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일
한국식품연구원 선임연구원

1만개 레시피 공부해 재료와 조리방법 추천
식품 유해인자 진단에서 예방까지

오승일 한국식품연구원 안전유통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알프스로 유명한 인기 여행국 스위스. 이 나라에 있는 ‘다보스’라는 휴양지에서는 매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기업인ㆍ정치인ㆍ경제학자들이 모여 범세계적 경제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국제적 실천과제를 모색하는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 포럼’이 열린다.

최근 과학기술분야에서 빠짐없이 언급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것도 바로 이 포럼에서부터다. 이 포럼의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정보통신기술이 일상생활 전반에 활용돼 모든 사물들이 거미줄처럼 인간과 연결돼 있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가 이미 시작됐다며, 인간처럼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하며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연산력을 갖춘 인공지능(AI)인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등장을 예고했다. AI를 미래 과학기술을 이끌어갈 키플레이어로 예상한 것이다.

작년 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통해 우리는 AI 기술 발전 수준과 그 성능을 이미 짐작하고 있다. 비경험데이터에 대한 불확실한 예측이라는 기존 머신러닝의 치명적 약점이 새로운 상황을 만들면서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딥러닝 기법을 통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AI가 사회전반에 융합ㆍ적용될 것이라는 당연한 예상과 난제들까지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식품분야로 눈을 돌려본다면, 우리는 이미 AI가 만든 레시피로 로봇이 요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IBM은 다양한 분야에 AI를 낳았다. AI 딥 블루는 1997년 체스 세계 챔피언이 되었고, AI 왓슨은 2011년 퀴즈쇼에서 우승을 하더니, 최근에는 암 치료영역에서 인지컴퓨팅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공하는 닥터 왓슨이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5년에는 셰프 왓슨이 되어 1만개 레시피를 미리 공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다양한 재료와 조리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실제로 이 셰프를 채용한 기업들도 있다.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전자레인지 안에 셰프 왓슨을 채용해 소비자의 음식 취향을 파악해서 새로운 레시피를 추천한다. 다른 셰프도 있다. MIT에서 출산한 AI 픽투레시피(Pic2Recipe)는 이름처럼 음식사진을 보고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추적한 뒤 10가지 다른 방법의 레시피를 제시한다. 유니레버의 식품 브랜드 크노르는 주부가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금 가지고 있는 식재료를 텍스트로 전송하면 AI 요리사가 재료에 적합한 요리법을 제공한다. 이른바 ‘오늘 뭐먹지?’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식품 섭취를 관리하기도 한다. 구글의 AI Im2Calories는 이미지 패턴 인식을 통해 업로드 한 식탁 사진의 칼로리 정보를 알려준다. 국내기업 동원몰의 AI Foody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취향과 구매성향을 분석하고 맞춤형 상품과 연관 레시피를 추천한다. 일본의 기린맥주는 장인에게 의지해왔던 양조와 발효공정을 AI로 대체해 최적의 맛ㆍ향ㆍ색ㆍ알코올 도수를 결정하고, 이를 통해 신상품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있다.

식품분야의 AI는 주로 식재료가 조리ㆍ섭취되는 소비자 단계를 중심으로 듬직하게 자라왔다. 이에 비해 생산ㆍ유통 단계 AI는 이제 청소년 단계라고 생각된다.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획기적으로 또는 그저 그렇게 자랄 것이다. 요즘처럼 매일 뉴스에 식품안전이 오르내리는 이 시점에 AI의 힘을 빌려 식품 유해인자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나아가서는 예방까지 한다면 이것이 바로 스마트한 식품산업이 아닐까. 더 늦기 전에 AI라는 신입직원을 채용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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