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연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식용피, 가소화성 단백질 함량 높고
필수아미노산은 쌀ㆍ보리의 1.5~3배

고지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과 농업연구사

최근 퀴노아, 렌틸콩 등 다양한 수입 곡물들이 식이섬유, 항산화성 등 기능성을 앞세워 슈퍼푸드, 슈퍼곡물로 불리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퀴노아의 경우 수입량이 2013년 연간 12톤에서 2015년에는 186톤으로 15배 이상 증가했으며 다양한 가공식품, 화장품 등의 형태로도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수입산 곡물 못지않은 슈퍼곡물이 있다. 바로 우리가 즐겨먹는 잡곡이다. 잡곡(雜穀)은 쌀 이외의 온갖 곡식을 말하는데, 한자문화권에서 잡곡의 잡(雜)에는 강한 힘을 나타내는 의미가 있어 일본에서는 잡곡을 강소곡(强小穀)이라고도 한다.

잡곡은 균형 잡힌 건강 곡식을 대표적으로 의미하는 통곡물(whole grain)로서 싹이 나는 배아와 효소, 미네랄, 비타민 등이 풍부한 호분층이 남아있는 거친 곡물이다. 잡곡은 단백질 함량이 9~12%로 높고, 아미노산 구성이 양호하며, 비타민B가 풍부하다. 쌀에 비해 식이섬유는 3~10배, 칼슘은 3~5배, 철분은 3배 더 많다. 그 외에도 폴리페놀 및 피트산 등 항산화물질이 많아 콜레스테롤 저하, 당뇨 예방 등 광범위한 효과가 있다.

잡곡의 대표적인 작물에는 조, 기장과 같은 알갱이가 작은 밀렛류와 수수가 있으며 넓게 보면 귀리, 보리 등 맥류와 메밀 등도 포함된다. 이러한 토종 슈퍼곡물은 영양적인 면에서 수입산에 비해 오히려 우수하다는 결과가 알려지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토종 슈퍼곡물 식용피는 논에서 골치 아픈 잡초의 하나인 잡초피와 비슷하면서도 피와는 달리 낟알이 크면서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곡식이다. 조선시대 오곡의 하나였으나, 산업화 이후 쌀 자급정책 확대 속에서 사라진 곡식이다.

식용피는 소립잡곡으로서 영양적 가치가 오롯이 담겨져 있어 가소화성 단백질의 함량이 높고, 특히 필수아미노산은 쌀과 보리에 비해 1.5~3배에 달하며 대표적인 생활습관성 질환의 하나인 당뇨, 콜레스테롤 및 염증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고지방 식이요법으로 2형 당뇨를 일으킨 쥐에 식용피 추출물(600㎎/㎏)을 투여했을 때 투여하지 않은 쥐에 비해 혈액 중 혈당 및 콜레스테롤 함량이 30% 감소했다. 또, LPS(지질다당체)를 주사해 염증을 일으켜 붓도록 만든 쥐에 식용피 추출물 600㎎/㎏ 투여시 22%, 1200㎎/㎏ 투여시 94%의 붓기 감소가 일어나 항염증에도 강한 활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로부터 기력이 달려 보이는 이에게 ‘피죽 한 그릇 못 먹었느냐’는 말을 하곤 했다. 척박한 토양에서 적은 물로도 잘 자라는 피로 끓인 피죽 한 그릇 안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던 영양성분이 담겨 있어 기력을 회복하는 데 충분하다는 말로 재해석 된다.

슈퍼푸드는 우리가 예전부터 먹어왔던, 혹은 잊혀졌던 곡식 속에도 숨겨져 있다. 잡곡은 밥에 넣어 먹는 용도뿐 아니라 죽, 선식, 간식, 차 등 다양한 용도로 섭취할 수 있다. 우리가 맞이한 건강 100세 시대, 입에는 거칠어도 몸에는 이로운 잡곡을 나만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가공해 섭취하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그게 바로 현명한 슈퍼푸드 섭취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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