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16.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옥수수는 진보적 육종 기술이 도입되면서 1980년대까지 생산성이 600% 향상됐으나, GMO는 고작 20% 정도의 생산성 향상을 보였으니 육종의 기적과는 비교도 안 되게 초라한 성과”라고 말한다.

최초의 GMO 산물은 인슐린
GMO의 방법은 알았으나 그 기술의 구현은 쉽지 않았고, 정교하지 못했다. 그러니 처음에 대상은 비싸고 대안이 없는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인슐린의 생산이 그것이다. 인슐린은 당뇨환자에게 꼭 필요한 호르몬이고, 51개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진 비교적 간단한 단백질인데,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만드는 기술은 없다. 기증받은 시체나 가축 사체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추출했기 때문에 값도 매우 비쌀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병균의 오염이나 면역반응 등의 문제가 있었다.
 
그것을 대장균을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길이 열린 것이 1976년이다. 최초의 GMO 상용화 제품이 미국에서 개발된 것이다. 인슐린과 인간의 성장호르몬과 같은 치료약 생산도 가능해졌다. 이후 간염 백신이나 인테페론 같은 항암치료제가 가능해지면서 유전공학은 IT기술과 함께 인간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꿀 신기술로 찬사를 받았다.
 
간혹 화려한 사용의 예를 만들기는 한다
육종으로 놀라운 기적을 만들었지만 엄연한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반딧불이가 형광을 내는 물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는데, 배추에는 그런 발광물질을 만드는 종은 없다. 그렇다고 반딧불이와 배추를 교잡시킬 수는 없으니 형광을 내는 배추를 만들 수는 없다.

그런데 반딧불이에서 그런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배추에 옮겨 넣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실제 반딧불이의 발광 유전자인 ‘루시퍼라제’를 누에 등 다른 곤충에 이식해 빛을 내게 하고 식물에 이식해 빛을 내게 하는 실험이 이미 성공했다.

식물이 형광을 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해보이지만, 유전자 측면에서는 별로 신기하지 않다. 그 불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불과는 완전히 달라 유전자 한 개로 구현이 가능한 불이다. 우리는 그런 GMO의 화려한 면에 너무 현혹돼 GMO가 왜 그렇게 성과가 내기 힘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그리고는 계속 실적이 별로 없었다
사실 70~80년대는 유전자 기술의 광풍이 불었던 시기이다. 인슐린, 인터페론, 성장호르몬 같은 고가의 단백질 제제를 GM 미생물로 쉽게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수많은 생물학 관련 학자들이 유전자 기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 성과는 계속 지지부진했다. 마치 인공지능처럼 말이다.

인공지능이 태동한 것은 벌써 70년 전인 1950년대이다. 그리고 당장 실현될 것 같은 온갖 비전이 남발했지만 거의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컴퓨터는 도저히 인간의 바둑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했다. 그러다 불현듯 알파고가 출현했다. 그런데 유전자 기술도 같은 길을 걸으려 한다. 갑자기 유전자 가위가 출현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육종과는 비교하기 힘든 초라한 성과 GMO
인간의 GM 기술은 육종의 성과에 비하면 말만 시끄럽지 결과는 매우 초라하다. 야생 옥수수에서 현재의 옥수수로 육종한 기적에 비하면 정말 유치한 수준인 것이다. 옥수수는 원래 마야에서 유럽에 도입됐지만 1940년대까지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다 녹색혁명, 진보적 육종 기술이 도입되면서 1980년대까지 생산성 600% 향상, GMO는 고작 20% 정도의 생산성 향상이니 육종의 기적과는 비교도 안 되게 초라한 성과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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