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10. 현재 생산되는 GMO는 체계적 검증이 끝난 상태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1998년 4월 GMO가 유해할 수 있다는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주장)를 발표한 영국 로웨트연구소의 푸스타이 박사의 GM 감자 실험에 대해 “인간이 섭취하지 않는 GMO를 연구대상으로 하여 마치 GMO 그 자체가 안전성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기 영합의 선동의 과학”이라고 지적했다.

성공한 GMO 유전자는 두 가지뿐
수많은 GMO가 개발됐다고 하지만 실제 상업적으로 양산되는 GM 작물에 쓰이는 유전자는 두 가지이다. 글리포세이트 저항성 효소(EPSPs)는 이미 설명했고, 또 다른 주인공인 BT단백질은 원래 친환경 농법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처음에는 두 가지 유전자 중 한 가지를 사용한 작물이 많았는데, 지금 미국은 대부분 2가지 유전자를 모두 구현한 작물이다.

BT단백질은 100년간 친환경 농사의 대표적인 소재
토양에 있는 바실러스 투린지엔시스(Bt)균 내의 단백질은 잎벌레의 애벌레(rootworm) 같은 해충을 죽이면서도 포유류에는 무해해서 지난 수 십년 간 농부들이 농작물 재배에 사용하면서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재배법이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그 점에 착안해 그 균을 농지에 뿌리는 것보다는 해당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추출하여 옥수수에 유전자에 넣어서 발현시키는 것이다.

BT단백질은 곤충의 특별함에 기인
해충은 소화관이 pH 12의 강알칼리성으로 이런 조건에서 BT단백질이 활성화되는데, 인간이나 가축의 위는 pH 2.0의 강산성이다. BT단백질이 활성의 형태로 바뀌지 않는다. 또한 장에는 수용체도 없어 구멍이 생기지 않는다. 곤충에는 아직 그 목적이 밝혀지지 않는 기작에 의해 수용체의 결합을 신호로 구멍이 형성되고, 그 구멍으로 세균이 유입되면서 그에 대한 면역반응이 과다하게 발생하여 사망하는 일종의 패혈증인데, 인간이나 동물에는 그런 기작이 없다. 만약에 BT단백질에 영향을 받으면 GM 사료로 키우는 가축은 이미 수 억번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GMO에 활용할 유전자를 찾는 것이 가장 힘들다
GMO에 독사나 전갈의 유전자가 사용된다는 황당한 소리가 있는데, 한 품목의 개발에 수 천억이 들어가고 지독한 검증절차가 있는데, 논란이 될 것이 너무나 뻔한 유전자를 사용할 정도로 GMO를 개발하는 회사가 어리석지는 않다. 생명 간에는 공통성이 너무 많아서 사람에게는 피해가 없고 해충이나 잡초에게만 피해를 주는 유전자를 찾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세계적인 규모의 회사만이 그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서 개발하는 것이다.

푸스타이 박사의 GM 감자 실험
1998년 4월 GMO가 유해할 수 있다는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주장)가 나왔다. 영국 로웨트연구소의 푸스타이 박사는 쥐에게 렉틴 유전자를 삽입한 GM 감자를 먹이는 실험을 해 GM 감자가 쥐의 발육기능과 면역력, 위장기능 등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발표한 것이다. 잭콩(jackbean)의 렉틴은 진딧물이나 선충류의 공격으로부터 식물을 지키는 작용을 하는 단백질로서, 정제된 렉틴은 면역세포에 대해 독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스타이 박사가 잭콩 유래 유전자를 삽입한 GM 감자를 횐쥐 5마리에게 110일간 먹인 결과, 흰쥐에서 발육부진과 면역기능 억제가 관찰되었다는 것이다. 이 발표는 국제적으로 GMO의 안전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

쥐는 생감자를 싫어한다
문제는 실험결과가 고작 쥐 5마리여서 의미 있는 과학적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샘플이 너무 적었다. 더구나 쥐는 감자를 싫어하고, 감자를 익히지도 않고 준 것이다. 그래서 일반 감자를 먹인 대조군의 쥐에서도 비정상적인 증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렉틴은 원래 유독성 물질이다. 유독한 유전자를 넣었으니 문제의 감자가 독성을 띤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유전자 변형 기술 때문이 아니라 독성을 발현하는 물질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또, 푸스타이 박사가 만든 감자는 전분과 단백질 함량까지도 크게 달랐다. 잭콩의 렉틴 유전자는 영양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영양소로 그 자체가 바람직한 물질이 아니다. 푸스타이 박사가 실험한 것은 독성 유전자를 넣으면 독성이 발휘될 수도 있다는 정도의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상업화된 GM 작물의 안전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가 증명한 것은 쥐들은 (생)감자를 싫어한다는 것뿐이다. 그는 쥐들에게 충분한 감자를 먹일 수가 없었고, 그 결과 쥐들은 어떤 종류의 감자를 먹었는 지에 상관없이 모두 영양실조 상태에 빠졌다. 우리가 콩을 날 것으로 먹지 않고 익히거나 두부 등으로 만들어 먹는 것도 이런 성분때문이다. 인간이 섭취하지 않는 GMO를 연구대상으로 하여 마치 GMO 그 자체가 안전성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기 영합의 선동의 과학인 것이다.
 
