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9. 글리포세이트 때문에 미네랄 고갈로 온갖 질병 생긴다는 것은 공상소설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글리포세이트 때문에 미네랄의 고갈로 온갖 질병이 생긴다는 것은 완전한 공상소설”이라고 지적했다.

글리포세이트는 GMO 아닌 제초제
요즘은 GMO보다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말이 많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글리포세이트를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때문이다. 과학계에서 처음으로 GMO와 관련된 제품에 위험성을 인정한 것이니 반GMO 진영은 무척 고무된 것 같다. 그런데 글리포세이트는 GM 작물이 아니고 농약이다.

GMO는 기존 식품과 비교하고, 글리포세이트는 기존의 농약과 비교해야지, 글리포세이트가 마치 GM 작물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잔류농약의 안전성 논란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그리고 글리포세이트는 기존에 많이 썼던 제초제인 파라콰트(그라목손)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안전하다. 잡초나 해충을 죽이는 농약은 인체에도 유해하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므로 가급적 사용을 줄이면 좋겠지만 농약 없이 농사를 짓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다.

제초제 잔류량 검사는 쉽다
그동안 농약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안전한 농약의 개발과 적절한 사용방법에 대한 꾸준한 노력으로 많은 개선이 있었다. 농약별로 사용가능한 작물도 정해져 있고, 잔류기준도 있어서, 기준치를 벗어나면 폐기한다. 만약 잔류허용기준이 약하다면 강화하면 되고, 더 안전한 농약이 있다면 그것을 쓰도록 하면 된다.
 
제초제는 공짜가 아니다. 사용에 비용이 들지만 제초제가 없다면 그보다 150배의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사용할 뿐이다. 그래도 불안하면 비용을 감수하며 유기농을 택하면 되고, 잔류농약 규격이 지켜진 제품은 충분히 안전하다고 믿으면 관행농을 택하면 된다.

글리포세이트가 미네랄의 흡수를 막는다고?
1940년대부터 화학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온갖 새로운 화학물질이 개발됐는데, 글리포세이트는 제초제를 목적으로 개발된 물질이 아니었다. 글리포세이트는 1950년 스위스 화학자이자 제약회사 소속 헨리 마틴(Henry Martin)이 최초로 발견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제초제의 역할을 몰랐고, 파이프 안에 쌓인 금속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알았다. 그래서 1964년 킬레이트(chelate) 화학물질로 특허를 등록한다. 킬레이트는 그리스어로 ‘꽉 잡는다’는 뜻이다.

이것을 근거로 글리포세이트 유해론이 만들어졌다. 글리포세이트가 강한 킬레이팅 능력으로 망간을 꽉 잡음으로써 식물 효소의 작용을 막아 식물을 죽게 만들고, 글리포세이트가 온갖 미네랄의 흡수를 막기 때문에 인간이 섭취하는 식물에 미네랄이 부족하며, 글리포세이트가 들어간 식물을 먹게 됨에 따라 인간도 미네랄 고갈로 온갖 질병에 걸린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무도 글리포세이트를 킬레이트제로 쓰지 않는다
그 당시에는 화학의 전성시대라 일단 가능한 모든 화학물질을 합성해내고 그 용도를 찾는 식이었다. 일단 용도를 킬레이트제로 했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그것을 킬레이트제로 쓰지 않는다. 그 성능이 식품에 흔히 존재하는 유기산이나 아미노산에 비해서도 별로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킬레이트 결합은 영구 결합이 아니다
(-) 전하를 띤 킬레이트제는 (+)를 띈 미네랄과 잘 결합한다. 하지만 그 결합이 무한정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분자는 격렬하게 요동하므로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지 결합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킬레이트는 미네랄의 흡수를 막는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의 미네랄은 극성이 있어서 오히려 흡수가 안 된다. 아미노산 등과 결합하면 더 흡수가 잘 된다. 글리포세이트 때문에 미네랄의 고갈로 온갖 질병이 생긴다는 것은 완전한 공상소설이다.

만약에 글리포세이트가 문제라면 그보다 훨씬 강력한 킬레이트제인 피트산이 다량 존재하는 현미는 독극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가장 강력한 킬레이트제로 식품에 사용이 허용된 EDTA는 중금속의 치료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토양에서 킬레이트제, 중금속 억제ㆍ미네랄 흡수 도와
글리포세이트 때문에 미네랄이 고갈돼 식물이 죽게 되고, 사람들이 그것을 먹게 되어 온갖 질병이 생긴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보면, 어쩌면 저렇게 맹목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초제 저항성 식물은 어떻게 살아남느냐는 것이다.

