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6. 조심은 지혜, 과도한 집착은 병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너무 낮고, 가격경쟁력이 낮아 GMO를 규제해 봐야 이득을 볼 여건이 안 된다”며, “GMO를 규제해 봐야 국산콩과 국산옥수수 사용량이 느는 것이 아니라 수입산 non-GMO 소비로 대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MO 표시는 그 안전성에 비해 지금도 너무 과하다
GMO에 대한 완전표시제 요구를 수용해 전분당이나 식용유에 GMO 표시를 하면 문제가 완전히 끝날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음 이슈가 떠오를 것이다. GM 사료로 키운 육류, 우유, 달걀은 어떻게 하고, GM 미생물이나 효소로 만든 원료는 어떻게 하며, GM 콩에서 추출한 레시틴, 토코페롤 등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등이다.
 
사실 GM 기술은 GMO을 만드는 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비타민, 효소, 아미노산 등을 생산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치즈 제조에 필요한 응고제인 ‘응유효소’는 예전에는 송아지 위장에서만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GM 미생물에서 만들어진 응유효소를 쓴다. 이미 1990년부터 상업화되어 영국, 미국 등에서 생산되는 치즈의 90% 정도가 그렇게 만들어진다.
 
식물 섬유소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셀룰라아제라는 효소는 포도주, 주스는 물론, 섬유 가공, 제지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데, 유럽에서만 5종 이상의 셀룰라아제가 GM 미생물에서 생산되고 있다.
 
GMO 미생물의 효소로 만든 포도당은 또 어떻게 할 것이고, 그런 포도당을 먹여 키운 미생물로 만든 제품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를 따지면 끝이 없다. 적당히 멈출 곳에서 멈출 줄 알아야 현명한 것이지 이런 의미 없는 이슈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GMO 표시는 그 안전성에 비해 지금도 너무 과한 편이다.
 
우리와 식량자급률이 완전히 다른 유럽
유럽은 식량자급률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이 높은 편이다. GM 작물의 원천기술과 특허는 미국이 절대강자이다. 유럽은 GMO 표시제 등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자국의 농산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GMO를 규제해 봐야 이득을 볼 여건이 안 된다. 현재의 자급률이 너무 낮고 가격경쟁력이 낮아 그런 규제를 해봐야 우리 농산물이 보호되지 않는다. GMO를 규제해봐야 국산콩과 국산옥수수 사용량이 느는 것이 아니라 수입산 non-GMO 소비로 대체되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양의 non-GMO 콩과 옥수수가 수입되고 있다. 만약 GMO 표시 강화로 국산농산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지금 수입되는 non-GMO 원료가 국산으로 대체됐어야 정상이다. non-GMO 수입비율이 늘지 국산의 비율이 늘지 않으니 GMO를 규제해도 얻게 될 이익은 없다.

GMO에 대한 유럽의 두 얼굴
유럽의 GMO 표시규정이 까다롭다고 그것을 GMO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신호로 해석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2010년 12월 유럽위원회는 동물, 사람, 환경에 대한 GMO의 안전성을 평가한 50개 연구 프로젝트를 요약한 보고서를 발행했는데, “GMO가 관행종보다 더 위험하다는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없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전 세계 280여개 과학단체들이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며 GMO를 지지했는데 그 중 유럽이 89곳이다. 세라리니의 장기독성 실험이 나오자 그 실험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곳도 유럽 식품안전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efsa)이었다.
 
유럽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비판적 관점에서 면밀히 조사하여 모두 안전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단지 자국의 농산물을 보호하는데 합법적인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수출하는 제품에는 GMO 표시를 전혀 하고싶어 하지 않는다. GMO 사료로 키운 축산물에 GMO 표시를 하겠다는 의지는 없고, 치즈는 GMO 사료를 먹고 자란 젖소에서 얻은 우유에 GM 미생물에서 추출한 응고효소를 사용해 만들지만 그런 치즈에 GMO를 표시하겠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없다.

비의도적 혼입량 기준치 바꾸면 안전이 증가할까?
non-GMO 콩을 사용해도 GMO 콩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을 비의도적 혼입이라고 하는데, 보통 평균 0.6% 정도 혼입이 있다고 한다. 허용기준은 EU가 0.9%, 한국이 3%, 일본이 5%이다. 그럼 한국은 EU보다 3배 많이 먹고 일본은 5배 많은 양을 먹게 될까? 전혀 아니다. 3군데 다 똑같은 콩이다. 단지 EU 기준은 간혹 초과할 수 있고, 한국은 초과할 가능성이 없고, 일본은 절대 없을 수준일 뿐이다.

제품을 분석해서 0.5%면 한국에 수출하는 콩에는 2%를 추가하여 2.5%로 만들고, 일본에는 4%를 추가해 4.5%를 만들어 수출할 가능성이 있을까? 콩은 그런 수고를 들일 정도로 가격차가 나지도 않고, 그 콩들이 충분히 골고루 섞인다는 보장도 없다. 더구나 의도적인 혼합이면 무조건 불법이다.
 
일반 콩과 GMO 콩만 구분 유통되지 EU용, 한국용, 일본용으로 구분 유통되지는 않는다. 한국의 기준이 3%인 것을 0.9%로 낮추면 뭔가 안전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단지 만약에 기준을 초과할 것을 대비한 보험료만 증가하는 것이다.

조심은 지혜, 과도한 집착은 병
수많은 GM 작물이 개발됐다고 하지만 실제 수입되는 것은 콩과 옥수수뿐이다. 식용유와 전분당만 분리ㆍ정제해서 사용하기에 실제 한국인이 먹는 GMO 성분은 없다. 단백질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힘들지만 전분당과 식용유는 분석하면 쉽게 확인ㆍ검증할 수 있다.

GMO의 안전성은 유럽을 포함한 모든 책임 있는 보건당국이 공인한 것이다. 전분당과 식용유까지 의심하는 것은 최소한의 합리성과 과학도 없는 야만의 세계이다. 완전표시제를 하면 똑같은 제품에 가격만 올라간다. 수입산 가짜가 등장해도 분석할 방법이 없다. 국내 제품만 역차별을 받게 된다.

건강이 증진되거나 안심이 증가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 GMO 사료로 키운 축산물, 토코페롤, 레시틴 등 부형제를 문제 삼아 새로운 이슈를 만들 것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불안장사를 멈춘 적이 없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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