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64.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21)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식품안전 분야 집단소송제 도입에 귀추 주목

적절하고 효율적인 방법 강구하는 과정 필요
전문가 의견 참조, 장기적 과제로 추진해야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축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에서 동물용의약품이 검출될 수 있다.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계란이나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 가공식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양이 검출되면 해당 제품을 제조한 식품회사가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물론 원료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식품회사의 경우 영업자의 의무로 안전한 원료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맞다. 이와 같은 의무는 상법에도 검수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축산물에 대해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초과 검출된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원인을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 제조가공기준 9)에서 식품의 제조, 가공, 조리, 보존 및 유통 중에는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기는 하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필요한 조항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원료를 사용해서 제조 및 가공하는 회사나 조리하는 식품접객업소가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물론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얼마나 현실적일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업체가 수거검사에서 동물용의약품 문제로 적발된 경우에는 원료관리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축산물 원료든지 수입되는 원료든지 모두 정부의 승인이나 인증 하에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가공식품회사는 정부를 믿고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정부가 승인하거나 인증한 제품이 문제가 된다면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지금 국내 모든 원료를 포함한 식품은 크게 식품안전관리인증, 유기농인증, 무농약인증, 무항생제인증 등 전부 정부의 관리 하에 진행된다. ‘관리 하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과거 공무원이 직접 하던 업무를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등 공공기관에서 진행하고, 정부는 이들 기관의 업무 수행만을 평가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식품사건이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과연 정부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관리하는 덕분에 이정도로 막을 수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식품사건으로 인해 실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제대로 된 피해배상이 진행되기 어렵고, 기업 입장에서도 배상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미미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개선되어야만 한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집단소송제 도입에 식품안전을 포함하기 위해서 정부와 국회가 격렬하게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산업계나 정부,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과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우리 법체계나 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에 적절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만일 지금보다 손해배상제도가 더 강화될 경우 정부가 관리하는 인증제도도 변경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소비자가 정부의 승인이나 인증을 신뢰해서 구매한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관리 승인 및 인증제도의 개선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전문가 의견을 참조해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해야 된다.

‘식품은 과학이다’이 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필자가 한 말이다. 일반인을 포함해서 법률전문가들이나 정치가도 식품은 매일 섭취하면서 가정에서 조리하거나 구매하는 것이라 가볍게 보고 깊은 고민 없이 취급하려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식품은 제조ㆍ가공 과정에 수준 높은 과학기술이 필요하고, 정책과 법령 개정에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식품공전의 규정 하나 만드는 것에도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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