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철
전라남도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사

양호철 전라남도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사(식품학 박사)

김장철이 다가온다. 10년 전만 해도 12월 중순쯤 주말에 김장을 한다고 배추를 절이고 씻느라 추위에 떨었던 생각이 난다. 요즘은 김치냉장고 덕에 11월에 김장을 많이 한다. 누구나 한번쯤 갓 버무린 김장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을 싸서 먹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배추를 절일 때 사용하는 소금, 천일염이 가장 많이 쓰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소금은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 들어가 마지막 종점을 찍고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소금은 설탕과 더불어 거의 공공의 적처럼 되어버렸다.

혈압이 높거나 성인병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가장 흔히 듣는 조언은 ‘짠 음식을 줄여라’라는 말이다. 염분을 줄이고 ‘저염’ 꼬리표를 단 가공식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아예 음식에 소금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기원 전부터 인간과 함께해 온 소금이 그토록 해로운 것이었단 말인가?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NaCl)이다. 그리고 이 성분의 함량이 높을수록 염도가 높다고 표현한다. 엄밀히 말하면 소금이 받는 오해는 이 염화나트륨 때문이다.

사람의 혈액 속에도 염분이 0.9% 정도 들어있고 이 농도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과량의 나트륨이 혈액 내에 들어오게 되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혈액 내 수분 함량을 증가시킨다. 결과적으로 혈관은 팽창할 수밖에 없고 고혈압 상태가 된다.

하지만 세포내액에 함유된 염들의 농도가 높다면 세포외액인 혈액의 염 농도가 조금 높아져도 양쪽의 염 농도를 맞추기 위해 세포 내 수분을 혈액 속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다. 즉 세포내액에 주로 존재하는 미네랄을 섭취하면 상대적으로 고혈압에 대한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을 이론적 근거로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것이 나트륨을 칼륨으로 상당부분 대체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천일염은 83%에 달하는 염화나트륨 외에 평균 17%의 다른 성분들이 있다. 17%에는 10% 정도의 수분이 있고, 남은 7% 정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네랄과 관련이 있다. 실제 미네랄은 2% 정도이지만 이 미네랄과 행동을 같이하는 음이온과 결정수 등이 포함된 7%이다. 이 2% 정도의 미네랄 중 가장 많은 성분은 마그네슘이다. 마그네슘은 세포 내의 삼투압이나 산, 알칼리 균형, 체온 조절, 근육의 자극 감수성을 높이는 작용 등을 하며, 비타민과 칼슘 흡수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이다. 결핍되었을 때는 발육 부진, 눈 떨림, 근육경련, 협심증, 심근경색, 신부전 등이 나타난다.

미네랄은 무기염류라고도 하며 생물체의 구성에 있어서 소량이지만 꼭 필요한 물질이다. 우리 몸에서 비록 3.5% 정도만 차지하지만 생명현상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리나라 천일염에는 앞에서 언급했던 칼륨, 마그네슘 외에 칼슘, 유황, 스트론튬, 철, 아연, 구리, 망간, 리튬 등 수 많은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혹자들은 천일염에 들어있는 미네랄은 적은 양이기에 일반 음식을 통해 섭취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소화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배추에는 100g당 10㎎의 마그네슘이 들어있다. 하루 필요량인 500㎎의 마그네슘을 섭취하고자 할 때 이를 배추로 보충하려면 매일 5㎏을 먹어야 한다. 이 마저도 소화율 100%라는 불가능한 전제 하에서이다.

천일염 50g에는 500㎎ 정도의 마그네슘이 들어있고 소화율도 이론적으론 100%이다. 그렇다고 하루에 천일염을 50g씩 먹을 수는 없다. 천일염의 주성분인 염화나트륨의 과다 섭취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읽고 이해하기에 좀 전문적이고 어려운 얘기였지만 아무튼 천일염의 가치를 말하고자 하였다.

요즘 세계에서 미네랄 함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우리의 천일염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무분별한 외국산 수입에다 과잉생산이 겹쳐 천일염 가격이 폭락하면서다. 자칫 국내 천일염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산지에서 20㎏당 2200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하니 1㎏에 110원 꼴이다. 일반 4인 가구에서 1년 동안 섭취하는 소금의 양이 20㎏이 안되니 염전의 염부들이 힘들게 생산한 천일염 한포 값이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느낌이다.

정부에서는 2008년에 그동안 광물로 취급했던 천일염을 식품으로 전환하였고, 위생적인 천일염 생산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천일염 가격으론 생산원가에도 못미친다. 천일염 생산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은 소비자가 우리 천일염을 좀 더 선호해야겠고, 가장 많은 식용소금을 소비하는 식품회사에서 우리 천일염을 사용해 주어야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므로 현 시점에서는 생산자의 생산량도 줄일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쌀처럼 정부수매 등의 수급대책 시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호주나 맥시코에서 수입되는 천일염은 우리와 제조방법이 달라 미네랄 함량이 거의 없다. 가격은 대량생산이기에 1/10 수준이다. 따라서 천일염이 가장 많이 쓰이는 젓갈이나 절임배추 등 식품에 사용되는 소금의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도 김장을 한다. 김장에 사용할 천일염은 미리 준비해 두었다. 온 가족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담을 김장김치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입가엔 미소가, 입안엔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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