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4. non-GMO 표시까지 명확하게 규정돼 있는 우리나라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가축 사료에도 GMO 표시를 하고 있으나 사람이 먹는 식품에는 GMO 표시를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오해를 불러오는 나쁜 표현”이라고 말한다. 사료에는 GM 콩이나 옥수수를 쓰고 있으니 표시하는 것이고, 식품에는 전분당이나 식용유를 쓰지 GMO를 직접 쓰지 않으므로 표시하지 않는 것인데, 마치 우리가 먹는 음식이 사료보다 더 느슨하게 관리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2번째 GMO 표시국
우리나라는 유럽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GMO 표시를 시작했고, 그동안 표시가 계속 강화돼 왔다. 다른 나라와 차이가 특별히 크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GMO 표기가 늦은 편은 절대 아니다.

1999년 최초 규정에 따르면, GMO 표시는 ‘기존 농산물과 구성성분, 영양가, 용도 또는 알레르기 반응 등의 특성이 다르다고 판정된 경우’, ‘인간의 유전자를 도입한 농수산물 등 윤리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품목’에 하게 되어 있다. 그때 기준이라면 지금의 GM 콩이나 옥수수는 직접 써도 전혀 표시할 필요가 없다. 인간의 유전자를 사용하지 않았고 구성성분, 영양성분, 용도 등도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GM 제품이 당뇨치료용 인슐린인데, 돼지 췌장에서 극소량 추출하던 것을 GMO 기술이 개발되자 대장균을 이용해 값싸게 원하는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돼지 유전자를 썼고, 약간의 부작용이 있었는데 인간 유전자를 사용하자 부작용이 없어져 인간 유전자가 농수산물에도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 유전자의 윤리적 사용을 명시했다.

GMO 표시하지 않으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GMO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인데, 시중에는 GMO 표시가 된 제품이 없다”면서 마치 우리나라 식품회사가 식품 표시 관련 법규를 무시하거나 속이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식품 표시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편이다.

GMO를 사용하고 GMO를 표시하지 않으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GMO를 쓰고도 표시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GMO를 쓰고도 non-GMO라 표시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다른 사항을 표시하지 않으면 보통 1차 위반 시에는 경고 처분부터 시작하는데, GMO는 품목제조정지와 벌금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non-GMO 표시까지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는 비유전자변형식품, 무(無) 유전자변형식품, Non-GMO, GMO-free 표시가 가능하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 조건은 표시대상 원재료 함량이 50% 이상이거나 1순위로 사용한 식품일 때 그리고 최종 제품의 비의도적 혼입치도 없을 때라는 제한이 있을 뿐이다. 즉, 쌀에다 GMO free를 표시하면 표시 위반이다. 우리나라에 GMO 쌀은 없기 때문이다. 밀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나 우리나라의 다른 식품에는 이처럼 무(Free), 비(non) 표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데, GMO에만 유난히 이런 규정이 명시돼 있는 것은 그만큼 여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표시가 없는 것은 해당 원료를 쓰지 않기 때문
“가축 사료에도 GMO 표시를 하고 있으나 사람이 먹는 식품에는 GMO 표시를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오해를 불러오는 나쁜 표현이다. 사료에는 GM 콩이나 옥수수를 쓰고 있으니 표시하는 것이고, 식품에는 전분당이나 식용유를 쓰지 GMO를 직접 쓰지 않으므로 표시하지 않는 것인데, 마치 우리가 먹는 음식이 사료보다 더 느슨하게 관리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두유나 두부같이 단백질을 포함한 콩이나 옥수수를 통째로 사용해야 하는 제품에는 GMO를 사용하는 경우가 없다. 식품회사는 소비자 인식이 부정적이어서 자사 제품에 GMO를 표시해야 한다면 쓰지 않는다. 식용유, 전분당과 같이 유전자의 흔적마저 없어서 표시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만 쓴다. 그래서 표시가 없는 것뿐이다.

우리나라 식품표시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다
제품 포장지에 예전에는 주요 원료 5가지를 표시하고 합성보존료, 합성색소 등 위해성 이슈가 있는 원료를 추가하여 표시했다. 요즘은 전 원료 표시제도로 모든 원료를 풀고, 원료(반제품)에 포함된 원료까지도 풀어서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보통의 인내심으로는 도저히 모두 읽기 힘들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상세한 표시사항을 제공한다. 제품 개발자, 포장 개발자 모두 표시사항 작성과 확인에 애를 먹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는 전혀 만족해하는 것 같지 않다.

영양성분 표시제도도 이미 가장 상세한 편이고 여기에 어린이 신호등, 나트륨 표시제 등 계속 추가 중이며, 세계에서 드물게 강력한 원산지표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알레르기 표시제도는 알레르기 물질의 잔류 여부와 무관하게 표시하게 하며, 그 대상 품목은 계속 확대 중이다.

표시 금지 규정마저 매우 까다롭다. 원래 존재하는 당분이 존재하면 무설탕 표기를 할 수 있다. MSG를 넣지 않아도 글루탐산이 있으면 무(無) MSG 표시는 안 된다. 보존료를 넣지 않아도 원래 존재하는 것이 없거나 보존료 사용이 가능한 품목이 아니면 무(無) 보존료 표기도 금지이다. 천연이라는 표시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막았다. 과장광고를 막기 위해 어떤 검증되지 않은 내용의 문구도 허용하지 않는다.

GMO 가장 많이 소비하면서 아무런 표시 안 했던 미국
미국은 GMO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과 옥수수는 90% 이상이 GMO이다. 그리고 콩은 절반 정도, 옥수수는 80% 정도가 미국 내에서 아무런 표시도 없이 소비됐다. 미국이 그동안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1992년 유전자조작으로 인한 농산물이나 식품이 일반농산물과 비교해 표시를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차이가 없다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차이가 없으니 기존 제품과 구분해서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야 GMO 표시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는 많이 다르다. 문자, 그림 혹은 QR코드로 표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QR코드로 표시하면 스마트폰과 앱을 사용해야 확인할 수 있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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