로부미 주관으로 불법적인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한 조선과 일본 당사자들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이 조약에 동의한 대한제국의 대신들을 지금은 을사늑약 오적으로 역사에 기록으로 남아있다. 한일합방을 인정한 주역인 이들 오적은 일제 통치 기간 동안 조선총독부에서 요직을 거쳤고, 살아있는 동안 꾸준히 살해 위협을 받긴 했으나 천수를 다한 것으로 안다.

을사늑약은 조약으로서 조건은 갖추지 못했다고 하나 이 조약으로 500년을 이어왔던 조선왕조의 막이 내리고, 이어진 한일합방으로 36년의 일제 통치가 시작되었다. 한민족 반만년의 역사상 최초로 국권을 완전히 상실하고, 송두리째 나라를 잃은 치욕을 겪은 시발점이 되었다.

이완용을 비롯한 매국노들은 고종황제가 신임하여 임명한 대신들이며, 이들은 이 나라를 잘 관리하도록 큰 직책을 맡겼는데, 그 중임을 맡은 자들이 결국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섰다. 그 후 영달을 누리다가 생을 마감했으니, 우리 후손은 이런 역사적 사실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낄 수 있겠는가?

물론 불법 을사늑약에 대하여 참정대신 한규설과 탁지부대신 민영기는 조약 체결을 반대하였고, 기울어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애국지사들도 있었으나, 중과부적으로 쓰러지는 나라를 구하지는 못하였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운명은 외세보다는 내부 갈등과 반목 그리고 국민이 나라보다는 개인의 이익과 영달만을 생각할 때 국가의 붕괴는 가속되고, 특히 지도급에 있는 사람들의 처신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잘 알려진 세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 시대에도 국가지도자들이 인기영합주의나 개인 보신이 처신의 기준이 될 때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혼란과 기아 그리고 참혹한 가난에 내몰고 있는 현상을 이 순간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고 있다. 그리스가 그렇고, 남미 상당수 나라가 대혼란을 겪고 있다. 시리아와 멕시코 난민은 자기 조국을 등지고 이웃 나라로 탈출하는,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나라의 역사를 보면 찬란한 과거가 있었으나 어느 시기, 한 집권자의 일탈이 온 국민에게 처참한 현실을 안겨주었다.

21세기 들어 한 나라를 다른 나라가 침략하여 국권과 영토를 빼앗아 가지는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 국가권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경제력을 잃고 외국의 영향 아래 들었을 때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의 공권력이 자기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6ㆍ25 동란을 거친 후 세계 최빈국에서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교역국에 드는 기적 같은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자랑스러운 민족임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이 기적이 흔들리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간디가 말한 7가지 악덕이 있다. 철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경제, 노동 없는 부,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윤리성 없는 쾌락, 헌신 없는 종교. 우리는 이런 우를 범하고 있는 현상을 여러 곳에서 보고 있다. 남을 탓하기보다 우리 모두가 나를 둘러볼 때이다. 지금까지 온 국민이 혼신의 노력으로 이룩한 잘 살게 된 이 나라를 망치는 신경제 오적이 다시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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