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12. 터무니 없는 생각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식물의 유전자, 동물의 유전자, 세균의 유전자, 심지어 바이러스의 유전자, 세상의 모든 유전자가 내 몸에 쏟아져 들어오는데, 그런 식물의 유전자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GM 작물에 포함된 단 하나의 유전자가 우리 몸의 유전자를 변형시킬 것이라는 건 터무니 없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소젖(우유)을 먹으면 소가 되나요?
에드워드 제너는 1773년 소와 접촉해서 가벼운 천연두를 앓은 우유 짜는 여자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면역’의 개념을 발견한 것이다. 이를 응용해 그는 천연두 고름 주사, 즉 ‘백신’을 발명했다. 당시에는 이 소 백신을 맞은 여자는 소를 낳는다거나 신체 일부가 소같이 변한다는 신문 삽화들이 나돌았다고 한다. 그런데 GMO에 관한한 그 시대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먹을 것에 대한 생각은 과거와 큰 차이는 없다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이 된다는 생각은 사탕수수에 설탕물을 주면 사탕수수가 더 달아지고, 청양고추에 고춧물을 주면 고추가 더 매워질 것이라고 믿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내 몸이 먹는 것에 따라 그렇게 달라진다면 번데기를 먹은 인간은 번데기가 되고, 물고기를 먹은 인간은 바다 속에 살고, 날짐승을 많이 잡아먹은 인간은 하늘을 날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먹을 것을 결정하지, 먹는 것이 나를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것의 기원을 추적하면 많은 것이 옥수수로 수렴하고, 여기서 단 한 단계만 더 추적하면 결국 식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물, 질산, 인산, 황산 같이 먹을 수 없는 것으로 수렴한다.
 
식물은 이산화탄소와 질산만으로 세상의 대부분의 유기물을 만든다. 황소는 풀만 먹고도 왕성한 근육을 만들고, 대왕고래는 아주 작은 새우만 먹고도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몸집을 유지한다. 식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 우리를 지배하는 물질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모든 생명은 세포마다 수천~수만개 유전자가 있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알려면 먼저 ‘G(gene 유전자)’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유전자는 모든 생명의 기본 설계도이며, 이 설계도 없이 살아가는 생명체는 없다. 인류가 이 설계도에 대해 알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1663년에 현미경의 도움으로 세포라는 생명의 기본 단위가 확인됐고, 1859년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됐으며, 1865년에는 멘델에 의해 유전학의 과학적 탐구가 시작됐다. 1870년부터 본격적인 품종 개량이 시작됐지만, 그 구체적인 기작은 몰랐다. 1944년에야 DNA라는 물질이 유전정보를 옮김이 증명됐고, 1953년 왓슨과 크릭에 의해 DNA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새로운 분자생물학과 생명공학의 시대가 열렸다.

모든 생명의 유전자를 구성하는 분자는 똑같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분자는 정말로 단순하다. A(아데닌), T(티아민)/U(유라실), G(구아닌), C(사이토신) 이렇게 네 종류의 분자가 전부이다. 이 4개의 분자가 3개씩 모여서 20종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것이 그 역할의 전부이다.

유전자는 컴퓨터가 0과 1로 저장된 프로그램과 데이터에 따라 그렇게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처럼 단지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이 정보량(DNA의 길이)은 정말 대단하다. 세포마다 30억 쌍의 염기가 이어져 있다. 3개의 염기쌍이 1개의 아미노산을 코딩하니 10억 개의 아미노산 서열을 정의할 양이고, 1개의 단백질이 300개 정도의 아미노산으로 되었다면 300만 종의 단백질을 코딩할 양이다. 그런데 우리 유전자의 99%는 단백질을 코딩하지 않고, 불과 2만 종이 약간 넘는 숫자만 코딩한다. 아직 풀어야 할 비밀이 많은 것이다.

어떠한 음식을 먹던 우리는 외래 유전자를 수십 만종 섭취한다
외래 유전자가 삽입된 식물을 먹으면 그 외래 유전자가 내 몸에 들어와 큰 탈을 일으킬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식품원료는 원래 생명이었고, 그 생명 안에는 반드시 유전자가 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외래 유전자를 섭취하는 것이다.

식물의 유전자, 동물의 유전자, 세균의 유전자, 심지어 바이러스의 유전자, 세상의 모든 유전자가 내 몸에 쏟아져 들어온다. 그런데 그런 식물의 유전자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GM 작물에 포함된 단 하나의 유전자가 우리 몸의 유전자를 변형시킬 것이라는 건 터무니 없는 생각이다. 곤충의 유전자 1개를 넣은 식물을 먹는 것은 곤충 1마리와 식물을 따로 먹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다.

유전자는 생각보다 차이도 적고, 공통적이다
가장 간단한 생명체인 세균도 4000종 이상의 유전자가 있는데 인간의 유전자가 고작 2만 종을 겨우 넘는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식물은 유전자가 가장 복잡한 편이라 인간의 2~3배 유전자를 가지는 경우가 흔하다. 더구나 생명 간에는 공통적인 유전자가 너무 많아서 사람에게는 피해가 없고, 해충이나 잡초에게만 피해를 주는 유전자를 찾기는 정말 쉽지 않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