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육명세서 꾸며 보조금 횡령 의혹

김현권 의원, “계약농가 피해 ‘갑질’” 주장

하림, 사조 등이 병아리와 사료 값을 부풀려 정부와 지자체가 농가에 지급하는 AI 살처분 보상금을 가로챘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당초 계약한 연중 병아리 공급원가를 공급 부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다.

12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3월 하림, 올품, 한강, 체리부로, 사조화인코리아, 동우 등은 AI로 인해 기르던 닭을 살처분한 육계 계약농가들이 지자체로부터 받은 살처분 보상금을 농가와 나누면서 마리당 적게는 228원, 많게는 598원까지 들쭉날쭉한 병아리 값을 적용해 몫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가금계열 업체들은 병아리와 사료 생산비 즉, 제조원가 내지는 구매비를 기준으로 살처분한 닭을 기르는데 소요된 원자재 비용만을 살처분 보상금에서 제한다.

그러나 육계협회가 제출한 2014년 살처분 보상금 정산사례 15건 중 육계협회 회원사 병아리 생산원가인 326원보다 정산금액이 낮은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당시 병아리 시세인 500원을 넘어선 사례는 15건 중 6건에 달했다.

김현권 의원은 “가금계열 업체들이 병아리 생산비가 아니라 이윤까지 더한 시세차익을 살처분 보상금에서 챙겼다는 얘기”라며, “이런 사실은 업체들이 생산비, 원가 정도를 몫으로 챙긴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금계열 업체가 생산비 수준에서 당초 정산했던 병아리값을 재정산해 시세에 준하는 높은 값을 적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김현권 의원이 입수한 ‘가금계열 업체의 육계 계약농가 2014년 AI 살처분 보상금 수령 및 정산 현황’에 따르면, 하림과 계약한 A농가는 토종닭 4만1000마리를 입식했다가 2014년 1월 27일 살처분으로 보상금 1억2000만원을 수령하고 병아리비 1989만원, 사료비 6800만원을 뺀 나머지 3212만원을 받았다.

김 의원이 또 다른 경로를 통해 확보한 A농가 사육비 지급명세표에 나타난 당시 병아리 공급단가는 마리당 800원. 이는 앞선 AI 살처분 보상금 수령 및 정산 자료의 단가보다 315원, 실제 하림과 계약한 병아리 단가보다 350원 높다.

김 의원은 “그만큼 하림이 농가가 받은 보상금에서 더 많이 떼어 가겠다고 통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림이 이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하림은 지역소장이 해당 농가가 보상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실제 계약단가인 450원보다 더 높았던 당시 병아리 시세 800원을 적용한 가짜명세서를 제공했다는 것. 실제 하림이 2014년 2월 10일 작성한 사육명세표에는 엿새 전 작성해서 농가에 전달한 사육명세표와 달리 병아리 단가는 450원으로 나와 있다.

김 의원은 그러나 “하림이 농가보상금에서 계열사 몫인 병아리ㆍ사료 값을 정산한 내용을 농가에 통보한 명세서가 살처분 보상금을 더 높이기 위한 근거로 이용했다는 해명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살처분 보상금은 양계협회, 토종닭협회 등이 고시하는 당시 병아리가 아닌 닭 시세를 근거로 책정됐기 때문에 계열사 몫을 정하기 위한 병아리 단가가 직접적인 살처분 보상금액을 정하는 증빙자료로 쓰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연간 병아리값 공급원가를 표준계약서를 통해 명시했음에도 계열사들이 병아리가 모자라 구매해서 공급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계약서상의 공급단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병아리를 공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계약서에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는 것이라며, 말하자면 계열사와 계약농가 간 계약서는 있으나 마나한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같은 시기에 계열사별로 육계 병아리값이 300원대에서 500원대에 이르기까지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은 계열사들이 생산비 수준의 계약가격이 아니라 AI 살처분으로 병아리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틈을 타서 이윤을 포함한 시세를 적용해 농가보상금에서 떼어갔기 때문”이라며, “심지어 계열사들의 농가 살처분 보상금에 대한 병아리 정산가격과 달리, 하림이 해당 농가를 상대로 병아리값을 재정산해서 부풀린 것으로 확인돼 실제 계약농가들의 피해가 더 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육계산업을 대표하는 하림마저 국회의원에게 보고된 계열사 자료와 다르게 병아리값을 더 높여 재정산하는 갑질을 서슴치 않았다면 다른 계열사들의 횡포는 안 봐도 뻔한 일”이라며, “이렇게 교묘하게 계약농가들을 후려친다면 정부가 이번에 어렵사리 마련한 축산계열화 사업분야 불공정행위 근절대책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