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우리 주변의 많은 감성노동자들이 상담이나 서비스 등을 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를 잘 이겨내고 해소하려면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유능하다는 믿음, 즉 자존감(자아존중감, self-esteem)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자칫 자존감을 자존심과 혼동하기 쉬운데, 둘 다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지만 자존심이 다른 사람들과 경쟁 속에서 얻어지는 긍정이라면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 자신에 대한 긍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감과 자존심
쓸데없는 자존심은 버리는 것이 좋지만, 자존감이 약해지면 우울해지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므로 심리적 안정과 만족을 위해서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에 “현대카드 전화상담사는 왜 행복할까?”라는 글을 읽었다. 폭언을 일삼는 악성고객이 있을 때 이를 단계적으로 대응하면서 전화를 끊을 수 있는 정책, 즉 엔딩폴리시를 통해 상담원을 보호하는 제도라고 한다. 이 제도를 시행한 후 상담원의 이직율이 반으로 줄었고, 폭언으로 전화가 끊기고 재상담을 요청한 고객의 97%는 정상적인 상담에 성공했다고 한다(출처 : 잡아라잡 블로그). 고객과 상담을 하는 직원 스스로의 마음이 안정되고 자존감을 가지고 있어야만 고객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주고 성공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대학생들의 고민거리는 취업과 진로
필자가 일하고 있는 식품안전상생협회에서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했다. 프로그램은 기업스토리ㆍ현장스토리ㆍ창업스토리에 이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식품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궁금증과 고민거리를 풀어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사전 설문에 응답한 50여명의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 중 첫 번째로 응답한 것은 59%가 취업준비와 관련된 내용이고, 미래 진로 결정에 대한 내용이 29%, 나머지 12%는 학업 방법 등에 대한 고민이었다.

콘서트 강연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적성 파악과 역량에 대한 믿음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것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며, 단지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고민거리가 많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느꼈다.

▲ 자존감이 약해지면 우울해지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므로 심리적 안정과 만족을 위해서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자존감은 가성비의 원리와 같다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 또는 행복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를 공식으로 표현한다면 ‘현재 내가 가진 것÷원하는 것’이 될 것이다. 여기서 원하는 것이란 나 자신이 궁극적으로 가지길 원하는 역량, 재화, 사회적 역할 등이 된다. 결국 원하는 것 대비 가진 것으로 요약되는 자존감의 개념은 가격 대비 성능인 가성비의 개념과 같은 맥락이 되는 것이다.

가격을 줄이고 성능을 최대화 하는 것이 가성비를 좋게 하는 방법이듯이 자존감 또한 쓸데없이 많은 것을 원하지 말고 내가 가진 역량을 극대화하는 길이 바람직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타인과 비교하여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게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그것이 과연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것인지 말이다. 타인에 비해 우월해져야만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 자신의 가치기준에 비추어 만족스럽다면 그것으로 행복한 것이다. 국민소득이 낮고 생활환경이 열악한 방글라데시에 사는 사람들의 자존감과 행복감이 의외로 높다는 것이 이를 반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야 한다
요즘 TV를 켜면 여기저기서 인문학 강의가 활발하다. 인문학이란 인간 본연의 내면세계와 인간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고,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Who am I?(나는 누구인가?)와 How to live?(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있는데, 사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소크라테스의 명언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실제로는 얼마나 어렵고 깊은 뜻이 있는 것인지를 이제야 겨우 추측하게 된다.

우리의 인생은 처음 30년간 성장하고 공부해서 다음 30년간 일하고 가정 꾸려 아이들을 키우게 된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또 하나의 30년이 기다리고 있게 된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부모세대에서는 그리 길지 않았던 앙코르 인생이 주어진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축복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방법 중 하나는 과거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는 일이다. 어렸을 때 하고 싶었고 즐거워했던 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서 가지게 되는 직업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보다는 삶이란 현실의 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려서 글 쓰고 남 앞에서 발표하는 걸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면 작가나 강연자의 소질이 잠재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고 싶었지만 미처 못했던 일을 은퇴 후에 할 수 있다면 매우 행복한 일일 것이다. 청소년들도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제대로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부모들은 이를 위한 많은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고객은 나 자신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게 되지만 의사들도 100% 완벽하게 진단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과학적인 수치로 표현되기 힘든 증세가 있을 때는 나 자신이 가장 잘 느끼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심리상담도 카운슬러가 해답을 주기보다는 피상담자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고 코칭해 주는 방법이 대부분이다. 내가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여 목표를 세우고 이 방향에 몰입하여 노력하는 것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타인과 쓸데없이 비교하거나 너무 빨리 가려고 할 필요도 없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성찰과 관리를 꾸준히 해 나감으로써 가장 중요한 고객인 나 자신의 만족도를 높여 보자.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평생 현역을 추구하는 AND의 의미로 ‘N칼럼니스트’란 퍼스널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CS(고객만족) 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 변화와 인생 다모작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을 하면서 관련 칼럼을 쓰고 강의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끊임없이 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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