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전문가 중심의 식품안전위원회 설립해야

김동수
전라북도생물산업진흥원장

김동수 전라북도생물산업진흥원장

사람은 먹지 않고 살 수 없기 때문에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권리는 시대를 초월하여 보장되어야 한다. 최근에 발생한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 사태를 보면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그리고 정부의 대응에 대해 불신과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국가 차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화된 세심한 식품안전 관리를 해 달라는 요구이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에서조차도 살충제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건강한 식품을 백 번 먹을 것을 강요하는 것보다 건강을 해치는 안전하지 못한 식품을 유통시키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가치 아래 이번 기회에 국민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국가식품관리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식품안전관리체계를 보면 생산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크게 생산, 가공, 유통, 소비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단계별 안전관리 대상은 생산단계에서는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이 그 대상이다. 즉 1차 생산물이다. 가공단계에서는 각종 가공식품, 건강기능성 식품, 식품첨가물, 식품 가공기기 및 용기가 그 대상이다. 유통단계에서는 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식품이 대상이며, 소비단계는 외식, 급식 등 조리식품이 대상이 된다. 사실상 우리가 먹는 모든 식품은 안전관리 대상인 것이다.

이러한 안전대상 품목을 관리하는 안전관리 주체는 정부 각 부처로 나누어져 있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으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기관을 들여다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은 식품안전 연구, 가공식품 안전관리, 식중독 예방 및 식품안전정보 제공, 수입식품 검사, 집단급식소 대상 위생관리 등 실질적인 식품안전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농산물 인증, 원산지 관리 및 안전성 확보,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축산물 등급판정, 이력제 등,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수산물 품질인증, 안정성 조사, 수입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수질 기준 설정 및 먹는물 관리는 환경부, 군납 및 군부대 식품안전 관리는 국방부, 학교급식 위생 및 안전관리 대책 수립은 교육부, 감염병 관리 예방은 질병관리본부, 그 외에도 식의약품, 감염병, 대기, 수질 등의 업무는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식품안전 문제는 대상과 주체에 따라 여러 부처로 나누어 분산돼 있고 일부는 중복되기도 한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도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이원화로 빚어진 사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즉 식품의 생산에서 가공ㆍ유통ㆍ판매 관리 시스템이 두 부처로 이원화돼 혼란을 초래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므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의 일원화를 포함한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독립적인 식품안전관리 행정부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식품안전기준청’ 같은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그래야 식품안전관리의 전문성 강화와 체계 일원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FDA와 유사한 부처 구조로 식품과 의약품 모두 한 부처에서 함께 관리하고 있다. 식품의 유통경로는 원료 생산에서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의약품에 비해 매우 복잡하다. 또한 유통 중 식품은 오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선택방법을 보면 의약품은 소비자에게 유통되기 전 수많은 임상실험을 통해 검증된 것을 승인하여 소비자 구매시에는 전문의사와 약사의 진단과 처방으로 이루어지지만, 식품은 기업이 비교적 자유롭게 생산한 것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함으로써 의약품과 같은 철저한 검증이 없기 때문에 국민을 대신하여 정부 차원의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민간전문가 중심의 식품안전위원회 설립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운영 중인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전문적이고 상시적인 활동 한계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이슈가 되는 식품안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위원회 구성을 보면 정부 부처 장관 9명이 당연직이고 위촉직 10명 중 전문가는 학계 4명 정도다. 따라서 식품안전기본법 개정을 통해 민간전문가 중심의 식품안전위원회 설립 및 독립성을 보장하고 나아가 식품안전관리청과 상호 보완 역할 수행과 민간 위원장이 관련 사항들에 대해 결정하고 이를 정부 관계부처에 권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셋째는 ‘식품완전표시제’ 도입이다. 색소ㆍ보존료ㆍ유화제 등 식품첨가물, 유전자변형식품, 알러지식품 안전과 관련된 식품표시제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해외 선진국을 중심으로 식품표시제 강화 추세, 국민 알권리 보장과 올바른 선택을 위해 식품에 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식품완전표시제 도입은 시대의 흐름이다. 따라서 이번 정부에서는 완전히 추진하기는 어려우나 미리 제도로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식품테러’를 포함한 식품안전사고 위기대응체제 강화가 필요하다. 식품안전사고는 국민이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민감한 분야이며, 빈번하게 발생하는 식중독에서부터 식품을 이용한 테러까지 광범위한 식품안전사고에 대한 위기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식품은 폭탄 같은 무기보다 더 무서운 테러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 식품을 이용한 테러에 대비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수립하고 가상 시나리오에 대비한 훈련이 필요하다.

다섯째 ‘국가식량안보위원회’ 설립이다. 기후변화 및 세계 식량 무기화에 대응이 가능한 국가 식량안보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50% 수준이나 곡물자급률은 20% 수준으로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은 크게 떨어진다. 다양한 식량자급률 설정 및 증대 방안 강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으로 식량 낭비 및 음식물쓰레기 저감을 위한 범국가 차원의 로드맵 구축 및 추진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기존의 농생명산업을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 기술과 접목하여 농축수산업 혁신으로 식량안보 확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장이 가족의 먹거리를 가장 먼저 챙기듯이 국가가 국민의 먹거리를 챙기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덕목이다. 가공식품의 다양화, 수입식품의 범람, 식중독의 빈번한 발생 등으로 인해 국가 차원에서의 더욱 세심한 식품안전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국민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국가식품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이 시스템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상황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건강한 식품 공급 및 식생활 개선을 통해 국민 건강시대를 만들고 우리 국민 중 그 누구도 식량기본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며, 우리의 미래와 후세를 위해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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