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계절의 강물도 흐르고 세월의 강물도 흘러 올 한 해도 저물어 기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46회의 산행을 하였고 3회의 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 인생은 흐르는 물처럼 그리고 섬광을 내고 사라져가는 번개처럼 그렇게 빨리 흘러가고, 우리는 뒤돌아보면 지나간 세월보다 빠른 게 없다고 이야기한다. 흘러간 세월 속에서 가파른 오르막 산길을 오르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고 낯선 곳을 여행하며 낯선 사람과 수려한 경관을 만나고 일상의 내 자리로 돌아왔다. 저물어 가는 2017년은 아름다웠다.

1. 송년 산행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산행을 위하여 강릉으로 떠났다. 쾌방산과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걷기로 하였다. 먼저 쾌방산의 산행은 강릉의 통일안보전시관에서 시작하기로 하였다. 이 전시관 뒤편으로 오르면 강릉임해자연휴양림이 나오고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30여 분 오르면 숲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숲속의 산길에선 짙푸른 동해바다의 파도가 눈에 들어왔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며 걷는 산길이다. 쾌방산이라 불리는 삼우봉(339m)에 한 시간 정도면 쉽게 오를 수 있다. 여기선 동해바다의 짙푸른 파도를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삼우봉에서 길고 긴 능선의 산길을 걷게 된다. 평탄한 산길이라 누구라도 쉽게 걸을 수 있는 산길이다. 당집과 183고지를 거쳐 하산을 시작한다. 정동진역 부근이 오늘 산행의 종점이다. 오늘 산행은 모두 3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산길이었다.
 
2. 정동진역과 정동진 해변

오늘 산행 종점에서 5분 거리에 정동진역이 위치한다. 이전에도 이곳을 지나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역사 안쪽 풍광을 보지 못했었다. 이번에 역사 안쪽 기찻길로 들어서니 푸른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오밀조밀한 조각물과 푸른 파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정동진역에서 썬크루즈 리조트를 향하여 모래 해변을 걸었다. 깨끗하고 가는 모래가 발길을 옮길 때마다 부드럽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모래벽에 짙푸른 파도는 밀려왔다 밀려가고 있었다. 바닷바람도 얼굴에 스치며 향긋한 내음을 내고 멀리 사라져갔다.

짙푸른 파도와 가는 모래를 뒤로하고 해변을 따라간다. 해변의 바람을 맞으며 썬크루즈 리조트로 약간의 오르막길을 걷는다. 이 리조트의 너른 주차장 뒤편부터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시작된다.

 

3.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정동심곡’은 정동진의 정동과 심곡항의 심곡에서 따온 말이다. ‘바다부채길’은 정동지역의 ‘부채끝’ 지명에 착안하여 강릉 출신의 소설가 이원순님이 공모전에 응시하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채택되었다고 한다.

이 바다부채길은 2.9km로 짧은 해변길이다. 하지만 바닷가 절벽에 철제 사다리로 해변 길을 만들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고 멀리 수평선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무척 아름다운 길이다. 평일인데도 적지 않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이 바다부채길의 2.9km 전 구간이 아름다운 곳이라 모든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이 바다부채길을 걸어 심곡항에 도착하였다. 우리 산행 팀은 모두 이곳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였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횟집에 들렀다. 한 잔의 소주와 회로 올해 송년 산행을 마감하는 자리를 가졌다.

4. 저물어 가는 2017년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세상엔 이별의 아픔도 있고 만남의 기쁨도 있다. 98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사랑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네’라고 설파하였다. 그가 작년 출간한 「백년을 살아보니」를 읽어보았다. 늙음은 말없이 찾아온다고 한다. 현재 98세인데도 한 주에 두 번 정도의 강연과 저술활동을 하고 계신다. 그의 정력적이고 활발한 활동과 건강을 지향하면서 2017년의 저물어 가는 석양을 맞이하고 싶다.

[김현구 박사의 마음산책]을 이번 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옥고를 보내주신 제주대 김현구 석좌교수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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