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6)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식품저널] 이 사회에서 가장 바쁠 것으로 생각되는 대통령이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어찌 보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회현상의 가장 두드러진 한 면을 보여주나 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혼자 밥 먹는 것을 꺼려 왔고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밥을 같이 먹는 끼니는 그 역사가 수백만 년으로 올라가는데, 함께하는 식사의 중요성은 먹는 상대와 여러 사회적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시대 감각에 뒤떨어진 부류로 몰리는 분위기가 되고 있으며, 이제 어색하지 않게 혼밥이 일상생활로 들어왔다.

혼밥이 일상화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구 1인 자녀로 너와 내가 같이 생활하는 기회가 없어 혼자 하는 것이 습관화되었고, 모든 일상생활 자체가 더불어 같이 해야 할 일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아침부터 부모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자기가 가야 할 학원에 혼자 가고, 거기서 학교로 가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 하는 휴대폰 게임이나 나만의 공부를 하다 보면 옆에 누가 있는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여 성인이 된 후에도 혼자 하는 일에 더욱 익숙하고 다른 사람과 협동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 이런 혼자의 습성이 이어져 밥 먹는 것까지도 연장되어 자연스레 고착된 결과가 아닌가 여겨진다. 관련 업계는 이런 소비자의 취향을 빠르게 감지하여 혼밥을 상품화해 판매하여 더욱 혼밥 취향을 북돋우고 있다. 심지어 편도족(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한 끼 때우는 사람)이 새로운 유행어가 되었다.

이전까지 우리는 아주 정다운 대화로 “밥 한 끼 하자”는 말을 건넸다. 흉허물없이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사의 간접 표현이다. 같이 밥을 먹음으로써 상대와 정을, 가슴 속에 있는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 더 친한 관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밥을 같이 먹는 관계는 책상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많은 말보다 훨씬 밀착된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감정의 교감은 먹는 것을 통해서 증폭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술 한 잔을 곁들이면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협동과 협력이 인간사회의 가장 큰 장점인데, 밥 먹는 것까지 혼자 먹게 되니 다른 사람들과 접촉 기회가 단절되어버린 사회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

우리 인간사회는 모든 일을 단독으로 보다 협력해야 그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외톨이로 큰 성과를 낼 수도 없고, 이루어 놓은 성과가 후대에 이어지기도 어렵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협력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본성이 개인화되면서 더불어 사회가 나 홀로의 고독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가 넘고 있으며, 사회 여건상 이런 현상은 심해질 것이다. 이런 바람직하지 않은 세태가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변해 고착하기 전에 범국가적으로 우리 의식전환을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우선 각 직장에서 구내식당을 활성화해 직원 간 점심시간만이라도 서로 얼굴을 맞대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늘리고, 학교에서도 교과과정 외에 특별활동으로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막기 어려우나 이들 구성원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동의 장소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으면 한다. 노인정이 노인 모임 장소로 활용될 수 있으나, 이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유치원, 초ㆍ중ㆍ고등학교와 노인집단이 함께하는 새로운 개념의 촌락을 벤치마킹하여 새롭게 국가사업으로 구상해 봐도 좋을 것이다. 사람끼리 어울리며 서로 사람 냄새를 맡고 사는 공동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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