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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코 품종의 판매증가와 국내 양돈산업의 관계지속가능성과 다양성 관점에서 본 돼지고기 고급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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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6  16: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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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남 홍성의 성우농장은 버크셔, 듀록, 요크셔 품종을 순종과 교잡종 형태로 사육해 맛과 육질의 차이를 찾아내는 등 소비자의 입맛을 생산단계부터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종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기후와 환경변화에 따라 품종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본고에서는 소비 다양성 관점에서 다양한 품종의 필요성을 돼지고기 고급화 사례를 중심으로 생각해본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품종의 다양성
농업 전문가인 캐리 파울러(Cary Fowler)는 2009년 TED 강연에서 사과의 품종 다양성에 대한 예시를 들었다. 1800년대에는 미국의 농부와 원예사들이 약 7100개의 사과 품종을 재배했지만, 오늘날 그 중 6800여개가 멸종되어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멸종한 6800여개 사과 품종 중 일부는 기후와 환경의 변화로, 혹은 특정 병충해에 약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태되었을 것이고, 나머지 상당수는 경작자들이 생산성이 높은 품종으로 바꾸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으며,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품종에 밀려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산성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 지금의 품종이 앞으로도 여전히 좋을까? 기후 변화에 따라 이제 경북이 더 이상 사과 주산지가 아니며, 충북ㆍ강원도 까지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축수산업을 위해 각국 정부를 중심으로 종자를 보존활동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채소, 원예, 수산, 곡류, 축산 등 농축수산업 전반에서 종자 확보, 개발, 수출 등을 위한 골든 시드 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ㆍGSP)가 2012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인들이 다양한 품종을 심어야 하고, 유통업체에서 다양한 품종을 꼭 취급해야 하는 뚜렷한 유인책이 없다. 장기적이고 모호해 보이는 사회적인 가치를 위해서 모험을 할 수는 없다. 정부의 지원이 있더라도 그 확장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먼저 다양한 품종을 원하게 만드는 방법은 어떨까?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는 돼지고기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품종 다양성과 소비의 다양성
우리나라 돼지고기 소비에서 품종의 다양성은 제주 흑돈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에서 흑돈을 먹어본 사람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수도권 주요 상권에 제주도 흑돈을 판매하는 고기집이 들어서고 슈퍼마켓에도 제주도 흑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1.5~2배를 더 지불하면서 제주도 흑돈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기존 시장에는 생산성이 뛰어난 3원교잡종(LYD : 랜드레이스(L), 요크셔(Y), 듀록(D) 품종을 교배시킨 종) 돼지고기가 대부분이었으나, 버크셔라는 품종이 토착화된 제주 흑돈이 새 품종으로 등장한 것이다.

칼집 삼겹살, 대패 삼겹살 등 삼겹살의 두께나 모양을 변형시켜 식감을 달리하거나 와인 삼겹살, 드라이에이징 삼겹살 등 조리 전 단계의 원재료 처리를 다르게 하는 방법, 솥뚜껑 삼겹살, 연탄 삼겹살 등 조리법의 변형을 꾀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제주 흑돈은 품종을 기반으로 육질과 맛의 차별성으로 소비자를 설득한 첫 사례였다.

최근 수도권 외식업체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스페인 이베리코 품종도 제주 흑돈처럼 생산단계부터 차별화와 브랜드화를 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전에도 수입 냉동육이 많이 있었지만, 대체로 대패 삼겹살이나 샤브샤브용 저가 식재료로 사용되었다. 신선한 냉장육 구이문화가 자리 잡은 육류 소비시장에서 수입 냉동육은 선호되는 식재료는 아니었으나, 이베리코의 접근은 달랐다.

일반 수입육으로 포지셔닝하지 않고 ‘스페인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흑돼지 품종’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되었다. 이베리코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돼지고기와 달리 삼겹살 지방이 매우 두껍다. 그래서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들은 삼겹살을 제외한 다른 부위, 특히 목살 위주로 취급하고 있다.

삼겹살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소비자들은‘이베리코는 원래 그런 품종이니까’라는 시각과 도토리를 먹은 방목 돼지라는 재미난 스토리텔링으로 이베리코를 이해하는 것 같다. 실제 이베리코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아 소비자들은 그 맛의 차이에 가치(가격 차이에 따른 재형적 가치와 이베리코 목살을 선택할 때의 기회비용)를 기꺼이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베리코 품종이 국내 양돈산업에 주는 영향은?
이베리코 품종의 판매 증가가 국내 양돈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부는 수입 돼지고기가 국내산을 대체한다는 우려를 하고 있으나, 실은 이러한 다양성이 시장에서 역동성을 만들어 내고 다양함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이 때 소비자들은 돼지고기에 대한 관여도가 더 높아져 가격 중심의 구매 의사결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순히 저렴한 삼겹살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맞는 육질과 맛, 부위, 브랜드, 품종을 구매하기 위해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축산 농가들의 관심사가 기존 생산성에서 소비자 취향 맞춤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즉, 품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된다.

이에 대응해 일부 축산농가에서 소비자의 다양성 추구 성향에 맞춰 품종에 대한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실례로 홍성 성우농장은 버크셔, 듀록, 요크셔 품종을 순종과 교잡종 형태로 사육해 맛과 육질의 차이를 찾아내는 등 소비자의 입맛을 생산단계부터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듯 최근 이베리코 품종의 열풍과 정부 및 개별 축산농가의 노력이 돼지고기 소비자의 다양성 추구 성향을 더욱 긍정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고, 축산업계에서 다양한 품종과 맛의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동민 서울대학교 푸드 비즈니스랩 선임연구원은 고려대학교 식품공학부를 졸업하고, 농업농촌관련 연구소에서 컨설팅 및 교육 전문가로 일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에서 농식품 산업의 가치창출, 소비자 마케팅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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