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한가위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오늘은 산행 대신 그리운 고향을 찾아 성묘하러 가는 날이다. 이미 오래 전 피안의 세계로 가신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산소를 살펴보고 인사를 하는 날이다.

내 고향 금산(錦山)은 이름에서 암시되듯이 비단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나의 어머니가 살아계시던 시절 비단은 귀한 옷감이었다. 손으로 만져보면 부드러운 촉감에 눈이 부신 것처럼 내 고향 금산은 비단처럼 아름다운 산골마을이다.

산골의 맑고 아름다운 고향엔 크나큰 아픔도 있었다. 임진왜란 때 왜군과 싸우다가 장렬히 순절한 700의사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조헌의 의병과 영규의 승병이 합군하여 700인의 의병을 이끌고 금산으로 진격하여 왜군과 혈전을 벌여 전원이 순절하였다. 오래 전 금산군민이 성금을 모아 의총과 종용사를 재건하였고 1970년 국가에서는 기념관과 순의탑 등을 새로이 지어 사적 제105호로 지정하였다.

비단의 산골인 금산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가장 크고 높은 산이 진악산(732m)이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에서도 언제나 바라볼 수 있었다. 하여 오늘날 내가 산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금산은 산과 더불어 금강이 흐르고 있다. 내 어머니가 소녀시절 살았던 곳이 금강 상류인 신촌 마을이다. 이 마을은 산과 강이 잘 어울려 있고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물론 금산은 인삼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내 고장의 자랑으로 칠백의총, 진악산 그리고 금강을 꼽고 싶다. 진악산이야 산을 좋아하지 않으면 직접 체험할 수 없지만 칠백의총과 금강 상류지역은 쉽게 둘러볼 수 있다. 특히 금강 상류지역에선 우리나라 3대 보양식품 중의 하나인 어죽을 맛볼 수 있다. 맑디맑은 금강에서 직접 잡은 피라미와 쏘가리 등으로 어죽을 쑤어 주므로 이곳을 지나칠 기회가 있다면 꼭 먹어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젠 내가 살던 동네로 좁혀보도록 한다. 내가 살던 마을을 중심으로 양쪽에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쪽엔 더욱 더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을 앞쪽엔 작은 들녘이 있고 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초등학교 시절 이 시냇물을 건너야 학교에 갈 수 있었다. 시냇물을 건너 함께 다니던 친구들도 이젠 할머니가 되어 있고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세월의 강물은 흐르고 또 흘렀다. 지난 봄날 진달래꽃이 온 산을 물들였을 때 내가 살던 마을에 갔었다. 온 동네에 꽃향기로 가득하였다. 나는 가슴을 활짝 펴고 꽃향기를 깊게 들여 마셨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에 봄날의 꽃향기로 가득하니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참꽃인 진달래꽃을 따다 꽃 떡을 만들고 어머니는 꽃술을 담았다. 어머니를 따라 외가에 갈 때면 어머니는 늘 맑게 흘러가는 강물을 보면서 저 강물처럼 너의 인생도 흘러갈 것이라고 말씀하곤 하였다.

내 살던 마을에 봄날의 꽃향기로 가득하면
진달래꽃으로 온 산이 붉게 물들고
무덤가 할미꽃은 밝은 모습으로 나를 부른다.

흘러가는 강물은 말없이 여울져 흐르고
강물에 봄빛이 내려 춤을 추면
고요히 잠을 자던 흘러가는 강물이 나를 부른다.
 
붉게 물든 뒷동산과 흘러가는 봄 강물이
기억의 저편으로 강물처럼 흘러가버렸고
꽃향기 가득하던 봄날의 추억이 나를 부른다.

--- 시인 김현구, 꽃향기 가득하던 봄날의 추억 ---
 
마을 뒷동산의 부모님 산소와 조부모님 산소를 둘러보고 한가위를 맞이하여 인사를 드렸다. 뒷동산의 정상에 올라 꽃향기 가득하던 봄날을 추억하였다. 내 고향은 봄날 이외에도 아름다운 계절이 계속되지만 아껴두기로 한다. 식품저널 가족 여러분들도 고향을 찾아 아름다웠던 추억을 더듬어 보기를 바란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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