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장에서도 이런 주제로는 쪽팔려서 마케팅 하지 않아”

▲ 식품연의 ‘막걸리로 장 건강 챙기세요 _ 한국술 막걸리에 의한 장 기능 개선 효능 밝혀져...’라는 제목의 발표가 역풍을 맞고 있다.

[식품저널] 한국식품연구원 ‘막걸리로 장 건강 챙기세요’…발표 이후 SNS 반응

“이번 설날엔 막걸리를 먹을까?…‘누룩막걸리’ 장 건강 개선 효과 ‘탁월’”(경향신문), “막걸리 장 기능 개선 효능 과학적으로 입증”(연합뉴스), “한국식품연구원 ‘누룩막걸리, 장 기능 개선 효능’”(뉴스1), “막걸리로 장 건강 돕는다”(전자신문), “식품연 ‘누룩막걸리, 장 건강 개선에 효과적’” (아시아경제), “전통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 장 기능 개선 효능 확인”(이데일리), “전통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메트로신문), “누룩막걸리 ‘장 건강’에 도움 준다”(대전일보), “전통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 장 건강 개선”(메디컬투데이),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 장 건강에 도움”(한라일보)

이번 설을 앞두고 한국식품연구원(원장 박동준)이 ‘막걸리로 장 건강 챙기세요 _ 한국술 막걸리에 의한 장 기능 개선 효능 밝혀져...’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일부 언론 매체들이 보도한 기사 제목들이다.

기사 제목들만 보면 막걸리를 마시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식품전문가들은 막걸리에 대한 기초연구를 가지고 ‘막걸리로 장 건강을 챙기라’는 식의 홍보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품연의 ‘막걸리로 장 건강 챙기세요 _ 한국술 막걸리에 의한 장 기능 개선 효능 밝혀져...’라는 제목의 발표가 역풍을 맞고 있다.

‘알코올을 마시며 장 건강을 찾으라는 발상... 이건 과학도 정부기관도 아니다’, ‘극히 제한적인 이점을 갖고, 술 마시는 것이 좋은 것처럼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 ‘건강을 위해 술을 마시다간 간경변이 먼저 와서 죽습니다. 음식은 약이 아니고, 술도 약이 될 수 없습니다’,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작업 중 사고발생률을 높이는 1군 발암물질이 건강음료로 둔갑하는 매직’...

식품연이 기초연구 결과를 가지고 ‘막걸리로 장 건강을 챙기라’고 한 발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다룬 <식품저널 인터넷식품신문 foodnews> 보도를 링크한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이다.

식품연은 지난달 31일 ‘전통누룩으로 제조한 막걸리에 의한 장 건강 개선 효능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며, ‘뷰티르산 고생성 누룩 막걸리를 실험동물(생쥐)에 5일간 단기 투여해 장 건강 개선 효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단기 동물실험 결과를 가지고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장 건강에 도움이 될 만큼 마시다가 오히려 다른 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등 식품연의 연구결과 홍보에 부정적인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실적주의에 휘둘린, 정부 보조금으로 진행되는 연구과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이 술은 건강에 좋으니 드세요’ 큰 일 날 이야기죠”
“뷰티르산은 토사물 악취의 대표적인 물질”
“술로 장 건강을 챙기라는 것은 좀 너무 나갔다”
“식품연의 막걸리에 대한 잘못된 사랑은 레스베라트롤 풍부 발표 때부터 내려온 전통”
“양조장에서도 이런 주제로는 쪽팔려서 마케팅 하지 않아”

