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22.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자연에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성장하고 번식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지, 종의 경계를 잘 지키는 종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라며, 사실 자연은 종의 경계가 뭔지도 모르고 유지되지만 GMO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런 의미도 모르고 종의 경계가 무너진다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성(Sex)은 비용은 많이 들고, 유전자는 절반만 전달된다
우리는 종족 보존을 위해 암수를 너무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만 실제 자연은 무성에서 다성 또는 자웅동체 등 너무나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리고 유성생식은 리스크도 있고 비용도 많이 든다. 자신의 유전자 전체를 전달하는 단위생식보다 유전자의 1/2만 전달하는 유성생식은 자신의 DNA를 남기는 것이 최대의 목적인 이기적인 DNA의 목표에 배치되는 행위이다.

또, 성에는 큰 비용이 수반된다. 마음에 맞는 짝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우선 짝짓기 상대를 찾아야 하고, 종종 엄청나게 까다로운 구애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지 암컷에게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화려한 색상, 커다란 꽁지깃, 커다란 뿔을 감수하기도 한다.

암수는 생각보다 경계가 불명확하다
우리는 암수의 경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하지만 동물에게 암수의 전환은 생각보다 너무 쉽게 일어난다. 새우, 오징어, 붕어는 몸이 커지면서 저절로 성이 뒤바뀔 수 있는 동물이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데이비드 앨솝 박사팀이 연체동물, 갑각류, 어류 등 하등 수중동물 121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몸 최대 크기의 72%까지 자라면 성이 전환된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것을 ‘72% 법칙’이라 이름 지어 발표했다.

바다거북은 30∼35℃에서 부화하면 모두 암컷이 되고, 20∼22℃에서 부화하면 모두 수컷이 된다. 중간온도에서는 암수가 모두 태어난다. 미리 암수가 설계되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도중에 온도에 따라 또는 성장하다가 몸 크기에 따라 성이 쉽게 전환되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물고기는 필요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성을 전환하는 능력이 있다. 만일 무리에서 어느 한쪽의 성이 사라지면 남은 개체 가운데 일부가 성전환을 일으킨다.

꽃은 자웅동체인데 타가수분을 한다
꽃은 암술과 수술을 같이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타가수분을 한다. 같은 꽃 또는 같은 나무의 암술에 붙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무의 꽃에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한다. 한 개의 꽃에 달린 암술과 수술인데도 애써 자신들끼리 결합하는 것은 피한다.
 
달팽이에게도 성별이 없다. 달팽이는 정소와 난소를 모두 갖고 있는 자웅동체이다. 그런데 굳이 스스로 임신하지 않고 다른 달팽이를 만나 생식공을 서로 대고 함께 사정을 하고, 둘 다 임신을 한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세상에는 반드시 암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유전자 교환 및 재조합이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유전자 교환이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이것이 암수의 구분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이다.

짚신벌레의 삶에 답이 숨어 있다
짚신벌레는 몸길이가 170~290㎛ 정도인 원생생물로, 몸의 중앙부에 대핵과 소핵 2가지 핵이 있고, 암수 구별은 없으나 유성생식을 할 수 있으며, 무성생식도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영양이 풍부할 때 모체에서 싹이 돋듯 새로운 세포가 자라나 떨어져 나가는 방식의 번식을 한다. 이런 출아법을 통한 무성생식은 세균, 효모 등에서 흔히 있는 것이라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짚신벌레는 세균과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한 생명체이다. 이런 식의 세포분열을 30번만 하고 나면 성장속도가 서서히 느려지고 분열을 멈춘다. 그리고는 유성생식을 통해 부활을 시도한다.

짚신벌레는 대핵과 소핵이 같이 있는데, 대핵은 원래 소핵의 유전자를 그대로 복사한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 모든 유전자가 필요한 모든 일상의 업무는 대핵에서 하고, 소핵은 단백질로 단단히 감싼 채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소중하게 보관된다. 대핵의 유전자가 열심히 활동하면서 산화적 스트레스로 손상이 많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지면 이 소핵의 유전자가 딱 한번 활동을 시작한다.

바로 2개로 나뉘어 다른 집신벌레와 접합해 서로 한 개씩 나누어 갖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짚신벌레가 암수인지 아무런 구별 없이 단지 서로 유전자를 반으로 나누어 교환할 뿐이다. 그것을 유성생식이라고 한다.

교환한 유전자를 재조합하면 다시 이배체의 소핵이 된다. 손상된 기존의 대핵은 분해해 제거하고, 재조합한 새로운 소핵을 추가로 복사(유사분열)하여 대핵을 만든다. 유전자를 교환하고 재조합하면 반드시 기존보다 좋아진다는 확률은 없다. 단지 새로운 기회를 한번 가져보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새로운 대핵을 통해 일상의 생활을 영위하고, 영양이 풍부하면 무성생식을 통해 재빠르게 번식한다.

성의 목적을 보여주는 짚신벌레
성에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겠지만,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유전자 교환과 재조합을 통한 해로운 돌연변이의 제거이다. 아무리 유전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도 살아가면서 유전자는 꾸준히 손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유전자를 그대로 복사하면 복사본은 무조건 원본보다 손상이 많은 사본이 될 수밖에 없다.

