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신제품 출시 차질…멀쩡한 포장지 재고 폐기해야 할 판

식약처 늑장 행정에 업계 ‘속앓이’…포장지 변경 물리적 시간 부족

식품산업계가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를 시행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늑장행정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15년 개정돼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식품위생법의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 시행일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으나 구체적인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방법이 나오지 않아 이 법을 적용받는 관련 식품업계들이 신제품 출시를 못하고 있으며, 법 시행 후 기존 포장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등 손실이 불가피해 정부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2년 전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라 세계 최초로 유사상품과 비교 표시하는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가 5월 1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나, 법 시행일이 2달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기준 및 방법’ 제정고시(안)을 내놓은 이후 20일 현재까지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방법 등에 대한 확정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히 여름 성수식품을 내놓을 계획인 면류업체들은 법 시행일을 두달 여 앞두고도 나트륨 표시방법이 고시되지 않아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 제품의 경우에도 법대로라면 지금의 재고 포장지를 폐기할 수밖에 없어 자원 낭비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식품산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포장지를 바꾸려면 표시사항 검토, 디자인, 인쇄 등까지 최소 9~10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아직까지 표시방법이 고시되지 않아 물리적으로 법을 지키기 힘들다”며, “법 시행에 앞서 홍보를 하고 적어도 연말까지는 단속을 유예하는 등 특단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까지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방법이 나오지 않아 5월 19일 법 시행을 앞두고 포장지 인쇄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몇 안 되는 식품포장지 인쇄업체들이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법을 지키지 못해 과태료와 품목제조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최근 “종전 규정에 따라 제작한 포장재를 시행일 이전까지 소진하지 못할 경우 올해 말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식약처에 건의했다.

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법 시행일부터 포장지를 바꾸려 해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며, 당분간 신제품을 내놓기도 어려워 업계의 손실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전가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개정된 식품위생법 제11조의2(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등)는 “식품을 제조ㆍ가공하거나 「수입식품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수입ㆍ판매하는 영업자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동일하거나 유사한 유형의 식품의 나트륨 함량과 비교하여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색상과 모양을 이용하여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제를 담은 개정 식품위생법이 공포되자 식품산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산업계에 부담만 주고 행정력을 낭비하며 실효성도 없는 제도라는 비판을 해왔다. 하지만, 식약처는 개정 식품위생법에 따라 지난해 국수, 냉면, 유탕면류, 햄버거, 샌드위치 등 5개 품목을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대상 식품으로 정했다. 또, 법에서는 ‘소비자들이 알기 쉬운 색상이나 모양’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아직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QR코드(Quick Response code)로도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기준 및 방법 제정고시(안)’을 내놓아 법 취지를 훼손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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