문OO은 “저는 특정 음식을 건강을 위해 먹으라는 광고ㆍ홍보는 좋지 않다고 언제나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이 술은 건강에 좋으니 드세요’라는 겁니다. 큰 일 날 이야기죠. 그런데 세상에... 한국식품연구원의 보도자료가 ‘누룩으로 담근 막걸리로 장 건강을 챙겨라’라는 것이었다는 것은 실로 충격적입니다. 음식에 함유된 성분과 그 기능성을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해서 더 먹으라고 하는 건, 특히 그 음식이 술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술은 멋과 맛으로 즐기는 것이고, 적당히 즐겨야 좋은 것이지요. 건강을 위해 술을 마시다간 간경변이 먼저 와서 죽습니다. 음식은 약이 아니고, 술도 약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OO은 “막걸리 띄우기에 파네졸, 스쿠알렌으로 안 되니 이번에는 단쇄지방산? 초산과 프론피온산, 뷰티르산을 지방산이라 부르는지? 지방족산에는 해당되는지 몰라도...”, 최OO은 “효능의 물질로 단쇄지방산인 뷰티르산(butyric acid), 아세트산(acetic acid),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을 꼽았는데, 뷰티르산은 토사물 악취의 대표적인 물질이고, 프로피온산은 식품에 쓰이는 3대 보존료의 하나이다. 그리고 초산은 식초의 주성분이다. 실제로 이것 때문에 효능이 높다면 치즈나 식초를 먹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막걸리가 다른 술보다 좋을 수는 있겠지만, 술로 장 건강을 챙기라는 것은 좀 너무 나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OO은 “막걸리에 유산균이 얼마나 있다고, 연구를 위한 연구”, 박OO은 “걱정입니다. 연구자가 단기 동물실험을 사람에게 곧장 적용하면 그게 과학인가요”, 유OO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들... 알코올(발암물질)을 마시며 장 건강을 찾으라는 발상... 이건 과학도 정부기관도 아니다. 발표 전까지 걸러지지 않은 시스템. 그 속에 사는 세금 파먹는 충(?)이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김OO은 “황우석도 당시 정부의 실적주의에 휘둘린 ㅋㅋ, 실무자보다 원장 교체가 필요한 것 아닐까요?”, 정OO은 “한식연(식품연)의 막걸리에 대한 잘못된 사랑은 레스베라트롤 풍부 발표 때부터 내려온 전통입니다”, 김OO은 “이런 식이면 건강에 좋은 술이 천지에 널렸죠. 장 건강에 도움 될 만큼 마시면 다른 모든 데가 안 좋을 텐데요”, 오 OO은 “극히 제한적인 이점을 갖고, 술 마시는 것이 좋은 것처럼 호도되어서는 안 되겠지요”라고 지적했다.

하OO은 “막걸리도 술은 술이고 다른 술보단 덜 나쁘지만, 가능한 마시지 말라고 해야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출연기관의 보도라 하겠죠. 아무리 쌀 소비촉진을 위한 농식품부의 정책을 서포트 하는 연구 지원이지만요”라고 비판했다.

김OO도 “기껏 ‘Less harmful’ 정도로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을 한국에서는 많이 먹고 마시면 건강에 좋다(The more you have, the more healthy you become)로 주장하는 표현이나, 주장이 판치는 것 같다”며, “소비자(일반인)를 골로 보내려는 정말 위험하고 무식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막걸리업계 종사자들도 식품연의 이번 발표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OO은 “요즘은 일선 양조장에서도 이런 주제로는 쪽팔려서 마케팅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걸 연구하겠다고 올려야 연구비가 나오고, 또 이런 걸 보도자료로 돌리면 아무 필터링 없이 기사화가 되는 언론의 문제죠”, 전OO은 “유산균이 풍부한 건강음료 막걸리의 후속편이 또 나왔네요. 역사도 반복되고, 주사도 반복되는 모양입니다.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작업 중 사고발생률을 높이는 1군 발암물질이 건강음료로 둔갑하는 매직. 부디 맛있는 막걸리를 찾아 적당히 드시기를...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부끄럽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식품연에 근무하다가 대학으로 일자리를 옮겼다는 조OO은 “연구자의 초안(?)이 경영진에 의해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로 건강을 얘기 하려면 극강의 치료효과가 있어야겠죠. 나쁜 효과를 잠재우고도 남을...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통주 개발로 국민 건강에 기여... 이렇게 더 나아가지는 않겠죠”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식품연 홈페이지는 ‘건강 증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국내 유일의 식품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막걸리로 장 건강을 챙기라’는 발표가 건강 증진과 삶의 질,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일인지, 연구기관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일인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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