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표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원

장내미생물 구성ㆍ식이에 의한 개인 특이적 혈당 변화 예측
생체 변화 가설 수립, 원인 규명 위한 검증 수행에도 활용

홍승표 한국식품연구원 장내미생물연구단 연구원

최근 MIT가 선정한 2018년 10대 혁신 기술에는 이례적으로 두 개의 기계학습 관련 기술(‘대중 AI’와‘경쟁 학습’)이 포함돼 있다. 이는 기계학습이 빅데이터로부터 특정 의미를 추출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필수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때문이다.

2018 MIT 선정 10대 기술에서 주목할 점은 기계학습이 일부 연구자의 전유물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분석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통계분석이 일반적인 실험연구에 활용되는 것처럼 기계학습 또한 다양한 연구 분야에 일상적인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최근 장내미생물과 건강 사이의 관계규명에 있어서 기계학습의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장내미생물은 생체로 유입된 식이를 호스트가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제공하고, 비타민을 포함한 다양한 영양소의 합성, 생체 면역기능의 활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대장암, 과민성 대장 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과 같은 장관 질환 및 비만, 제2형 당뇨, 뇌 질환 등과 같은 비장관 질환에 폭넓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인 미생물학의 관점은 단일 미생물에 의한 단일 질병유발을 가정하고 있고, 이 관계는 통제된 실험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내미생물과 관련한 질환은 단일 미생물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 장내미생물 전체의 변화(dysbiosis)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례로,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장내미생물은 정상인에 비해 낮은 다양성을 보이는데, 장내미생물의 다양성 감소는 대사회로에 관계된 미생물 유래 유전자 결여로 인한 대사물질의 변화를 유도하고, 최종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최근에는 단일 장내미생물의 질환 유발 인과관계 규명과 함께 장내미생물 전체를 파악하고 이로부터 질병의 원인이 되는 장내미생물(군)의 변화를 예측함으로써 질병 제어의 실마리를 찾고자하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 개인은 약 1천여 종의 고유 장내미생물 구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늘날 개인의 전체 장내미생물 조성은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라 불리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을 통해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생체의 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상호작용 하에 군집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고유의 미생물 군집의 유지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나 수 천 종의 다양한 미생물이 어떻게 개인의 건강상태와 연관되어 있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기계학습은 대량의 데이터로부터 특정 현상과 관련된 중요한 변수를 선택하고 변수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파악하는 전산학적 방법론으로, 다양한 수학적 모델과 이를 데이터를 이용해 학습하는 체계적인 방법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질적인 자료들을 통합 분석하여 자료가 가진 구조를 규명하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단순 통계분석이 방대한 장내미생물 정보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데 한계를 가지는데 반해 기계학습은 장내미생물-건강의 복잡한 관계를 규명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기계학습은 개인의 장내미생물 구성 및 식이에 의한 개인 특이적 혈당변화를 예측하는데 성공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기계학습 모델은 질환 발병의 예측 등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기계학습 모델로부터 생체의 변화 가설을 수립하고 이의 원인 규명을 위한 검증 실험수행에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장내미생물 분포를 이용하여 특정 식이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과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구분하는 모델을 만들게 되면, 그 모델 자체를 분석함으로써 특정 식이 반응과 관련된 중요 장내미생물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생체 대사물질들을 분석해 식이에 의한 건강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건강한 정상인과 질환자의 장내미생물간에 큰 차이가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정상인과 질환인의 장내미생물 차이를 유발하는 결정적인 인자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며, 향후 이 과정에서 기계학습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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