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원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원

정상원 한국식품연구원 영양식이연구단 연구원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은 세포나 동물을 대상으로 식품의 질병 예방 효과를 연구해 왔다. 그러나 이는 식품 성분이 특정 작용기전에 의해 질병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정보를 주는 것에 그치고 있으며, 실제 질병이 발생하기까지는 수많은 대사기전을 거치기 때문에 단편적인 연구결과로 식품 섭취와 질병 예방 효과를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구집단 내에서 일상적인 식이 섭취량을 산출하고 질병과의 연관성을 직접 분석하는 연구의 뒷받침이 필요한데, 영양역학 연구가 이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영양역학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식이 섭취와 건강상태의 연관성을 통계 기법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전통적인 영양역학 연구방법은 코호트나 특정 인구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조사대상을 정하고, 이들의 식사 섭취, 건강상태, 신체활동 및 사회적 요인 등을 조사한 후 이 데이터를 통계 기법을 통해 식이 섭취와 질병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것이다.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흔히 접하는 ‘한국 성인이 하루 섭취하는 칼로리 중 탄수화물을 70% 이상 섭취하면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높아진다’와 같은 정보는 영양역학 연구를 통해 산출되는 결과로, 필수 영양소 섭취와 질병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에 필수 영양소를 중심으로 분석하던 관점에서 나아가 식품의 기능성분 섭취와 질병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성인이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을 하루 22.3~24.2㎎ 섭취하면 제2형 당뇨병 위험이 15% 낮아지며,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블루베리를 주 2단위(serving) 이상 섭취하면 위험이 23% 낮아진다고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여자 성인이 플라반 3-올(flavan3-ol)을 하루 47.2㎎ 섭취하면 고혈압 위험이 36% 감소한다고 밝혀진 바 있다. 이와 같은 영양역학 연구결과는 단편적인 실험 연구의 한계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적정 섭취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영양역학 연구를 통한 기능성분 섭취와 질병의 연관성 연구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식품에는 폴리페놀 화합물을 포함한 여러 기능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앞으로 영양역학 연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능성분의 질병 예방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영양역학 연구결과는 개인의 식생활 관리에 있어 의사결정을 하는데 근거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식생활 가이드라인 개발과 같은 정책 방향 설정에도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영양역학을 통해 기능성분 섭취와 질병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필수 영양소 섭취에 초점이 맞춰진 가이드라인을 넘어 기능성분 섭취량에 대한 정보까지 포함한 가이드라인이 개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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