GM 콩의 발육저해 논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에르마코바 박사가 2005년 10월에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GM 콩을 먹은 경우가 일반 콩을 먹은 경우보다 생후 3주 안 사망률이 6배 높았고, 일부는 저체중 상태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는 즉시 영국 식품기준청에 의해 부적절하다고 부정됐다. 이미 4세대에 걸친 정교한 실험이 있었고, 그 GM 콩이 마우스의 사망률이나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2004년에 확인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에르마코바 박사는 실험에 사용한 GM 콩을 햄 공장에서 얻었다고 했으나, 그 콩의 특성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 GM 콩은 상업화한 지 10년이 지났고,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콩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실험쥐의 생후 3주 안 사망률이 6배나 높을 정도로 독성이 현저했으면, 매년 500억 마리의 닭과 10억 마리가 넘는 소, 돼지가 사육되고 있는데, 큰 탈이 났어도 수 천번 났어야 한다. 불과 3주만에 현저한 독성이 나타난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데, 이런 유형의 실험결과를 위험성의 증거로 받아들이는 일은 지극히 상식 밖이다.

논문에도 레벨이 있다
이처럼 논문에는 천차만별의 수준이 있는데, 안전하다고 하면 청부의 과학이라고 부정하고 위험하다고 하면 무조건 믿는 경향이 있다. 안심을 의심하려면 불안하다는 소리도 똑같이 의심을 해봐야 한다. 심지어 반GMO 단체를 대상으로 GMO의 문제점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마치 GMO의 위험성이 입증된 것 인양 큰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연구에는 이중맹검 실험이 있다. 환자가 본인이 먹는 것이 진짜 약인지 위약인지 모르는 상태가 single blind이고, 그것을 제공하는 의사도 모르는 상태가 double blind이다. 실험자가 샘플 내용물이 어떤 것인지 아는 것 자체가 실험에 영향을 주므로 그런 요소마저 배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중맹검 실험결과 등을 모으고 모아서 하는 것이 체계적인 문헌고찰이다. GMO에 대해서는 이미 체계적인 문헌고찰 수준의 논문마저 여러 나라에서 여러 차례 나왔다. 심지어 반GMO 단체에서 그렇게 찬양하는 EU에서도 그렇게 결론이 났다.

체계적인 연구결과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아쉽다
초기에 아직 충분한 과학적인 결론이 없는 분야는 당연히 체험담이 소중하고, 개별적인 결과도 소중하다. 하지만 수십 년간 사용된 식품소재처럼 일반화된 분야에서는 과학적인 결론이 소중한 것이고, 결론이 나오면 결정적인 반박 자료가 나오기 전에는 승복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문제 제기의 실험이 나와 그것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끝나 과학적인 결론이 난 사안에 대하여, 그런데 비교의 대상은커녕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수준의 설문조사로 그 결과를 부정하려 하는 것은 정말 매너가 없는 것이다.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수 있고, 그럴 필요도 있다. 하지만 이런 체계적인 검증을 통해 결론이 나면 새로운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승복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아주 단편적인 실험을 가지고 이미 검증이 끝난, 체계적인 연구결과를 마구 무시하는 것은 무례한 행위인 것이다.
 
현재 생산되는 GMO는 체계적 검증이 끝난 상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2016년 50여명의 과학기술자, 농업인, 기업인 등이 참여하여 옥수수, 대두 등 GM 작물을 대상으로 20여 년간 발표된 900여 건의 연구자료와 데이터를 분석해 338쪽 분량의 종합 분석보고서를 작성했다. GMO가 만들어진 이후 20여 년간 농산물을 섭취한 사람과 동물을 대상으로 질병 발생 여부를 추적 조사한 결과 암ㆍ비만ㆍ위장병ㆍ신장질환ㆍ자폐증 등 다양한 질병 군에서 병을 유발했다는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10년 12월 유럽위원회는 동물, 사람, 환경에 대한 GMO의 안전성을 평가한 50개 연구 프로젝트를 요약한 보고서를 발행했는데, ‘GMO가 관행종보다 더 위험하다는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GMO 사료를 먹인 수십억 마리의 가축들을 분석한 메타연구이다. 결론은 ‘기존 사료를 먹인 가축들과 건강상 차이가 없다’이다. (J Anim Sci. 2014 Nov;92(11):5293.)

미국뿐만 아니라 WHO 그리고 EU 등 전 세계 280여개 국제과학기구들이 현재 시중에 나온 GMO는 기존 작물과 비교 시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중 유럽이 89곳이다.

10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도 안전하다고 선언
작년에 107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환경단체 그린피스를 상대로 GMO 반대운동을 멈춰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물리학,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 석학들은 이 성명에서 ‘현재까지 GMO가 인간이나 동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권위 있는 과학기관의 연구결과를 인정해 GMO 반대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참여한 노벨상 수상자 수가 전 세계에 생존해 있는 수상자(296명)의 3분의 1이 넘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른 사건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