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 학습능력 향상ㆍ기억력 개선 효과

이명희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이명희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과 농업연구사

우리집 아침은 아이들이 있는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게 부산스럽게 시작된다. 부지런히 하루를 준비하면서 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꼭 챙기는 것이 있다. “얘들아~ 들기름!”하면, 11살, 7살 아이들이 후다닥 뛰어와 한 숟가락 넙죽 받아먹는다. 들기름이 고소하다며 좋아하는 아이들, 그 고소함 속엔 아이들의 두뇌 발달과 체내 지방산 균형에 도움이 되리라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기름의 주성분은 포화지방산, 올레산, 리놀레산, 알파-리놀렌산이다. 포화지방산과 올레산은 동물체내에서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로부터 만들어지지만, 리놀레산과 알파-리놀렌산은 식물에서 만들어지고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한다.

오메가-9 지방산인 올레산이나 오메가-6 지방산인 리놀레산은 올리브기름, 콩기름, 참기름 등 우리가 평소에 많이 섭취하고 있는 기름에 들어 있지만,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은 우리나라의 들깨, 유럽의 아마, 남미의 치아 등에 함유돼 있다. 이중 가장 많은 함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 들깨이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참치나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에 많은 동물성 오메가-3 지방산인 DHA, EPA의 항염증, 항암, 심혈관 질환 및 치매 예방 등의 효과가 알려졌으나, 들기름의 알파-리놀렌산 효능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통설로만 알려졌던 들기름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밝히고자 부산대 조은주 교수팀과 공동으로 들기름의 학습능력 향상 및 치매 예방 효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인위적으로 기억과 인지능력 손상을 유발한 쥐를 이용해 들기름, 옥수수기름, 올리브기름을 각각 2주간 투여한 후 장ㆍ단기 기억능력과 관련된 행동양상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단기 기억능력을 평가하는 물체인지 및 T-미로 실험에서 들기름을 투여한 쥐의 물체인지 능력과 공간기억 능력이 들기름을 투여하지 않은 쥐보다 각각 13%, 24% 더 높게 나타나 정상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장기 기억능력을 평가하는 수중 미로실험에서도 들기름을 투여한 쥐는 학습된 목적지를 기억하고 도달하는 시간이 가장 빨라, 학습능력 및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가장 우수했다. 또한 들기름을 섭취한 쥐는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노화의 원인이 되는 물질인 지질과산화 생성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들기름의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은 기억력 개선 효과가 동물성 오메가-3 지방산인 EPA, DHA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참고로 EPA와 DHA는 기억력 개선 효과가 있는 기능성 식품으로 등록돼 있다.

‘오메가 다이어트’라는 책의 추천사에 ‘한국인의 축복, 들깨. 한국의 전통식품인 들깨는 오메가-3 지방산을 매우 많이 품고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 두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도 한국인의 뛰어난 지능과 명석함은 들깨 덕분일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농진청은 이제 이 문구를 ‘세계인의 축복, 들깨’로 바꾸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 프리미엄 기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도록 들기름의 품질 표준화와 등급 규격화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더불어 기계 수확이 가능해 누구나 쉽게 재배할 수 있고, 착유량과 리놀렌산이 많은 고품질 들깨 품종 개발을 비롯해 국산 들기름의 원료곡 안정 수급을 위해 가공업체와 연계한 들깨단지화 기술 지원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우리나라 전통 식문화였던 들기름이 우리 가정뿐 아니라 세계인의 건강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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