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폭염(暴炎)이 지속되고 있고 우리와 반대편에 살고 있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선 하계올림픽이 개막되었다. 세상엔 끔찍한 테러 등 무수히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세상의 강물은 흐르고 계절의 강물도 흐르고 있다. 나는 흘러가는 계절의 강물이라는 배를 타기 위하여 강원도 인제군의 깊고 깊은 숲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숲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면 늘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여름날의 새벽은 언제나 상쾌하다. 깊고 깊은 여름날의 짙푸른 숲속을 연상하며 떠날 준비를 한다. 약간의 새벽밥을 먹고 배낭엔 도시락, 과일 그리고 얼음물을 준비한다. 약간 묵직한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 마음은 언제나 가볍고 편안하다. 여행이라는 선물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오늘 산행은 인제군의 갈천리 마을에서 시작한다. 마을 입구를 거쳐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20여 분을 걸어가야 한다. 따갑게 내려 쪼이는 햇볕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나는 힘을 내어 숲속 입구에 들어섰다. 계곡엔 맑은 물이 흐르고 짙푸른 여름 숲이 하늘을 가려주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가파른 오르막 산길을 올라야 한다.

짙푸른 숲속은 도시보다 무척 시원하였다. 하지만 묵직한 배낭을 메고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지만 나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올라가다 힘이 들면 배낭에서 과일을 꺼내어 산우들과 나누고 힘을 낸다. 올라가다 다시 힘이 들면 얼음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린다. 이렇게 1시간 40분을 올라오니 왕승골 갈림길 정상에 도달하였다.

 

왕승골에서 산우들과 간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가르미골 계곡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 계곡은 산길이 잘 나 있지 앉아서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한다. 산길이 잘 나 있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산객들도 잘 찾지 않는 곳이다. 하여 계곡엔 맑은 물이 힘차게 흐르고 짙푸른 숲속은 여름철의 향기로 가득하였다. 짙푸른 숲속과 맑은 물의 계곡이 주는 선물을 가슴으로 받아드리며 숲속으로의 여행을 계속하였다.

가르미골에서 완전히 하산을 하면 조경동 입구까지 한 시간을 걸어야 한다. 숲길을 따라 걷지만 부분적으로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가야 한다. 평평한 길이지만 햇볕이 가는 길을 힘들게 하였다. 힘든 길을 걸어서 조경동 계곡 입구에 도착하였다.

조경동 계곡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아침가리골 계곡이다. 이곳은 숲이 울창하여 아침나절이 지나면 바로 석양이 드리우므로 아침 조(朝), 밭갈 경(耕)자를 써서 조경동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 계곡은 열목어가 헤엄치는 맑고 청정한 곳으로 3시간을 걸어가야 한다. 계곡의 한 쪽을 걸어가다 물을 건너 계곡의 저쪽 편으로 가야한다. 이렇게 수 십 차례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물을 건너며 계곡 산행을 한다. 물론 물을 건널 땐 등산복과 등산화 그대로 물속으로 뛰어든다.

오늘은 왕승골을 오르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아침가리골 계곡을 트래킹하며 짙푸른 숲속으로의 여행을 떠났다. 숲속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굵은 땀방울을 요구하고 계곡 트래킹은 고향을 생각나게 하였다. 오늘 7시간 30분 동안 숲속의 여행과 오고 가는 버스 속에서 약 8시간을 보냈다. 밤 10시가 넘어 귀가하였지만 마음이 편안하였다. 계절의 강물과 세월의 강물이 내 가슴 속으로 잔잔하게 흐르며 미소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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