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아직 무더위가 물러가지 않았다. 하여 지리산의 남부능선이 더욱 더 멀고도 멀게 느껴졌을 것이다. 무더운 8월의 산행은 많은 땀이 필요하다. 가파른 오르막의 산길을 인내하며 올라야한다. 하지만 많은 땀방울을 흘릴 수 있어 또 한편 시원하기도 하다.
 
오늘의 산행은 지리산의 거림 마을에서 시작하기로 하였다. 대형버스는 마을에 진입하지 못하므로 마을입구에서 산행은 시작되었다. 숲속으로 들어가기 전 10여 분을 뙤약볕을 받으며 걸어가야 한다. 무더운 날씨에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걸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거림 마을을 거쳐 숲속으로 들어가니 숲길이 시작되었다. 계곡엔 맑은 물이 흐르고 산길엔 나무들이 울창하여 따가운 햇살을 막아 주었다. 거림골 계곡을 따라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 약 3시간을 올라가야 한다. 산우들과 과일을 나누고 또 얼음물을 섭취하며 세석평전을 향하여 올랐다.

무더운 8월의 산행은 어렵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다보니 세석평전(1,560m)에 이르렀다. 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짙푸름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짙푸른 숲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이 밀려온다. 나는 짙푸름의 바다를 향하여 숲속의 연가를 부르고 싶다.

 

짙푸름의 숲은 드넓은 바다를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짙푸른 나뭇잎은 출렁이는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나는 그 파도에 올라 타
지리산의 남부능선을 비행하며
숲속의 사랑 노래를 부르고 싶다.

산비탈에 피어난 한 송이 꽃엔 맑은 눈동자를 보내고
숲속의 나뭇가지에 놀러온 이름 모를 산새들엔 맑은 휘파람을 보내며
숲속의 산길을 힘들게 오르는 산객에겐 맑은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짙푸른 출렁이는 파도를 가슴에 가득 담고
세상의 힘든 사람들에 날아가
짙푸른 숲속의 연가를 부르고 싶다.

--- 시인 김현구, 숲속의 연가 ---

나는 숲속의 연가를 부르며 음양수를 거쳐 대성골 계곡을 따라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내려오는 산길도 쉽지 않았다. 멀고 먼 지리산의 남부능선 이었다. 숲속의 연가를 부르던 마음으로 마음을 잡으며 하산지점이 가까워지자 무더운 날씨는 계속되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의신마을로 7시간의 산행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멀고 먼 지리산의 남부능선 이었지만 숲속의 연가를 부를 수 있어 내 생애 행복한 하루로 기록하고 싶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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