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18. 농사, 철저한 인간의 기술과 통제의 산물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GM 옥수수를 인위적으로 조작된 위험한 작물이라고 하는데, GMO를 개발하기 훨씬 이전부터 옥수수는 이미 완전히 인위적인 작물이었다”고 주장했다.

1만년 전 농사와 함께 시작된 인공선택
인간이 원하는 작물이 한 장소에 밀집되어 자라는 농사는 자연의 현상은 아니다. 철저한 인간의 기술과 통제의 산물이다. 종자의 변혁도 자연에 없는 인위적인 것이었다.

1만년 전부터 일부 작물이나 가축은 조금 특이한 방향으로 유전자의 변형이 이루어졌다. 인간의 선택에 의한 변화였다. 인간이 농사와 축산을 시작하자 자연 선택 대신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계속 종자로 사용함으로써 인간의 목적에 맞는 탁월한 품종을 만들어냈다.

농사의 역사가 1만년이라면 최소한 매년 10개 중 1개의 씨를 고르는 식으로 1%만 개선했다 하더라도 1만%의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사실 지금의 농산물은 자연과 완전히 달라진 생명체이다.

이런 인위적인 선택에 의한 개선을 ‘분리육종’이라고 한다. 자연의 유전자 변이 중에서 가장 유리한 쪽만 계속 선택하여 완전히 달라진 품종을 획득한 것이다.

지금의 옥수수는 자연에 존재할 수 없는 형태
지금 지구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식물은 옥수수이다. GM 옥수수를 인위적으로 조작된 위험한 작물이라고 하는데, GMO를 개발하기 훨씬 이전부터 옥수수는 이미 완전히 인위적인 작물이었다.

원래는 한 줄에 고작 몇 개의 열매가 맺혔다가 익으면 톡톡 사방에 튀어 번식하던 종이다. 그러다 익어도 씨앗이 튀어나가지 않는 돌연변이종으로 개량을 거듭하여 이제는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번식조차 하지 못하는 식물이 되었다.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쌀과 밀도 야생종과는 생산성은 물론 외형마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식물이다.

수렵 채취 시대의 것과 완벽히 다른 지금의 과일과 채소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은 바나나인데, 바나나는 원래 너무 작고 씨가 많아서 뿌리를 캐먹던 식물이다. 그런데 지금은 크기는 커지고 씨는 거의 사라졌다. 인간이 접목으로 만들어낸 공산품인 셈이다.

다른 대부분의 과일도 야생 그대로라면 지금의 입맛으로는 도저히 먹기 힘든 것들이 많다. 맛도 그렇고 크기도 작고 딱딱한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딸기만큼 친숙한 과일도 없다. 다른 모든 식용 베리류 생산량을 합한 것의 두 배나 생산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인간이 교잡하여 만든 작물로서 경작을 시작한 지 25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채소도 마찬가지이다. 야생 양배추 브라시아 올레라케아는 매우 쓰고 섬유질은 매우 질겨서 좋아하기 힘든 작물인데, 인간이 개량을 거듭하여 콜라비, 케일, 브로콜리, 브뤼셀 스프라우드, 양배추, 콜리플라워를 만들어 냈다.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식물처럼 보이는데 이들 모두가 한 형제이며, 인간이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지 않나?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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