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신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전통식품, 국제식품규격 제정 통한 세계화
국가 인지도 제고ㆍ식품산업 발전 위한 국가적 임무

심유신 한국식품연구원 식품표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코덱스(CODEX Alimentarius)는 국제 식품교역 촉진과 소비자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설립한 국제식품규격위원회로서, 회원국들의 합의를 원칙으로 식품에 대한 규격과 지침을 제정하는 국제기구이다. 따라서 코덱스 규격은 식품의 전반적인 사항에 관해 각 회원국에게 권고되는 기준으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국제교역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침서로서 역할을 한다.

코덱스 규격은 당초 FAO/WHO 식품규격 합동프로그램에 의해 유럽지역에서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의 원활한 교역을 위해 제정되기 시작했는데 유럽국가, 미국, 캐나다 등 주로 서방 선진국들의 주도로 규격 설정이 이뤄졌으며, 각국이 스스로 코덱스 규격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자발적 규격으로서 성격이 강했다.

이후 1995년 WTO 체제 출범과 함께 발효된 TBT(Agreement on Technical Barriers to Trade) 및 SPS(Agreement on the Application of 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 협정에는 코덱스가 국제기준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근거가 명시됐는데, 이에 따라 코덱스는 식품위생에 관한 유일한 국제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

2018년 현재 코덱스는 206개 상품규격과 15개 일반규격, 53개 실행규범, 78개 지침서, 4개 기타문서를 제정ㆍ운영하고 있으며, 총 188개 회원국(187개 국가 및 EU)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1년 코덱스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검역정책과)가 코덱스 공식 접촉창구로 등록돼 있다. 코덱스 규격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전통식품에는 김치(세계 규격, 2001), 고추장(아시아지역규격, 2009), 된장(아시아지역규격, 2009), 인삼제품(세계규격, 2015), 김제품(아시아지역규격, 2017)이 있다.

코덱스 규격으로 등재되는 식품은 일정 규모의 생산량과 소비량, 교역량이 있고, 안전성이 확보된 품목이어야 한다. 기존에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품목들 중심으로 코덱스 규격이 제정됐다면, 최근에는 아시아 식품의 인지도가 상승함에 따라 아시아 지역 내 전통식품을 코덱스 규격으로 등재시키기 위한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는 전통식품의 세계화를 목적으로 김치(Kimchi), 고추장(Gochujang) 등 전통식품을 고유명칭 그대로 코덱스에 등재시켰다. 그러나 한 국가의 전통식품은 특정국가에서 생산된 특정식품으로서 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일정 규모의 교역량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국제규격 설정기준에 부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코덱스에서 는 이러한 부분에 오랜 시간동안 주목해 왔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 전통식품의 코덱스 등재에 본격적인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등재되는 규격명도 특정지역에서 통용되는 고유 명칭이 아닌 세계적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고, 타국의 유사제품을 포함할 수 있는 포괄규격을 제정하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제재로 인해 우리나라는 인삼제품의 코덱스 등재과정에서 규격명을 ‘insam(인삼)’이 아닌 ’ginseng’으로 변경해야 했으며, 일본 또한 현재 규격화가 진행 중인 낫또의 규격명을 ‘natto(낫또 )’ 대신 ‘fermented soybean products(발효 콩 제품)’로 변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제식품규격 제정을 통한 전통식품의 세계화는 우리나라 인지도 제고와 식품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국가적 임무이다. ‘한국만의 전통식품’이 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잠재력이 있고 수출가능성이 높은 ‘전략식품’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성장가능한 전통식품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발굴이 선행돼야 하며,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지원으로 국내 전통식품 제조업체가 국제식품규격에 부합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시장 개척을 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