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두유 ‘베지밀’ 개발…평생 콩 연구 몰두

▲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국내 최초의 두유 ‘베지밀’을 개발한 정식품 창업주 정재원 명예회장이 10월 9일 별세했다. 향년 100세.

고인은 1964년 아기들의 치유식 개발을 위해 콩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후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하고 현재까지 50년 이상을 콩 연구에 몰두해 왔다.

소아과 의사 재직 당시 모유나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식으로 개발한 두유 ‘베지밀’은 국내 두유의 시초가 됐다.

1917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고인은 홀어머니 아래 어렵게 공부해 19세에 최연소로 의사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937년 명동의 성모병원 소아과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설사와 구토 증세가 심한 갓난 아기를 환자로 받았는데, 약도 주고 죽도 먹이고 주사도 놓았지만 결국 세상을 떴다. 그 후로도 원인 모를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은 계속 생겨났고, 의사로서의 죄책감과 사명감으로 사망 원인을 찾고자 44세에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영국 런던 대학원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UC 메디컬 센터 등에서 5년간 유학생활을 하며 공부하던 끝에 아기들의 사망 원인이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정상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1966년 유당이 없고 3대 영양소가 풍부한 콩을 이용해 만든 선천성 유당불내증 치료식 두유를 개발해 식물성 밀크(Vegetable + Milk)라는 뜻의 ‘베지밀(Vegemil)’로 이름 짓고, 1966년 제1회 발명의 날 대법원장상을 수상했다.

그 후 콩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고인은 국제적으로도 그 공로를 인정 받아 1999년 국제대두학회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두유를 만드는 데 인생을 걸었다”며 한 평생 두유를 연구 개발한 고인은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하고, 1984년 세계 최대 규모와 시설을 갖춘 청주공장을 준공했으며, 1985년에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에 힘썼다.

또, OEM 전문회사 ‘자연과 사람들’을 설립, 경쟁기업들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만든 두유를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고인은 “누구든 공부에 대해 가슴앓이를 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1984년 ‘혜춘장학회’를 설립해 33년간 2350명에게 2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해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0월 12일이다.

정재원 명예회장 주요 약력
1917년 황해도 은율 출생
1937년 의사고시 합격
1937년 성모병원 소아과의사
1946년 서울대병원 소아과의사
1960~1964년 영국런던소아과 대학원, 미국샌프란시스코 UC메디컬센터
1966년 ‘베지밀’ 개발, 발명특허, 제1회 발명의 날 대법원장상
1973년 정식품 창업(신갈공장)
1984년 청주공장 준공, 혜춘장학회 설립
1985년 중앙연구소 준공
1991년 환자용 특수용도식품 ‘그린비아’ 개발
2000년 명예회장 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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