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21.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세상의 기본원리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다. 즉 축적과 진화가 아니라 분해와 퇴화이다. 그래서 세균은 유전자를 주고받으면서 겨우 현상을 유지하지, 그렇지 않으면 유전자는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점차 무질서해지고 기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유전자를 계속, 온전히 보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300개의 아미노산으로 된 1개의 단백질이 온전히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900개의 염기쌍이 그 순서를 정확히 지정해야 한다. 우연히 그 순서가 맞추어질 확률은 1/4×1/4×……. 이것이 900개 이어진 순서이다. 주사위 굴리기 식으로 한다면 이 우주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해도 불가능한 확률이다. 그래서 어렵게 확보된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세포는 각 세포 하나당 매일 50만 회 DNA 손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DNA 복구 시스템이 없으면 세포는 순식간에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결국 건강한 세포란 충분한 수준의 복원이 된 것이지, 손상이 없는 복원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손상의 정도가 지나치면 세포자살을 통해 그 세포를 제거하고 좀 더 안전한 곳에서 보관하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다시 만들어 낸다. 우리 몸의 노화와 질병은 그렇게 최선을 다한 결과이지 방치된 결과가 전혀 아니다.

막강한 복원시스템이 있어서 이 정도를 유지하는 것
2015년 노벨 화학상은 DNA 복원 시스템을 연구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수상자 중 한 명인 토마스 린달은 1960년대 말 “DNA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당시 과학계에는 ‘생명의 설계도인 DNA는 매우 안정적이다’라는 통념이 지배하고 있었다. 진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돌연변이는 있지만 그 복잡한 다세포생물이 생존하려면 유전정보가 매우 안정적으로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린달은 RNA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고 ‘RNA가 이렇게 쉽게 분해된다면, DNA도 생각보다 불안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론적으로 계산해 보니, DNA는 매일 수천 번씩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인간처럼 복잡한 생명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고심 끝에, 그는 DNA의 결함을 수리하는 분자시스템이 있음에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린달은 ‘DNA 회복메커니즘’이라는 전혀 새로운 연구분야의 원조가 되었다.

인간의 유전자는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한 것이고, 유전자의 이상은 곧 커다란 장애가 발생할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내 몸은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방어책을 가지고 있지만 쉽게 손상된다.

환경의 선택이 그 특성을 유지하는 힘
세상의 기본원리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다. 즉 축적과 진화가 아니라 분해와 퇴화이다. 그래서 세균은 유전자를 주고받으면서 겨우 현상을 유지하지, 그렇지 않으면 유전자는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점차 무질서해지고 기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실 세균은 새로운 유전자원을 확보하는 능력보다 기존의 유전자를 그대로 유지하는 능력이 더 떨어진다. 꾸준한 도태의 정화기능에 의하여 평균적으로 비슷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외부 요인에서 특정 유전자를 가진 세균에게 유리한 선택 환경이 주어졌을 때 변화된 모습을 유지한다.

그런데 세균보다 복잡한 생명은 어떻게 유전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일까. 세균처럼 유전자를 관리했다가는 세균의 수준밖에 될 수 없다. 우리는 왜 퇴화하지 않고 진보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것일까? 퇴화를 역행하는 그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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