제초제 저항성 작물은 글리포세이트를 분해하는 물질이라도 외부에 분비해서 미네랄을 흡수하는 신통력이라도 가졌단 말일까? 정말 터무니없는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농업에는 킬레이팅 농법이 있다. 적절한 킬레이트제를 사용하면 암석에 고정되어 있는 미네랄을 녹여서 식물에게 흡수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미네랄은 적절한 속도로 공급하고 중금속의 흡수는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으니 식물의 성장에 훨씬 유리한 방법이다.
 
그런데 글리포세이트는 그 정도의 효과는 없고, 사용하나 안하나 식물의 미네랄 흡수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글리포세이트의 제초제 기능 발견은 행운
글리포세이트는 킬레이트제로는 가치가 없다. 그러다 제초제의 용도가 발견됐고, 글리포세이트 저항성 작물의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눈부신 상업적 성공을 했다.

제초제의 작용기작이 우연히 발견됐는데, 글리포세이트는 주로 잎을 통해 흡수된다. 그리고 5-에놀피루브시킴산-3인산 합성효소(이하 EPSP효소)의 작동을 억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EPSP 효소는 시킴산3인산(S3P)과 포스포에놀-피루브산(PEP)을 결합하여 EPSP(5-에놀피루브시킴산-3인산)를 합성하는 기능을 한다.

효소(EPSP)의 작용이 차단되면 식물은 티로신, 트립토판 그리고 페닐알라닌 등 방향족 아미노산(aromatic amino acids) 합성을 못하게 한다. 식물에게 방향족 아미노산은 정말 중요하다. 방향족 아미노산이 공급되지 않고 시킴산만 쌓이게 되어 글리포세이트를 살포한 식물은 수 시간 내 생장을 멈추고, 며칠 지나 잎이 노랗게 변하고, 죽게 된다. 이런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글리포세이트는 싹이 난 후 식물에만 작용하고 발아 전 살포는 효과가 없다.

몬산토의 GM 옥수수 NK603은 EPSP 합성효소가 추가된 품종
옥수수 NK603은 2002년 12월에 우리나라 수입이 승인된 품종이다. 기존 옥수수 유전자 3만4000개에 1개의 외부 유전자를 추가한 것으로, 그 유전자는 미생물(Agrobacterium sp. strain CP4)에서 유래한 CP4 EPSPs 유전자이다. 미생물의 CP4 EPSP 효소는 글리포세이트와 결합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이 있다.
 
CP4 EPSPs를 따로 분리ㆍ정제하여 실험한 결과, 독성과 알레르기가 없다고 밝혀졌고 옥수수 알맹이 1㎏에 10㎎(10ppm) 발현된다. 기존 옥수수의 EPSPs 함량에 비해서는 매우 많지만 절대량은 매우 적다. 단백질이라 위에서 15초 이내에 절반 이상 분해되고 한국인의 1일 옥수수 섭취량은 0.6g/㎏/1을 감안하면 성인 60㎏ 기준으로 평생을 먹어도 10.5g 정도의 양이다.

옥수수 NK603은 미국, 일본, 캐나다 등 20개국에서 승인돼 많이 재배하고 있다. 일반 옥수수와 일반성분, 아미노산, 지방산, 미네랄, 비타민, 칼슘, 인 등에 차이가 없었다. 90일 아만성 독성연구(2004년) 및 2년 만성 독성연구(2012년)를 검토한 결과, 독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은 원래부터 방향족 아미노산을 합성하지 않는다
인간은 트립토판, 페닐알라닌 같은 방향족 아미노산은 합성하지 못한다. 그래서 필수아미노산이라 하고 음식을 통해 섭취한다.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글리포세이트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글리포세이트는 단지 EPSP 효소의 PEP 결합자리를 대신 차지할 뿐 다른 작용은 없다. PEP 자리를 차지하고 비켜주지 않아 방향족 아미노산의 생산이 멈추게 되기 때문에 치명적이지, 물질 자체가 치명적인 반응성이나 위험성이 내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농약을 개발하기도 쉽지 않다
연구소에서 만들어 내는 농약의 후보화합물은 효과시험, 독성시험 등 많은 시험을 수행하여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다음 등록된다. 많은 후보화합물이 농약으로 등록되는 비율은 35,000 : 1로 매우 낮고, 화합물의 합성부터 등록까지 10년 이상의 시간과 15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가 들며, 시험동물을 이용하여 안전성을 최종 확인하는 등 신농약 제품으로 등록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한다.

