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규 이화여대 교수, 식감ㆍ체내 흡수력 높인 3D 프린팅 플랫폼 개발

▲ 이진규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버튼만 누르면 하루에 필요한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있고, 맛도 있으며, 보기에도 좋은 식품이 내 눈 앞에 나타난다. 식량수급과 식문화에 대변혁이 예상되는 이런 일이 언제쯤 현실화될까? 3D 프린팅 기술로 맞춤형 식품을 생산하는 방법이 언젠가는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이진규 교수는 4월 24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18 실험생물학 대회(Experimental Biology meeting)’ 미국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식품 생산을 위한 3D 프린팅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식감과 체내 흡수를 조절할 수 있는 음식의 미세구조 생성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사람들이 언젠가는 3D 프린팅으로 원하는 식품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루 성분이 포함된 카트리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 식품 재료가 -100℃ 가까운 초저온에서 분쇄돼 가루가 된 상태.
(B) 미세한 크기의 식품 재료를 최적의 수분 함량과 열 조건에서 접착제를 분사해 다공성 필름 형태로 재구성. 이 필름형 재료를 만드는 공정은 3차원 식량 블럭을 만들기 위해 층층이 반복됨.
(C) 식품의 외부 모양과 특정 다공성 식품 블럭의 내부 미세구조는 먹고 소화하는 동안 음식의 질감을 느끼고 체내 흡수가 잘 되도록 디자인됨.(자료 제공 이진규 이화여대 교수)

그림1. 3D 프린팅 식품 제조공정

“3D 프린팅 식품, 세계 식량 공급에 중요 역할”
식품의 3D 프린팅은 최종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층의 원료를 배치한다는 점에서 다른 재료를 3D 프린팅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식품 재료를 컴퓨터 설계에 따라 출력하는 기술로 안전한 식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 체질이나 연령, 기호를 고려한 소비자 맞춤형 식품도 생산할 수 있다.

가공방법도 단순해 친환경적인 식품을 제조할 수 있고, 음식 쓰레기와 저장ㆍ수송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급증하는 세계 인구의 식량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조류나 대량 사육한 곤충 단백질 등을 활용할 수 있어 환경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식재료를 가루 형태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면 식량수급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몇 년 전부터 이미 단순한 형태의 3D 식품 프린터가 출시되고 있으나 가격이 비싸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네덜란드에서 3D 프린팅 음식 전문 레스토랑이 등장했고, 미군에서는 3D 프린팅 기술로 병사들에게 맞춤 영양분과 전장에서 전투식량 보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식품에서 느끼는 식감을 낼 수 있어”
식품블록 제조에 사용되는 프린팅 기술은 식품의 맛과 식감, 영양적 가치를 고려한 재료에 픽셀 단위의 미세한 공정에서 식품을 재성형 또는 가공하는 방식으로 실제 식품을 모방하고, 구현하게 된다. 문제는 맛이나 식감이 제대로 표현되느냐는 점이다. 이 교수팀은 입으로 들어온 음식을 미세하게 부수어 이와 혀로 섞어가며 느끼고, 삼키며, 소화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이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식품의 미세구조를 식품 소재에 더욱 가까운 조직으로 디자인해 구현할 수 있고, 물질의 변형과 흐름을 살피는 유변학적 특성과 조직감, 분산 정도를 고려한 디자인으로 확장할 수 있다”며, “개인의 건강 데이터에 따른 다양한 식감이나, 맛, 다른 영양분도 첨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 제공 이진규 이화여대 교수)

그림2. 3D프린팅한 모델의 크기별 식감 분석

음식 특성 모방한 미세구조 플랫폼 개발
이 교수팀은 357개 양방향 프린팅 노즐로 구성된 3D 프린터를 사용해 연구를 수행했다. 프린터 각각의 노즐은 5pl(피코리터) 정도의 액상 재료를 정교하게 분사해 구조체를 가진 식품블록을 출력한다. 연구팀은 이 프로토타입 3D 프린터로 실제 음식 샘플에서 관찰된 물리적 특성과 나노 규모의 질감을 모방한 미세구조를 가진 식품을 만들었다. 이어 연구팀이 만든 플랫폼과 최적화된 방법으로 탄수화물과 단백질 가루, 음식 질감을 조절하고, 체내에 흡수되는 방식을 조절할 수 있는 미세구조를 가진 식품으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출력공정 개선과 최적화 등으로 식품 3D 프린팅의 출력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기초적인 파라미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식품 단면 스캐닝, 분산되는 정도 및 물성 측정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식품의 용해도, 분산도와 물성 등을 조절해 3차원 식품 구조물을 생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연구가 아직은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나, 지속적인 연구로 3D 식품 프린팅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3D 식품 프린팅 기술로 장기 보관할 수 있고, 기능성을 높인 식재료와 식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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