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69.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26)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식품저널]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하지 않은 행동이나 상황을 증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피의자에게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수사기관의 요구, 채권자가 알고 있는 채무자의 유일 재산에 가압류를 신청했는데 그 재산이 유일 재산이고 다른 재산이 없음을 증명하라는 법원의 요청 등이 그렇다.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식품분야에서 이와 유사한 종류의 것이 바로 천연유래 식품첨가물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천연유래 식품첨가물 신청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변경하기도 했다. 천연유래 식품첨가물에 대해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는 일반원칙처럼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어떤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식품첨가물이 그 식품첨가물을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부터 유래된 것이라면, 원료로부터 이행된 범위 안에서 식품첨가물 사용기준의 제한을 받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한다. 즉, 원료로부터 유래된 식품첨가물의 경우 검출량에 상관없이 사용이 금지된 것이라 할지라도,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제한 받지 않고, 이에 따라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천연유래 식품첨가물이란 식품의 제조ㆍ가공 공정 중에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식품첨가물이 식품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 보존료 성분인 안식향산이 천연으로 함유돼 있어 이러한 원료를 사용해 제조ㆍ가공한 과채음료, 잼류, 빵류 등에 원료로부터 안식향산이 유래되어 최종식품에서 함유된 경우를 말한다.

이런 종류의 첨가물은 다양한 미생물의 발효, 숙성 공정에서 생성돼 프로피온산, 식물체에서 중간 대사산물로 생성된다고 알려진 안식향산, 황화합물들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많은 식물류에 존재하는 아황산염, 토장, 물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미생물에 의한 질소고정작용에 의해 천연적으로 생성되는 아질산염 등이 있다. 실제로 이미 수십여 종 이상의 식품에서 천연유래 식품첨가물이 인정됐고, 식약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 통합 포털사이트에 게재돼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천연유래 식품첨가물이 큰 의미가 없지만, 영업자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불의타가 될 수 있다. 특히 수입식품판매업 영업자나 수입원료를 사용하는 식품제조ㆍ가공영업자는 검사과정에서 부적합 판정과 함께 사용금지 식품첨가물이 검출됨으로 인해 영업정지 1개월 이상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아야만 한다. 실무적으로 검출된 식품첨가물의 양으로는 보존료의 본래 목적으로 사용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입증되더라도, 일선 공무원의 경우 식약처로부터 천연유래 식품첨가물임을 인정받기 전에는 이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천연유래 식품첨가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관련 식품에서 해당 식품첨가물이 생성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문헌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자체 실험을 통해 입증해야 하는데 쉬운 작업이 아니다. 게다가 쌀이나 동물 창자 등 다수 국가에서 소비되지 않고, 국내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만 식재료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자료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처가 매년 많은 예산을 투입해 천연유래 식품첨가물이 생성되는 식품을 찾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결국 복불복처럼 운 없이 걸리는 영업자만 자신이 의도적으로 혼입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 당사자로서는 큰 벽 앞에 선 것처럼 막막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식품안전을 관리하는 행정기관의 입장에서는 엄격한 관리가 우선이므로 너무 느슨하게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허용되지 않은 식품첨가물 자체보다 검출량으로 위법성과 처벌 수준을 판단한다면 불필요한 소송과 소비자의 불안을 다소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물질도 일정 수준 허용하는 상황에서 섭취가 가능한 식품첨가물이 미량 나온 것으로 과도한 행정처분을 자동적으로 부과하는 관행은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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