잔류농약은 과일을 그냥 세척하지 않고 껍질째 먹어도 되는 수준으로 많이 안전해졌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 유명마트와 시장 등에서 판매되는 사과ㆍ배ㆍ감ㆍ포도 등 과일류 4776건의 농약 잔류량을 분석한 결과, 4767건(99.81%)의 과일에서는 잔류농약이 검출되지 않았거나, 검출되더라도 세척하지 않고 섭취해도 되는 수준의 극미량이 잔류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현재 농가에서 사용 중인 농약은 독성은 낮고 체내 축적도 낮도록 많이 개선됐는데, 농약에 대한 불안감은 전혀 개선된 것 같지 않다.

글리포세이트는 제초제 중에 안전한 편
몬산토는 그동안 라운드업은 세상의 어떤 제초제보다 안전하며, 심지어 커피의 카페인보다 독성이 적다고 자랑했는데, 발암성 의심을 받게 되었으니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글리포세이트가 예전에 사용하던 제초제보다 훨씬 안전한 것은 사실이다. 글리포세이트는 반감기가 1달 정도로 짧고, 독성은 낮은 편에 속하는 제초제이다. 아무리 안전해졌다고 해도 조심히 사용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수입된 제품은 모두 통관검사를 받아 규격에 적합한 제품만 들어오고 식용으로 쓰는 것은 식용유와 전분당이라 그 제품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혹시라도 의심스러우면 언제든지 잔류농약 검사를 해보면 그만이다.

글리포세이트로 제초제 소비량이 폭증했다고?
모 교수는 “1996년 GMO 작물이 처음 재배된 이래 글리포세이트 사용량이 15배 증가했고, 곡물 잔류허용량은 50배, 노출허용기준은 17배 증가했다. 쌀의 글리포세이트 잔류기준은 0.05ppm인데, 밀의 잔류허용 기준치는 쌀보다 100배 많은 5ppm이다”면서 글리포세이트의 위험성을 주장하고 있다.
 
쌀이나 밀은 GMO 작물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직접 글리포세이트를 뿌리면 작물이 죽는다. 통상 작물에 제초제 잔류허용기준은 5~10ppm 정도이다. 쌀의 0.05ppm는 직접 뿌리지 않기에 설정된 기준이다.
 
GM 작물이 개발된 이래 글리포세이트 사용량이 급증한 것은 맞다. 글리포세이트는 40년 전에 개발됐는데, 특별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다가 글리포세이트를 뿌려도 죽지 않는 GM 작물을 개발하자,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대신 다른 제초제 소비는 격감했다. 그래서 전체 제초제 사용량은 오히려 약간 줄었다. 그리고 글리포세이트가 기존 제초제보다는 독성이 적어서 전체적인 독성은 훨씬 줄어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에 글리포세이트가 기존 제초제보다 독성이 강하다면, 몬산토가 글리포세이트로 큰 돈을 버는 동안 시장을 잃고 매출이 급감한 다른 농약회사에서 비윤리적이라고 문제를 삼았어야 정상이다.

글리포세이트 내성 잡초는 몬산토에게 악몽일 뿐
글리포세이트를 몬산토에서 개발한 것은 맞지만 2000년 특허권이 소멸돼 거의 모든 농약회사에서 만들고 시중에 판매되는 것이 750종류가 넘는다. 하지만 브랜드파워에 힘입어 몬산토는 여전히 그것을 통해 큰 돈을 벌고 있다. 더구나 이 제초제에 견디는 작물의 종자를 묶어 팔아 큰 돈을 벌고 있다. 이 둘을 합치면 몬산토 이윤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만약 글리포세이트 내성 잡초가 일반화되면 몬산토의 제초제와 작물이 무력화되어 몬산토에게는 이익의 절반이 사라지는 재앙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자연에 재앙은 전혀 아니다. 단지 필수아미노산 합성효소가 강화된 작물일 뿐이다. 더구나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통제가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해충처럼 날아가 버리는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통제 가능한 붙박이 식물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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