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65.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22)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식품저널] 전 국민이 찬성하는 산란일자 표시제도 시행에 앞서 양계농민들은 왜 극단적인 시위를 벌이면서 반대하는 것일까?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영업자들조차 우선 본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이나 피해가 없으면 제도의 문제점 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계란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것보다 가공식품의 원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원가문제 등을 고려하면 일반 가공식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영업자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산란일자 표시제도에 반대하는 양계농민의 목소리도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우선 비용문제는 접어두고, 식품안전을 위해 온도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도 살균법과 멸균법 등에 대해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할 정도로 식품에 있어 온도는 중요하다. 특히 축산물의 경우 가공공정에 온도가 더더욱 중요한데, 이런 이유로 예를 들어, 유가공품의 살균 또는 멸균 공정의 경우 저온 장시간 살균법(63~65℃에서 30분간), 고온 단시간 살균법(72~75℃에서 15초 내지 20초간), 초고온 순간 처리법(130~150℃에서 0.5초 내지 5초간)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효력을 가지는 방법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살균제품에 있어서는 살균 후 즉시 10℃ 이하로 냉각하고, 멸균제품은 멸균한 용기 또는 포장에 무균공정으로 충전ㆍ포장하도록 상세하게 명시돼 있다. 이밖에도 일반 식품 중 살균제품은 그 중심부 온도를 63℃ 이상에서 30분간 가열살균 하거나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효력이 있는 방법으로 가열살균 해야 하며, 오염되지 않도록 위생적으로 포장 또는 취급해야 한다. 또한, 식품 중 멸균제품은 기밀성이 있는 용기ㆍ포장에 넣은 후 밀봉한 제품의 중심부 온도를 120℃ 이상에서 4분 이상 멸균처리 하거나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멸균처리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처럼 식품안전을 위해서는 온도관리가 필수다. 이번 산란일자 표시제도 시행 문제도 식품안전을 위해서는 표시제도보다 온도관리에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와 양계농민의 지적이고, 산란일자 표시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안전문제 해결을 위해서 큰 이익이 없이 오히려 양계농가들만 수억원에 달하는 기계 구입 등의 피해만 가중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계란에 대해서 세계적으로도 유통기한은 자율에 맡기되, 유통온도에 대해서는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미국 7℃, 캐나다 4℃, 영국 4℃, 일본 8℃, 호주 5℃, 중국 0~4℃로 설정돼 있고 육제품, 수산물, 냉동ㆍ냉장식품 기준이 다른 나라와 별 차이가 없는데 유독 계란 유통온도 기준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뒤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조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더불어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계란 선별포장업 허가시설 유통 의무화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한다. 전국 11개소에 불과한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계란유통시설에서 과연 전체 물량을 처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결국 인근에 계란유통시설이 없다면 해당 양계농민은 물류비를 부담하면서 상인들에게 유통을 맡겨야 하며, 결국 이런 부분에 대한 비용 상승으로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다.

식품안전에 기본요소인 온도관리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모를 리는 없다. 다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작년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지금이라도 각종 공청회와 자문회의를 통해 현실적인 문제를 다시 한 번 조사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비현실적이라면 결국 그 목적이 달성되기보다 문제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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