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발칸 유럽의 긴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평상으로 돌아왔다. 토요일 하루의 산행을 위하여 금요일 저녁부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토요 산행일은 새벽 4부터 일어나 산행준비가 시작된다. 간단한 새벽밥을 조금 먹고 6시면 산악회 버스를 타게 된다.
 
영동고속도로는 언제나 답답하고 막히는 도로이다. 하지만 오늘의 산행지인 오대산을 오르기 위하여 거쳐야만 한다. 산행시작점인 평창의 진고개에 10시에 도착하였다. 숲속으로 들어가는 산길엔 작열하는 태양으로 숨이 막힐 듯하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따가운 햇살로 발길을 어렵게 하지만 숲속으로 들어서면 널따란 초지와 시원한 숲 그늘이 산객을 맞이하여 준다.

오대산 노인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비교적 평탄한 산길이다. 숲속의 초입은 널따란 초지가 조성되어 있고 1243봉까지 완만한 오르막 산길을 오른다. 이 봉우리에서 노인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조금 가파르지만 어렵지 않은 산길이다. 한 시간 남짓 걸어서 노인봉(1338m) 정상에 올랐다. 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짙푸른 산과 산봉우리로 연결되었고 짙푸른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노인봉은 몇 개의 큰 바위덩어리의 봉우리인데 멀리서 보면 노인의 얼굴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론 노인의 얼굴처럼 보이진 않았다. 정상에서 눈부신 짙푸른 파도의 물결을 가슴에 담고 청학동 소금강 쪽으로 향하였다. 오늘의 산행은 오르는 게 짧고 길고 긴 하산 길이 남아있다.

정상에서 한 시간 정도 내려가면 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렇게 무더운 날에 계곡의 물은 반가운 친구가 아닐 수 없다. 계곡의 주변은 10도 정도 온도가 낮기 때문에 이렇게 무더운 날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맑은 물이 흐르는 바위에 앉아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갔다. 너무 차가워서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10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길고 긴 소금강의 하산 길을 걸어야 한다.

노인봉에서 발원한 청학동 소금강이 13㎞ 흘러내리며 폭포, 소(沼)와 담(潭)을 이룬다. 첫 번째 낙영폭포를 만들고 아름다운 백운대, 구곡담, 구룡폭포 등 많은 폭포와 소 그리고 담을 이룬다. 길고 긴 산길에 이렇게 아름다운 계곡이 있어 무더운 날씨를 이겨내고 산행종점인 주차장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오늘 총 14㎞ 거리를 6시간에 주파하였다.

오늘의 산행을 마치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귀가하는 길은 더욱 더 어려웠다. 도로엔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차들이 모여들었는지 주차장을 이루고 있었다. 새벽길에도 4시간이 걸렸는데 돌아오는 길은 5시간이 걸렸다. 오늘 산행을 위하여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여 밤 10시가 되어 집에 돌아왔으니 오늘은 온통 산행을 위하여 나의 모든 것을 바쳤다. 이렇게 하루 동안 한 가지에 바친 것은 인생의 멋진 하루가 되었고 또 내 인생의 멋진 하루를 위하여 고뇌하고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싶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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