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로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식품 중 조청은 다른 식품의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청은 만드는데 상당한 수준의 기술과 노력이 요구되는 식품이므로 전통 쌀가공식품 중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제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청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전통적으로 이용해왔던 감미료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외국에서 더 뜨거운 쌀시럽 시장
한국의 전통발효식품인 조청은 외국에서는 Brown rice syrup(현미 시럽)이라고 하며, 천연 감미소재로 널리 사용된다. 제조방법도 유사해 외국에서도 쌀로 밥을 지은 후 맥아를 소량 첨가해 발효시켜 만든다. 이렇게 만든 현미시럽은 이당인 maltose가 45%, 삼당인 maltotriose가 52%로 설탕성분이나 포도당 등 단당류가 적기 때문에 당도는 낮은 반면 부드러운 단맛을 가진다.

2015년 8월 미국의 유명한 건강정보사이트 livestrong.com에 게시된 ‘현미시럽이 혈당에 미치는 효과’를 보면 현미시럽은 세계적으로 정제당이나 인공감미료의 좋은 대체재일 뿐만 아니라 많은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감미료로서 현미시럽, 즉 조청의 장점은 약간의 식이섬유와 함께 미네랄, 항산화물질 등이 포함돼 있어 정제된 백설탕보다 더 좋은 천연 감미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미시럽에 포함된 나트륨과 칼륨은 일일섭취권장량의 약 3%를 충당할 수 있는 양으로 외국에서도 조청은 건강에 좋은 당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조청은 혈당지수 GI(Glycemic Index)가 98로 정제설탕(GI=64)은 물론 포도당(GI=96) 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나타내므로 인슐린 분비 조절기능이 약한 사람은 사용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미시럽은 중국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80%를 생산하고 있으며, 양쯔강 유역에 생산업체들이 몰려 있어 양쯔강을 이용한 물류를 통해 많이 수출되고 있다. 중국 외에 미국ㆍ유럽ㆍ아시아 다른 국가에서도 rice syrup(쌀시럽)은 많이 생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한 대체당 사용 트렌드와 글루텐 프리 바람을 타고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미국 최대의 설탕업체 Domino Foods는 최근 중점 사업군에 쌀 관련 소재를 추가하면서 홈페이지에 쌀시럽을 별도로 분리해 게시하고 있다. 2011년 미국 곡물메이저 ADM사는 파키스탄의 쌀전분 및 쌀시럽 생산회사 Habib를 인수하는 등 북미지역의 주요 식품소재기업들이 쌀 관련 소재에 관심을 점점 기울이고 있다.

북미뿐만 아니라 유럽지역에서 쌀소재 사용 움직임도 눈여겨볼만하다. 우선 100년 넘게 유럽 에서 쌀시럽과 쌀전분 등을 생산해온 Beneo Remy사는 2016년 초 미래 제품 전략으로 쌀소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웰빙식품소재를 프로모션했다. 2013년에는 독일의 Fraunhofer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태리, 프랑스, 스위스의 연구기관과 사업회사들이 모여 쌀 관련 소재를 연구하고 사업화하는 국제 컨소시엄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이 글로벌 시장에서 쌀에 관한 연구 및 사업화 동향은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매우 구체적이고 열성적이다.

옥수수 물엿을 대체할 수 있는 쌀엿
국내에서 조청은 그저 떡을 찍어먹는 정도이지만, 해외에서는 식품 원료로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다른 점은 엿기름, 즉 맥아를 당화효소원으로 사용하는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서 쌀 시럽은 효모나 곰팡이에서 추출해 상용화된 당화효소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국내에서도 산업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조청은 α-amylase 등 당화효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쌀엿’이라는 상품명으로 일반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되는 쌀엿은 제과ㆍ제빵에 사용하는데, 옥수수로 만든 물엿보다 점도와 수분 보유력이 낮은 편이므로 하드캔디 등 물성에 민감한 식품에는 100% 대체 사용하기 어렵지만, 그 외 대부분의 식품에서는 물엿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과당(HFCSㆍHigh Fructose Corn Syrup)에 거부감이 있는 북미 시장에서는 음료 등에 꿀, 메이플 시럽, 아가베 시럽 등과 혼용하거나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유명한 요리학교인 르꼬르동 블루 가이드에도 현미시럽은 구우면 조직을 딱딱하게 하므로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현미시럽은 주로 시리얼바, 에너지바 등 당액 에 많이 사용되고, 소스나 마리네이드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알러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어린이나 노약자를 위한 영양식품에 사용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최근 국내시장에서 GMO표시제가 강화되면서 non-GMO 식품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어 옥수수 물엿 대신 non-GMO인 쌀엿을 사용하면 의미있는 시장이 있을 것이다.

남는 쌀, 쌀시럽 만들어 수출하면 ‘유망’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계 식품시장을 들여다보면 우리 전통식품인 줄 알았던 것이 해외에서도 생산,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순대와 소시지가 그렇지만 조청과 현미시럽 역시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 비슷한 용도로 소비되고 있다. 한국에서 전통식품의 틀에 갖혀 조청과 쌀엿은 외국만큼 널리 사용되고 있지 못하지만 기존 관념을 바꿀 경우 폭넓게 사용될 수 있는 소재이다.

요즘 쌀이 남아서 골치인데, 남는 쌀을 쌀시럽으로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면 어떨까? 쌀가루와는 달리 쌀시럽 내 당성분은 물성에 민감한 소재가 아니라서 가격만 맞는다면 충분히 판매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닷컴에 등록된 현미시럽 제품수는 2017년 2월 기준 929개인 것만 보아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정광호 ㈜아이엔비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해태제과 식품연구소와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아이엔비는 미강 등 국산 농산자원 유래의 바이오 소재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