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7월의 마지막 주말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집중화된 휴가기간이다. 초중고 학생들은 방학기간에도 학원을 많이 찾는데 학원의 방학이 이 한 주간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오늘 오를 공작산은 홍천군에 위치하기에 영동고속도로를 타야한다. 하지만 그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이루고 있어 국도를 이용하여 홍천으로 향하였다.

국도를 이용하여 홍천으로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국도를 이용하는 차량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산악회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도 길을 잘못 들어 두 번이나 차를 돌려야 했다. 늘 우리 산악회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가 오늘 휴가라서 다른 기사 분이 오셨는데 길눈이 어두운건지 본인의 일에 대한 신념이 없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산행은 산행 시작시간이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여름철엔 더욱 더 그렇다. 늦어도 아침 10시 전에는 산행이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 11시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으니 힘든 산행이 예고되었다. 홍천군의 공작재에 11시 5분 전에 도착하여 산행준비를 하고 11시부터 여름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새벽부터 공작재까지 오는 길이 힘들었지만 짙푸른 숲속으로 발걸음을 딛자 힘들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약간의 비가 지나간 후라 여름 숲속의 풋내가 향기롭다. 발길에 부딪치는 흙내음도 가슴으로 밀려온다. 깊고 깊은 숲속의 수많은 나무들과 산길의 풀잎들이 산객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가볍게 해 준다. 나는 숲속에 있을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산길을 걸으며 미래의 나를 그려보는 것을 좋아한다.

공작재에서 1시간 정도 걸어서 공작산(887.4m) 정상에 올랐다. 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푸름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실제 바다보다도 여름산은 짙푸른 파도를 일으킨다. 나에게 날 수 있는 능력을 단 하루만이라도 준다면 짙푸른 파도를 일으키는 이 공작산을 쉬지 않고 날고 싶다. 먼저 깊은 계곡에서 시원한 물줄기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다. 그 다음 5부 및 7부 능선에서 짙푸른 파도를 즐기고 그 다음 공작산 정상을 날고 싶다. 정상을 날며 아름다운 공작산을 스케치하여 그리운 이에게 보내드리고 싶다.

정상에서 길고 긴 능선의 산길을 걸어가야 한다. 수리봉으로 가는 산길엔 밧줄을 잡고 이동해야 하는 산길이 있지만 아름다운 곳이다. 수리봉에서 산을 완전히 내려온 다음 다시 약수봉을 올라야한다. 하절기 무더운 날씨에 산행의 마지막 고비인 약수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힘든 산길이었다.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쉼 없이 흘러내렸다. 나는 이렇게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산행하는 것을 즐기고 좋아한다.

약수봉에서 내려오면 수타사 계곡을 만나게 된다. 시원한 물줄기가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계곡을 「귕소」라고 한다. ‘귕’이란 아름드리 통나무를 파서 만든 소 여물통을 말한다. 「귕소」는 계곡 따라 펼쳐진 바위가 오랜 세월 세찬 물 흐름으로 마치 귕 모양으로 파여져 있어 귕소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오늘 무더위로 힘든 산행이었지만 귕소에 뛰어 들어 굵은 땀방울을 씻어 낼 수 있었다. 한여름과 마찬가지로 한겨울의 산행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극한 환경은 힘들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쾌감은 더욱 더 좋다. 오늘 흘린 굵은 땀방울을 먼 훗날 그리워할 날이 올 것이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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