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23.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유전자를 추가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조절 시스템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 겨우 이루어진다”며, “그런데 우리는 유전자를 집어넣는 기술도 서툴고 유전자의 조절이나 발현기작에 대한 이해도 대단히 미약했으니, GMO의 성과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료의 혁명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서 거름을 사용한 것은 로마시대에도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 효과를 연구해 비둘기의 배설물이 효과가 가장 좋고, 소의 배설물이 말의 배설물보다 우수하며, 갓 배설한 인간의 소변은 어린 작물에, 오래된 소변은 과일나무에 좋다고 구분하기까지 했다.

거름이 없다면 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돌려짓기 또는 휴경을 해야 했다. 휴경은 지력이 회복되도록 농사를 짓지 않는 것이고, 돌려짓기는 콩이나 클로버 같은 것을 번갈아 재배하는 것이다.
 
이런 비료 찾기 노력은 19세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됐고, 일찍이 잉카제국을 번영하게 했던 구아노가 발견됐다. 구아노는 바닷새의 똥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암석으로, 질소 11~16%, 인산 8~12%, 칼륨 2~3%가 포함되어 비료로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대표적인 산지가 페루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진차(Chincha)군도였다. 주변에 어자원이 풍부한 무인도인데 펠리컨 등 바다새들이 대규모로 서식하고, 배설물이 수 백미터 높이로 쌓여 있었다.

1840년대부터 수많은 증기선들이 페루의 구아노를 유럽으로 실어 날랐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구아노는 헛간에서 전통적으로 만들던 비료에 비해 35배나 효과가 강하다고 했다. 구아노를 올바르게 사용하면 아무리 척박한 땅도 옥토로 변신하는 것이었다.

유럽이나 미국의 열강들은 질산염을 비료와 화약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고, 고갈될 때까지 파냈다. 1905년 독일 화학자 하버는 암모니아를 공업적으로 합성 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밝혀냈고, 보쉬는 수많은 실험과 설비를 개발해 1910년 마침내 질소 고정에 성공한다.

식물은 햇빛, 물,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광합성을 통해 탄수화물과 지방을 만든다. 단백질을 만들려면 꼭 암모니아 형태의 질소가 필요한데, 그게 항상 모자라는 것이다. 식물의 총량은 질소 고정량이 결정하는데, 인간이 최대의 난관을 돌파한 것이다.

종자의 혁명
단지 좋은 씨를 선발하는 것 말고, 좋은 씨가 만들어지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유전자를 교환시키는 방법이 근세에 개발됐는데 이것을 ‘교배육종’ 또는 ‘교잡육종’이라고 한다. 작물 육종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 바로 이 인위적인 교배를 통한 품종개량일 것이다.

멘델의 유전법칙 이래 유전의 특성을 이해한 덕분에 자연에서는 얻기 힘든 특성을 인위적인 교배를 통해 얻어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벼를 통한 녹색혁명이 대표적이다. 식물뿐 아니라 동물에서도 이런 인공교배가 많이 시도됐다.

이미 극한의 생산성
우연한 돌연변이에 의한 성능 개선은 가능성이 없고, 그동안 탁월한 성과를 보였던 것이 ‘잡종강세육종’이다. 이것은 서로 다른 종을 교배한 잡종 F1이 각각의 양친보다 생활력이나 생육량 등에서 훨씬 우수한 특성을 이용한 품종개량이다. 옥수수의 경우에도 1906년에 벌써 양친보다 비교할 수 없이 생산량이 많은 F1 종자가 만들어졌는데, 처음에는 그런 것을 먹어도 되는지 하는 걱정 때문에 상업화를 하는데 2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잡종강세의 특징은 말과 당나귀를 교배시키면 노새가 나오지만 노새는 번식이 안 되는 것처럼 한번 만들어진 씨앗이 계속 그 특성이 유지되지 않고 금방 퇴화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종자용 양친을 따로 키우다 교잡시켜 지속적으로 씨앗을 만들어야 한다. 계속 씨앗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점이 거대한 종자회사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런 기적이 가능할까. 비료의 개발은 완결됐고, 육종은 이미 해 볼만큼 해보았다고 한다.

미흡했던 유전자에 대한 이해
모든 식물과 대부분의 동물은 비타민C를 합성한다. 굳이 챙겨먹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 기니피그, 인도과일박쥐 정도만 비타민C를 합성하지 못한다. 비타민C 합성은 비교적 쉽다. 포도당이나 갈락토스에서 몇 단계만 거치면 된다. 그런데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영장류는 언젠가 굴로노락톤옥시다아제(비타민을 만드는 마지막 단계에 필요한 효소)를 만드는 유전 물질을 잃어버림으로써 포도당에서 비타민C를 합성하는 기능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GM 기술에 의해 이 효소를 유전자에 첨가하면 어떻게 될까? 과연 어떤 위치에 넣어야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만들어질까? 사실 유전자를 침묵 시키는 것은 쉽다. 그런데 유전자를 추가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조절 시스템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 겨우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유전자를 집어넣는 기술도 서툴고 유전자의 조절이나 발현기작에 대한 이해도 대단히 미약했다. 그러니 GMO의 성과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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