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두 터미닉스코리아 R&D센터 선임연구원

가뭄 후에 비가 오면 비행 곤충 극성
해충 방제 관련 프리젠테이션에 필자가 늘 인용하는 오래된 사진이 있다. 얼핏 보면 비행기의 에어쇼 같지만, 실은 지난 1992년 미국을 삼킨 슈퍼 태풍 카트리나로 수해 지역에 발생한 모기와 파리를 항공기로 방제하는 모습이다.

태풍이나 홍수가 지나간 후에 생긴 웅덩이는 곤충의 주요 서식지가 되며, 파리나 모기류의 비행성 해충을 번식시키는 인큐베이터가 된다. 특히 금년처럼 가뭄이 심한 시즌에 작은 비라도 내리면 일주일 후에는 어김없이 불청객이 찾아 든다. 바로 모기, 파리 등 비행성 곤충의 난입이다.

지난 6월 전국적으로 가뭄이 비상이지만, 며칠 비가 내리면서 날파리ㆍ모기ㆍ파리 등 날벌레들이 극성이었다. 가뭄으로 인해 유충의 서식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곤충의 알들이 습기를 만나 급속한 속도로 부화했기 때문이다. 즉, 가뭄은 곤충의 일시적 집단 발생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습기 차단이 해충 방제의 성패 좌우
본격적인 장마의 시작은 해충이 살기 좋은 습도와 온도, 산란처를 제공한다. 해충의 부화나 탄생뿐 아니라, 생명 유지에도 온도와 습도는 필수이다. 해충들에게 습기는 수분을 의미하고, 수분은 음식을 뜻한다.

흔히 바퀴벌레만 하더라도 물만 있으면 다른 먹이원이 없더라도 3개월 이상 활동하는데 제약이 없다. 습기 차단이 해충 방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 각지의 식당과 식품공장에서 문의가 쇄도한다. 바로 날벌레떼와 바퀴벌레들의 천국이 되기 때문이다.

해충의 부화 환경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주방에 바퀴벌레가 들끓어 직원들이 근무를 아예 거부하고 있다고 당장 와서 잡아줄 수 없느냐 하소연하는 식당 주인들이 있는가 하면, 날파리ㆍ모기 때문에 식당 문을 함부로 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날벌레ㆍ파리ㆍ바퀴벌레를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서식지를 찾아내 내부 부화 환경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고, 이들의 유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모기와 파리도 장마 때가 되면 번식이 더욱 빨라진다. 게다가 천적이 생기기도 전에 부화하는 것이니 숲은 물론, 늪지 근처에 위치해 있는 식품 공장이나, 각종 시설은 해충의 습격을 피해 유충의 부화를 철저히 차단시킬 수 있도록 미리 미리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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