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샐러리맨과 주차
필자가 직장생활을 할 때 1988년 일본의 JEMCO라는 컨설팅회사의 사토료 사장이 저술한 ‘원점에 서다’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책은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고, 일의 목적을 항상 생각해야 낭비가 없다는 현장경영의 원칙론을 여러 가지 일화와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쓴 내용으로 그 당시 기업 혁신활동의 필독서로 인기를 끌었다.

그 책의 첫 번째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어떤 샐러리맨이 꿈에서도 바라던 차를 사기 위해 매달 꼬박꼬박 저금을 하여 마침내 원하던 자가용 승용차를 샀다. 이제 그는 날마다 새 차를 몰고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이만저만 기쁜 일이 아니었다. ---(중략)---
그런데 언제나 회사에 지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회사 근처에 와서 주차할 자리를 찾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이튿날 그는 꼭두새벽에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여느 때와는 달리 길은 텅텅 비어 신나게 차를 몰아 일찌감치 회사 근처 주차장에 와 보니 주차장 역시 텅텅 비어 있는 것이었다. ---(중략)--- 그런데 정작 그 다음이 문제였다. 아직 출근시간이 되려면 두어 시간이 남았고 아침식사도 못했으니 배고픈 것을 참고 길에 서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할 수 없이 그는 가까운 역까지 걸어가서 전철을 타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 아침을 먹고 다시 시간 맞추어 전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했다.”

▲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고, 일의 목적을 항상 생각해야 낭비가 없다.

이 이야기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지만, 일의 본질을 바로 보지 않고 일의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다보면 이와 유사한 일이 일상생활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이를 닦고 아침밥을 먹고 출근하게 되는데, 여기서 이를 닦는 목적을 충치 예방에 둔다면 전날 자기 전에 이를 닦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가볍게 물로 헹군 후 밥을 먹고 이를 닦은 다음에 출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백화점 바겐세일에서 30만 원 이상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경품이 너무 예뻐서 이를 타기 위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십 여 만원을 더 샀는데, 실제로 그 경품의 가치는 만원에 불과하다면 그것이 과연 합리적인 행위였을까?

채용기준은 스펙에서 역량으로
취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취준생들은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종전에는 학벌, 학점, 토익 등 3가지가 기본 스펙이었는데, 최근에는 6개가 더해져 무려 9가지 스펙을 쌓지 않으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다.

그 6가지 추가된 스펙이란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경력, 사회봉사활동, 성형수술 등으로 이 정도를 모두 경험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청년들이 얼마나 취업이 어려우면 그럴까 하는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여기에는 채용을 하는 기업, 기관 등이 잘못된 잣대를 가지고 과당경쟁을 부추겨 온 것도 큰 이유일 것인데,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학벌을 표시하지 않는 쪽으로 정부정책과 사회조류가 바뀌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제 기업 채용의 기준은 단순한 스펙 비교보다는 그 사람의 잠재 역량을 발견하고 평가하는 쪽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지원자의 숨은 역량을 제대로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고, 스펙이란 이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수단에 너무 집착하여 개성이 뚜렷하고 발전성이 많은 숨은 인재를 놓치고 천편일률적인 수재형 인재만을 뽑았던 경우가 많았다는 인사담당자들의 반성을 통해 서서히 채용 면접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고 보인다.

목적인가 수단인가
수년 전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목격했던 일이다. 야외에 편안하고 예쁜 정자까지 만들어 금연구역을 크게 표시하고 있었는데, 바로 뒤편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흡연구역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기업에서 원가절감 하자고 하면서 흔히 저지르기 쉬운 잘못 중의 하나는 복사용지 절감을 너무 엄격하게 시행하는 일이다. 작은 비용이지만 복사용지 한 장이라도 아껴 쓰려는 마음이 우선이라는 근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원가절감 목표로 부여받는 순간 각 부서는 일이 우선인지 용지 절감이 우선이지 모를 정도로 과당경쟁에 접어들기 쉽고 사무효율이 대폭 저하되어 원가절감보다는 사무효율 저하로 인해 생산성이 오히려 저하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지금 하는 일의 목적은 무엇인가?”이며, 수단에 불과한 작은 행위를 목적이나 목표로 착각하는 경우가 없도록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문제의 본질을 빗보지 말고, 초심을 잃지 말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사회 전반에 쌓여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의 해법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그 전단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평생 현역을 추구하는 AND의 의미로 ‘N칼럼니스트’란 퍼스널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CS(고객만족) 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 변화와 인생 다모작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을 하면서 관련 칼럼을 쓰고 강의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끊임없이 해 나가고 있다.

관련기사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