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간장에 한식간장 또는 양조간장 최소 함유기준 설정해야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57)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 16.

질병 치료를 위한 의약품인 고혈압 약에 발암물질이 검출돼 큰 논란이 되고 있는데, 중국산 원료가 제조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라고 하며, 세계보건기구에서 분류한 발암물질로 규정된 것이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대로 수만 명의 환자들이 오랫동안 복용하던 약을 변경하고 있다.

사실 발암물질이 함유된 자체는 전문가나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 볼 때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검출량인데, 일반 국민들은 이런 중요한 문제보다 눈앞에 보이는 검출 자체에 주목하고 있어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 물론 식품과 달리 의약품이라 더 민감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검출기준을 불검출이 아니라 잠정적으로 0.3ppm으로 정해 놓은 것을 보아도 기준치 이하는 그리 심각하지 않게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진짜 문제는 발암물질이 생성된 원인을 찾아서 조속히 제조공정을 수정하는 것이다.

식품의 경우에도 발암물질을 완전하게 제거한 것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는 일부 제품에 한해 발암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준을 정해 놓은 예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산분해간장이나 혼합간장에 포함된 3-MCPD(3-Monochloropropane-1,2-diol)이다. 양조간장과 달리 산분해간장, 혼합간장(산분해간장 또는 산분해간장 원액을 혼합하여 가공한 것에 한한다), 식물성 단백가수분해물(HVPㆍHydrolyzed vegetable protein)에서는 필수불가결하게 발암물질인 3-MCPD가 생성되는데, 식약처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사전예방을 위해 기준을 정해 놓은 것이다. 이밖에도 식용유지, 훈제어육, 흑삼 등 제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벤조피렌[Benzo(a)pyrene]도 개별 식품의 특성에 따라 기준을 정해 놓은 경우다. 이런 발암물질은 검출 자체보다 결국 양이 문제다.

이와 별개로 최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라는 소비자단체에서 각종 식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혼합간장과 산분해간장이 포함돼 관심을 끌고 있다. 식품의 기준 및 규격 11. 장류 4)식품 유형에서는 간장을 한식간장,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효소분해간장, 혼합간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한식간장만이 우리 고유의 전통방식과 부합하는 메주로 만든 간장이고, 나머지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효소분해간장은 대두나 탈지대두 혹은 단백질을 함유한 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간장과 개념이 다른 측면이 있지만, 산업사회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도 정의가 있고 이를 허용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바로 혼합간장의 성분비율이다.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혼합간장은 한식간장 또는 양조간장에 산분해간장 또는 효소분해간장을 혼합한 것을 말하는데, 실질적으로 최소량에 대한 기준이 없어 한식간장은 거의 사용하지도 않고, 양조간장도 10% 미만을 사용하며, 나머지를 산분해간장으로 사용해도 구분 없이 혼합간장이란 용어를 쓰게 되어 소비자들이 비교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산분해간장을 표시하지 않을 목적으로 악용된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들이 산분해간장에 대해 오해하고, 한식간장이나 양조간장에 비해 산분해간장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아무리 그런 이유라고 해도 혼합간장이 산분해간장의 표시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혼합간장에도 한식간장이나 양조간장의 최소 함유기준을 설정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다면 업계 요청대로 산분해간장이란 용어대신 거부감이 적은 다른 용어로 변경하는 방법도 있다.

결국 소비자단체 주장대로라면 혼합간장을 기타간장이라고 명칭을 변경하거나, 최소 30% 이상의 함유량 기준을 설정하는 등 식품공전 개정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산분해간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도 노력해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풍요로워진 우리 식탁에 안전한 식품만이 공급된다는 것을 명확히 홍보하여 더 이상 산분해간장에 대한 오해나 부정적 인식이 없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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