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호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향의 복잡성, 다중복합신호 해석 등 한계 극복
다양한 산업에 활용…식품안전성 확보ㆍ질병 예방 기대

한국식품연구원 헬스케어연구단 책임연구원 박재호

후각은 복잡성으로 인해 인간의 다른 감각보다 덜 알려진 분야이다. 복잡성은 일차적으로 많은 수의 후각수용체에서 기인한다. 1000여개의 후각수용체가 존재하며, 그 중 400개 정도가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여 1만 여개 냄새를 구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성의 다른 한 부분은 후각수용체와 후각물질 사이의 반응성 조합에서 기인한다. 하나의 후각수용체가 여러 물질과 반응하며, 하나의 물질이 여러 후각수용체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향에 대한 이해, 분류, 표준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후각물질에 의한 다중복합신호의 해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후각인지 연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자코 시장은 현재 2억 달러가 넘게 성장했다.

전자코는 후각물질을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생체물질 기반과 물리/화학 기반 센서 시스템으로 구별할 수 있다. 생체물질을 활용하는 전자코는 효소/항체 반응을 이용하는 방법과 후각수용체 기반 센서로 나눌 수 있으나 센서의 신뢰도, 경제성 등의 문제들로 인해 실용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물리/화학 기반 전자코에는 압전기, 전기화확, 비색, GC/MS를 활용한 센서가 개발됐으며, 일부 상용화되었다. 그러나 물리/화학 기반 전자코는 동시에 많은 물질을 분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특정 물질군의 분석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압전기 전자코는 공명현상을 이용하여 과일의 수확시기, 품질 측정에 이용되고 있다. 전기화학 전자코는 산화환원 반응에 의한 전류 변화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대기 중 가스 농도 측정에 활용되고 있다. 비색을 활용한 전자코는 경제적이며 사용법이 간편하나 신뢰도,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 GC/MS 기반 전자코는 정량분석에 효과적이나 고가장비, 전문인력 등 산업 활용성 측면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현재 전자코는 식품, 의료, 환경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으며, 최근에는 가전기기 및 가상현실 구현에도 필요한 기술로 인신되고 있다. 식품분야에서는 식품공정 모니터링과 관련하여 블랙티, 커피 제조 공정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유통 중 수산물 및 축산물의 부패 정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안전한 먹거리 제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참기름, 위스크 등 진위 판별에도 사용된 기록이 있어 가짜 식품과 원료의 판별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과일의 숙성 정도를 판별하는 전자코가 개발되어 과일의 익은 정도를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의료 분야에서는 질병 진단에 활용하는 연구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동물을 이용하여 암환자 진단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과 유사하게 전자코를 이용하여 암환자의 체취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후각수용체의 다양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주목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근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대기오염 분석에 전자코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현재의 제한된 물질 분석이 아닌 많은 오염물질에 대한 동시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전자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3D를 넘어 4D의 가상현실 구현 및 가전기기 분야에서도 전자코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시각적ㆍ물리적 움직임을 통해 구현된 4D의 가상현실에 ‘향’을 추가하여 보다 현실적인 가상현실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숲 속을 걸을 때의 신선함과 수풀 냄새, 유채꽃 밭에서 느끼는 꽃냄새, 바닷가에서 느끼는 상쾌함 등 가상현실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 인공적인 향의 구현에 있다. 더불어 가전기기 업체에서도 냉장고 등에 ‘향’을 도입하여 보관제품의 신선도, 조리 후 식품 향을 미리 제공하여 식욕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향의 표준화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색으로 표현하는 시각화와 유사하게 기본 5~6개의 향을 통해 다양한 인공적인 향을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의 복잡성, 다중복합신호 해석 등 전자코 개발의 현재 한계를 극복하여 전자코가 다양한 산업에 활용 되어 식품의 안전성 확보, 질병 예방 등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현실과 같은 가상현실의 세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