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살아가는 것도 힘들고 어려운 때가 있지만 산행도 이렇게 무더울 때 힘이 들고 어렵다. 차라리 혹독한 한파 속에선 산에 오르는 것이 쉽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하절기 산행은 이른 새벽 시원할 때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 산행은 산우들과 함께하기로 하였다. 나는 산우들과 만나기 전 아침산책 코스인 여우골 계곡을 걸었다. 언제나 걷는 길이지만 아름다운 언덕길이다. 길섶의 풀잎엔 아침이슬이 맺혀있고 숲속의 짙푸른 나뭇잎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아침 산책길엔 눈에 익은 사람들이 스쳐가고 때로는 새로 온 사람들이 스치고 간다.
 
여우골의 시원한 새벽바람을 마시고 경기대를 거쳐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산우들을 만났다. 나와 세 명의 산우, 이렇게 넷이 오르기로 하였다. 원거리 산행을 함께하던 산우들과 오늘은 광교산을 오른다. 한일타운 뒤편의 산을 오르기 시작하여 첫 번째 봉우리인 헬기장을 향하여 올랐다. 산길이 평탄하고 좋아서 힘이 들지 않지만 무더운 날씨가 발걸음을 어렵게 하고 있다.

 

7부 능선에 이를 즈음 막걸리와 수박으로 목을 축이기로 하였다. 무더위로 많은 땀이 흘러서인지 한 잔의 막걸리와 수박이 달콤하였다. 막걸리를 마시며 산우들은 크고 높은 산보다 오르기가 더 어렵다고들 한다. 설악산과 지리산도 훨훨 날던 산우들이 고도도 낮고 힘들지 않은 산길을 힘들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마음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광교산이 너무 작고 낮기 때문에 대충 다녀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작은 산도 태산이 될 수 있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면 히말라야의 높은 산도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것도 산을 오르는 마음의 자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힘들어 하던 산우들과 힘을 내어 보기로 하였다. 힘을 내어 산길을 오르니 어느새 힘들어 하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헬기장을 거쳐 통신대로 향하는 산길은 가파른 오르막 산길이지만 눈 깜작할 사이에 산정에 올라서고 말았다. 산정에서 쟈스민 총무는 우리 산우의 한 사람인 산너울 대장에게 전화를 하였다. 늦은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하였다.

산너울 대장은 무릎에 문제가 있어 한 달 전에 수술을 하고 요양 중에 있다. 산행을 함께한 네 명과 산너울 대장과 오리백숙으로 점심을 하였다. 이 식당의 사장이 산행을 좋아하여 온갖 약재를 수집하고 판매하기에 많은 약재를 넣은 오리백숙이란 설명을 하였다.

이 세상엔 사는데도 어렵고 복잡하겠지만 산에 오르는 것도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작은 산에 오르는 것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듯이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안톤 체호프는 말했는지 모른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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