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한섭
한국식품연구원 선임연구원

제품 개발 시작 단계부터 감각평가 전문가와 함께 일해야
소비자 니즈ㆍ경쟁제품 특성 보다 쉽게 파악 가능

곽한섭 한국식품연구원 가공공정연구단 선임연구원

식품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은 소비자이다. 아무리 질 좋고, 맛있으며, 건강한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러한 소비자의 마음을 알아보는 과정 중 하나가 감각평가이다. 영어로는 ‘sensory science’라 불리며, 서구 선진국의 대학에서는 식품분야에서 식품가공학, 식품화학, 식품미생물학과 더불어 하나의 세부 학문 단위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관능평가로 알려져 있었으며, 최근에는 그 연구영역을 소비자까지 넓혀 감각과학이라 불리고 있다.

1991년 발족한 한국식품과학회 관능검사분과도 올해부터 감각ㆍ소비자과학 분과로 이름을 바꾸고, 연구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식품연구원을 비롯해 대학 및 산업체에 박사급 연구인력이 10여 명가량 있으며, 식품 및 소비재 산업에서 감각ㆍ소비자과학 전공자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감각평가는 크게 정성적인 연구방법인 포커스 그룹 인터뷰와 정량적인 연구방법으로 제품의 차이를 평가하는 차이식별검사, 제품에 대한 기호도를 평가하는 소비자 기호도 검사, 제품의 외관ㆍ향ㆍ맛ㆍ조직감 등을 비교하는 묘사분석으로 나눌 수 있다. 제품 개발과정에서 적절한 평가방법을 선정하고 진행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고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유수의 다국적 식품ㆍ소비재 회사는 자체적으로 감각평가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품 개발과정에서부터 단계적으로 감각평가를 하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 반영하고, 제품 개발에 있어 실패를 최소화하고 있다. 나아가 규모가 크거나 정밀한 평가를 위해 감각평가 대행업체를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 감각평가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며 차이식별, 소비자 기호도 검사, 묘사분석 등이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과정에서 감각평가는 제품 개발을 거의 완료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제품의 기호도를 평가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제품 개발이 다 끝나고 평가한다는 것은, 평가과정을 통해 잘못된 점을 발견하고 그 점을 수정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개발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감각평가는 제품 출시를 위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요식행위라 생각된다. 제품 개발 시작 단계부터 감각평가 전문가와 함께 일을 한다면 보다 쉽게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경쟁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여,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제품 개발자와 경영자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면 감각평가, 특히 소비자 기호도 검사로 우수한 기호도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받은 제품이 반드시 시장에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높은 소비자 기호도 외에도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데에는 브랜드, 마케팅, 프로모션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쟁이 치열한 제품의 경우 일정 수준의 기호도가 보장되는 제품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감각평가를 통한 기호도보다 제품 외적인 요소가 소비자 선택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제품의 성공을 위해서는 감각평가에서 좋은 결과뿐만 아니라 마케팅, 광고 등 다양한 외적 요인도 충족돼야 한다. 식품에 있어 소비자는 맛이 없는 제품은 다시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에, 마케팅과 프로모션이 진행되더라도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은 재구매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조기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제품 개발ㆍ판매 과정에서 감각평가는 실제로 제품이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유지하는데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감각평가는 아직 대형 식품업체의 영역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식품업체의 98%가 중소기업인 국내 식품산업의 특성상 중소기업에서는 아직 감각평가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감각평가에 대한 비용적인 부담과 경영진의 이해 부족이 중견ㆍ중소기업에서 감각평가를 진행하는데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은 국내 중견ㆍ중소기업의 감각평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감각평가 매뉴얼 개발ㆍ보급사업과 연구원 내 전문패널 및 소비자 패널 구축에 첫발을 내디뎠다. 또한, 국내 주요 제품의 표준 감각평가법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러한 한국식품연구원의 감각평가 분야 연구 지원으로 국내 감각평가의 양적ㆍ질적 향상을 기대해 본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