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26.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GMO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유전기술이나 생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심화시키지나 않을지 걱정”이라며, ”멋진 미래를 꿈꾸고 죽을 힘을 다해도 성과를 얻기 쉽지 않는데, 도전의 의미를 미리 꺽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창조질서를 파괴할 수 있는 기술은 GMO가 아니라 합성생물학이다. 인간은 이미 유전자를 몇 개 추가하는 GMO가 아니라, 유전자를 통째 임의대로 합성하여 새로운 생명체로 합성한 합성생명체를 만들어 냈다.

아직은 아주 긴 유전자를 합성하지 못해 겨우 생존만 가능한 미생물 수준이지만 일단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진화(생명)를 이해하는데 획기적인 수단도 마련됐다. 진화발생생물학에서 '물고기는 어떻게 사지가 생겼나?'를 단순히 추론하는 대신, 과학자들은 크리스퍼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가설을 직접 검증할 수 있다.

그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지느러미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물고기의 유전자들을 제거한 후 물고기가 '다리를 닮은 신체부위'를 형성하는지를 관찰하면 된다. 그래서 화석으로는 도저히 알기 힘든 중간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크리스퍼는 진화발생생물학의 획기적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갑자기 등장한 정교한 기술, 원하는 부위만 침묵시키는 기술, 그것을 통한 분석의 기술, 컴퓨터의 도움 등으로 지식이 가속팽창 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유전자 기술이다. 지난 50년간의 변화보다 앞으로 10년의 변화가 훨씬 더 강력하고 충격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제대로 알아가야 할 시기이다. 우리가 해결을 꿈꾸는 주요한 과제의 마지막 수단은 유전자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비만, 암, 노화 모두 DNA(유전자)의 문제이다.

우리는 아직 유전자 활용기술을 잘 알지 못한다. 이제 겨우 어떤 유전자가 있는지 정도만 알게 되었다. 즉, 물감의 종류만 파악한 것이다. 그 물감을 가지고 어떻게 예술적인 작품을 그리는지 물감(유전자)의 활용 기술을 이해하는 데는 아직 지식이 충분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최근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됐다. 종전의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정교하고 빠르고 저렴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GMO처럼 까다롭게 관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엄격히 관리하고 싶어도 새로운 유전자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전자를 침묵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이 인위적인지, 자연적인 돌연변이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합성생물학마저 대두되는 마당에 새로운 윤리가 필요하고 유전가 기술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에 갇혀 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GMO 안전성 논란마저 20년 동안 졸업하지 못하고 최근 더 시끄러워지는 형세이다. 정말 지식의 파편화 시대이고 소통 부재의 시대이다.

나는 지난 10년간 식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금이라도 해결해보려고 했는데 MSG를 시작으로 이제 GMO로 마무리 하려 한다. 더 이상 이런 식품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이제 진짜 유전자 기술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대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급격히 변할 것이다. 급격한 변화는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언제까지 외면할 수 없다.
 
우리는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도전할 것도 많은데, 과거에 매몰된 현실이 안타깝다. 요즘 학생들은 화학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화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가장 실전적인 학문인 화학을 외면하게 했고, GMO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유전기술이나 생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심화시키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멋진 미래를 꿈꾸고 죽을 힘을 다해도 성과를 얻기 쉽지 않는데, 도전의 의미를 미리 꺽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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