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일 식품저널 발행인 “식품연, 막걸리 ‘장 건강’ 발표는 논리 비약” 영상 보기

[식품저널] “이번 설날엔 막걸리를 먹을까?…‘누룩 막걸리’ 장 건강 개선 효과 ‘탁월’”(경향신문), “막걸리 장 기능 개선 효능 과학적으로 입증”(연합뉴스), “한국식품연구원 ‘누룩막걸리, 장 기능 개선 효능’”(뉴스1), “막걸리로 장 건강 돕는다”(전자신문), “식품연 ‘누룩막걸리, 장 건강 개선에 효과적’”(아시아경제), “전통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 장 기능 개선 효능 확인”(이데일리)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기사 제목입니다. 막걸리를 마시면서 부작용 없이 장 건강을 챙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주당들에게 엄청 반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술을 이기는 장사는 없습니다.

최근 막걸리의 장 건강 관련 보도들이 나오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설날을 며칠 앞둔 1월 말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이 막걸리로 장 건강 챙기라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식품연의 발표자료는 <막걸리로 장 건강 챙기세요_한국술 막걸리에 의한 장 기능 개선 효능 밝혀져...>라는 제목을 달아 마치 모든 막걸리가 인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 근거는 인체적용시험 결과도 아닌, 5일간 생쥐 실험한 결과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연구자는 시판막걸리 19종 중 1종, 식품연에서 보유한 전통누룩 막걸리 46종 중 2종에서 효능을 확인했음에도, 박동준 한국식품연구원장은 마치 시판되는 아무 막걸리를 마시면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처럼 일반화 하고 과장된 의견을 달고 있습니다.

박 원장은 “우리 고유의 술인 막걸리가 장내미생물 균총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으며,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검증했다”며,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지만, 소량의 음주일 경우 막걸리 섭취가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동물실험 결과가 사림에게까지 바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두루뭉술한 코멘트입니다.

식품전문가들은 식품연 발표내용에 이례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원로학자인 신동화 전북대 교수는 “생쥐를 대상으로 단기 실험한 결과를 가지고 인체에 적용해서 막걸리를 먹으라고 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며, 사람에 대한 효능은 인체적용시험을 거쳐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 교수는 “특정성분이 인체에서 효능을 발휘하려면 먹는 양과 먹는 기간이 중요하다”며, “장내미생물 균총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막걸리를 매일 먹는다고 해서 장내 균총이 바뀌기는 어렵다”고 자적했습니다.

SNS에서도 식품전문가들 사이에 “알코올 마시며 장 건강 찾으라는 발상…과학도 아니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막걸리 연구자는 식품저널 기자와 통화에서 “발표자료를 작성하면서 조심스러웠다”며, “파급효과가 있고, ‘쉽게 와 닿게 써 달라’는 요청에 따라 쓰다 보니 과도하게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발표과정에서 부담이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식품연은 연구결과를 확대 해석해 부풀린다는 의혹이 일지 않도록 과학적 연구결과를 정확하게 말해야 할 것입니다. 기초연구를 입맛대로 과대 포장해 발표한다면 식품연 신뢰에도 큰 타격을 줄 것입니다.

식품연의 이번 막걸리 연구결과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한적인 연구결과를 어떤 의도를 가지고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최대 식품연구기관의 발표는 국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품연은 이번 발표 중 국민을 오도할 우려가 있는 내용은 없는 지 검토하여 무리한 점이 있다면 정정 발표를 해 연구기관에 대한 신뢰를 주길 기대해봅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