유전자 교환은 현재까지 이것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유전자를 교환하면 평균적으로는 유전자를 교환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정도의 변형이지만 개별적으로는 더 많은 버전과 더 적은 버전이 생긴다. 그리고 그 중에 환경에 더 적합한 것이 더 많이 살아남는다.

짚신벌레는 매우 작은 생명체이지만 삶, 노화, 죽음 그리고 성의 본질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생명체이기도 하다.

성의 진정한 의미는 퇴화의 억제
커다란 위험과 비용을 감수하면서 성을 발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설명이 있지만 내가 가장 공감하는 이론은 해로운 유전자를 제거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결함이 있는 유전자도 있고,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유전자 결함도 있다. 돌연변이는 1:200의 비율로 이로운 쪽보다 해로운 쪽으로 작용하기 쉬운데, 살아가면서 활성산소 등에 인한 변이는 필연이다. 따라서 그 유전자를 계속 복제한다면 부모보다 유전적으로 결함이 많은 자식이 태어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암수 또는 유전자 교환이 있는 유성생식이 필요하다. 근친혼처럼 유사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끼리는 이 효과가 없지만, 전체 결함의 숫자는 같더라도, 서로 다른 위치에 결함이 있는 두 개체가 유전자를 교환하여 자식을 생산한다면 어떤 자식은 운 좋게 유전자 결함이 없는 쪽만 취합하여 태어날 수 있다. 엔진 일부에 손상 받은 자동차와 기어 일부가 망가진 자동차의 부품을 합해서 말짱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셈이다.

부모의 좋은 점만 취한 쪽이 있는 반면, 부모와 별 차이 없는 쪽 그리고 부모보다 오히려 나빠진 쪽도 생긴다. 그 사이에 돌연변이가 추가된 것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는 잘해야 본전이고 오히려 나빠진 쪽이 많이 생기게 될 것이다.
 
여기에 자연선택이 개입하여 적합자 위주로 생존 번식함에 따라 유전자의 열화가 억제된다. 퇴화의 압력을 버티고 오히려 차별화나 진보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처럼 성은 유전자 교환이 가능한 종끼리 무작위 유전자 조합을 하고, 그 중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 조합을 가진 자녀가 자연선택에 의해 좀 더 생존하여 해로운 돌연변이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결국 종의 경계는 효과적인 유전자 교환의 경계
만약 종의 범위가 너무 좁으면 근친혼처럼 유전자의 차이가 너무 작아 섞으나 안 섞으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또, 종의 범위가 너무 넓으면 유전자의 차이가 너무 커서 두 가지를 섞었을 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새와 물고기의 유전자가 섞여 새에 아가미가 생기고, 물고기에 깃털이 생기면 정말 곤란해지는 것이다. 결국 너무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은 범위의 유전자 교환이 종족의 유지에 최상이고 그게 바로 종의 경계가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꽃식물 중 50% 이상은 독립된 종들 간의 유전자 혼합을 통해 탄생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꽃은 본질적으로 식물의 성기이다. 바람에 벌레에 항상 노출되어 있고, 항상 목적하지 않는 엉뚱한 외래정자(Alien sperm)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반드시 나쁘지 만은 않을 것이다. 물론 목적했던 종 간에 수분이 부모형질 그대로 훨씬 멀쩡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겠지만, 가끔은 열등하거나 독특한 유전자를 가진 자손이 만들어져도 나쁘지 않다. 많은 씨앗들이 현재의 부모가 살고 있지 않는 지역과 완전히 다른 지형에 떨어져 싹트기 해야 하는데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적합할 수 있으니까.

이처럼 종의 경계는 완벽할 필요는 없다. 자연에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성장하고 번식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지, 종의 경계를 잘 지키는 종이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사실 자연은 종의 경계가 뭔지도 모르고 유지된다. 그런데 GMO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런 의미도 모르고 종의 경계가 무너진다고 걱정한다.

인간의 돌연변이 유전자 정화기능은 수명을 다했다
지금 우리 인간은 2명의 부모가 2명의 자식만 낳는 시스템이다. 누구나 자식을 낳고 제 수명을 누릴 수 있는 공평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공평함에 숨겨진 재앙이 있다. 돌연변이는 항상 1:200의 비율로 해로운 쪽으로 일어나고, 누구나 제 수명을 누리고 후세를 이어가므로 그것을 정화시킬 기회가 없어졌다. 그래서 이대로라면 갈수록 유전자 결함이 누적된 아이가 태어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유전적 질환이 없는 매우 건강한 사람이라도 평균 400개의 결함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고, 남자가 나이가 많을수록 정자에 돌연변이가 많아진다고 한다. 여성은 평생 쓸 난자를 한꺼번에 가지고 태어나 필요할 때마다 배란하기 때문에 이보다는 적다고 한다.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언젠가 해로운 유전자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축적되는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 먹고 사는 문제에 GM 작물이 필요 없을 수는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GM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고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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