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식품법률연구소 변호사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양파는 식품인가?
70년대 대법원 “가공 없이 그대로 섭취할 수 없는 상태를 식품으로 판단할 수 없다”
지금이라면 당연히 식품…법령 제ㆍ개정 시 사회 현상과 합의 제대로 반영해야

식품위생법에 대한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바로 해당 제품이 ‘식품’인 지 여부다. 우선 식품이어야만 식품위생법에 따라 처벌이나 행정처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1974년 고추씨기름 원유가 식품인 식용유지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다루어졌는데, 당시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식품위생법상 식품이라 함은 객관적으로나 사실상으로 볼 때 사람이 먹을 수 있거나 마실 수 있는 것을 말하므로 정제, 수세, 탈색, 탈취과정을 통하여 가공하지 않는 한 식용으로 쓸 수 없는 고추씨기름 원유는 동법 2조 1항에서 말하는 음식물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고추씨기름 원유를 제조함에는 동법 23조의 소정의 허가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라고 하면서 식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1974.10.15., 72노1377).

대법원에서도 “고추씨기름 원유를 만드는데 불과하고, 더욱이 원유는 식용할 수 없으나 공업용으로 쓰인다면 위 원유 제조에는 식품위생법 소정의 제조허가를 받을 필요 없다”라고 선고했는데(대법원 1975.11.25., 선고 74도3687),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지가 판단의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1979년에는 양파가 식품인 지가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음식물 관념 내지 일반적인 식생활 상황에 비추어서 양파 그 자체가 바로 음식물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양파는 식품위생법 소정의 식품이라 볼 수 없고, 따라서 동법 제23조, 제22조의 영업허가 대상인 식품이 될 수 없다”고 선고했다(대법원 1979.4.24., 79도33).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고추씨기름 원유에 대한 대법원 판단에 비추어 볼 때, 마찬가지로 그대로 섭취가 가능한 지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리 이상할 것은 없어 보인다.

대법원도 판단 이유에서 “원심에 의하면 식품위생법 제23조 제1항, 제22조 소정의 영업허가 대상인 식품이라 함은 위법 제2조 제1항에 의한 모든 음식물을 지칭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보관한 양파는 음식물을 만드는 자료는 될지언정 그 자체를 위 법 소정의 음식물 즉, 식품이라 할 수는 없다 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하고 있는 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음식물 관념 내지 일반적인 식생활 상황에 비추어서 양파 그 자체가 바로 음식물에 해당된다고는 할 수 없다할 것이므로 양파가 식품위생법 제2조 소정의 식품이라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동법 제23조, 제22조의 영업허가 대상인 식품이라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 결론은 타당하다 시인되고, 이와 배치되는 견해에서 양파가 위 법조의 식품임을 전제로 하여 식품위생법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다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 없다”고 하면서 결국 가공 없이 그대로 섭취할 수 없는 상태를 식품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식품위생법 제2조 제1호에서 식품이란 모든 음식물(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은 제외한다)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므로 결국 그 자체로 섭취 가능한 지 여부가 식품인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1970년대 대법원의 판단은 이후 많이 변경되었고, 지금이라면 양파는 당연히 식품으로 인정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법원의 판결조차 시간이 흐르면 판단이 변경될 수 있고, 실제로 소수이긴 하나 변경되는 사례가 있다. 결국 법률이란 그 사회적 합의를 반영하는 것으로 영원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살아 있는 생물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법령을 제ㆍ개정함에 있어 사회 현상과 합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 법률은 형해화(形骸化)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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