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

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

먹거리가 풍요로운 요즈음 추억으로만 떠오르는 “뻔∼” 소리는 배고팠던 시절 동네 골목을 누비던 누에번데기 장수가 외쳤던 말이다. 짭짤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나는 번데기는 당시에 인기가 좋은 길거리 간식이었고, 그 시절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농촌에서는 메뚜기를 잡아 이웃끼리 볶아먹으며 정을 나누고 꿈 이야기도 나누었다. 아마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는 번데기와 메뚜기가 어린 시절 추억이며, 곤충식의 원조로 단백질 공급원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오래전 식량자원이었던 식용곤충은 근대 이후 농축산업과 어업의 발달로 다른 단백질원의 생산이 대량으로 이루어지면서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저 저개발국에서 자연에서 채집, 식용하거나 중국, 태국 등에서 별미식품으로 시장에서 튀김요리로 판매되거나, 가정에서 요리의 재료로 이용되는 것이 전부였다.

세계 인구는 앞으로 30년간 20억 명 이상 증가할 것이며, 이 인구가 소비할 곡물과 육류의 양 역시 상상 이상으로 필요할 것이다. 축산업은 가축분뇨 처리와 질병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어업은 지나친 포획으로 어족자원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가뭄과 홍수, 폭염과 폭설 등이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세계적인 식량문제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머지 않아 세계적으로 다가올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화 ‘인터스텔라’ 줄거리처럼 새로운 행성에서 답을 찾고자 떠나듯 우리도 새로운 곳에서 답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최근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와 북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오래전에 먹었던 식용곤충을 미래의 식량자원으로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는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작은 나라들이 많아 대다수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식량 환경때문에 유럽 대다수 나라는 곤충을 대체 단백질로 활용하는 방안에 일찌감치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곤충을 재료로 하는 레스토랑이나 식품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귀뚜라미를 견과류와 혼합해 에너지바로 만드는 산업 역시 활발하다. 이와 같이 FAO와 많은 선진국에서 미래 식량 부족 문제 해결의 답으로 식용곤충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곤충이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인 큰 선물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곤충은 번식력이 강하고 위생적으로 사육환경을 관리할 수 있는 실내 사육장에서 적은 노동력으로 연중 사육이 가능하다. 영양소도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칼슘, 철분 등이 풍부하고 종에 따라서는 간 보호, 항혈전 등 기능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 식량자원으로의 가치가 높다.

둘째, 곤충은 냉혈동물로서 가축인 항온동물에 비해 체온을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섭취한 사료를 단백질로 전환하는 사료효율이 매우 높다. 육류의 생체 무게 1㎏을 늘리는데 필요한 사료의 양이 소고기 10㎏, 돼지고기 5㎏, 닭고기 2.5㎏인데 비해 귀뚜라미는 1.7㎏이므로 사료비용은 물론 사료 생산을 위한 농경지 면적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셋째, 곤충을 사육하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은 육류를 생산할 때보다 훨씬 적다. 소고기 1㎏을 얻기 위해 필요한 물 소비량은 2만2000~4만3000ℓ이고, 돼지고기는 3500ℓ인 것에 비해 귀뚜라미는 8ℓ정도의 물만 있으면 된다. 따라서 식용곤충을 사육하여 단백질원으로 섭취하는 것은 가뭄 등 물 부족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 곤충 사육은 보통의 축산업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갈색거저리와 귀뚜라미 등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돼지나 소의 1/100 정도이고 이들이 배출하는 암모니아 양 또한 대형동물의 1/10이며 배설하는 분뇨도 매우 적다. 따라서 식용곤충으로부터 얻는 단백질을 ‘저탄소 단백질’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식용곤충과 곤충식품 소재산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안전성과 소비자의 위해성 분야도 식품위생법에 의거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식품원료로 사용이 가능한 식용곤충은 오래전부터 먹어오던 누에번데기, 메뚜기, 백강잠과 지난해에 등록된 갈색거저리 유충(애칭 : 고소애), 쌍별귀뚜라미(쌍별이), 흰점박이꽃무지 유충(꽃벵이), 장수풍뎅이 유충(장수애)을 포함하여 7종이 있다. 특히 새로 등록된 곤충은 농가에서 위생적으로 사육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식용곤충의 사육기준’ 제도를 마련, 운영 중이다.

이들 식용곤충을 이용한 쿠키, 전병, 순대, 빵, 국수, 초콜릿, 아이스크림, 효소제, 음료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ㆍ판매되고 있다. 파스타, 삼계탕, 샐러드, 튀김, 김밥 등 식용곤충 요리도 다양하고 병원에서, 수술 환자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푸딩, 죽 등도 개발돼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식품과 요리가 개발될 전망이다.

이들 제품이나 요리 등을 판매하는 레스토랑, 카페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곤충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친숙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곤충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혐오감, 거부감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이를 해소시킬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소비 대중화를 위한 스타상품 개발도 있어야 한다.

아울러 식용곤충이 세계적인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지구환경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식량자원의 하나로 우리에게 주는 큰 선물임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식용곤충을 재료로 한 제품과 음식들을 동네 인근 마트나 식당에서 쉽게 접하고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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