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엔 567개의 섬이 있다. 이 중 연대도와 만지도를 찾기로 하였다. 우리 산악회 버스가 통영으로 들어서자 하얀 목련꽃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고 붉게 핀 진달래꽃이 새봄을 알리고 있었다.

통영의 달아선착장에서 연대도까지는 10분 정도 걸리지만 이곳이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수려한 경관을 보이고 있었다. 이곳에만 100개의 크고 작은 섬이 짙푸른 파도에 박혀있고 바람이 불어오면 바다의 짙푸른 싱그러움을 가슴 속 깊이 마실 수 있어 좋았다.

봉수대와 에코아일랜드
통영의 달아전망대에서 바다에 떠있는 섬을 바라보면 가장 높은 산이 있는 섬이 연대도이다.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왜적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섬의 정상에 봉수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렸다고 해서 연대도(烟臺島)란 이름이 붙여졌고 탄소배출이 제로인 섬이라 에코아일랜드란 애칭도 얻게 되었다.

통영의 달아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 만에 연대도의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무엇보다도 바닷물이 맑게 비치었고 연대봉으로 오르는 산길엔 새봄이 성큼 와 있었다. 파릇파릇 풀포기는 한 뼘 이상 높게 자라있고 마른 나뭇가지에도 아기 손처럼 귀여운 잎사귀를 내밀고 있었다.

산길엔 분홍빛 제비꽃이 피어있고 이름 모를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어제 많은 비가 지나간 후라 상쾌한 흙 내음이 좋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향긋한 흙 내음과 파릇파릇 풀포기에서 배어나오는 맑은 바람을 가슴 속 깊이 들이마셨다.

 

몽돌해변과 출렁다리
연대봉(220.3m) 정상에서 사방을 바라보면 온통 쪽빛바다에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혀있다. 섬과 섬을 다니는 배들이 바람에 따라 출렁거리며 움직이고 내가 서 있는 이 섬엔 싱그러운 봄바람이 찾아와 봄날의 섬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대봉에서 조금 내려와 이 산의 허리를 따라 돌아내려오면 몽돌해변을 만날 수 있다. 검은 빛 몽돌이 반짝이고 있었다. 해변에 가까이 다가서니 바닷바람이 더욱 더 시원하였다. 밀려오는 파도와 몽돌은 하루에도 수 만 번의 만남과 이별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만남과 이별이란 사랑을 통하여 닳고 닳은 몽돌이 태어나고 있었다.

몽돌해변을 뒤로하고 연대도에서 만지도로 넘어가려면 출렁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 다리를 건너니 실제로 출렁출렁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고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만지도로 가는 길은 나무 데크로 정비되어 있어 바닷바람을 쐬면서 걸을 수 있고 만지도(晩地島)는 주변의 다른 섬보다 늦게 주민이 정착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달아전망대와 도다리쑥국
섬에서 달아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통영시가지로 들어서기 전에 달아전망대를 찾았다. 이 전망대에 서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 오늘 다녀왔던 연대봉이 우뚝 높이 솟아 있었다. 오늘 다녀온 연대도와 미륵도, 한산도, 비진도, 매물도, 소매물도를 있는 트레킹 코스를 바다백리길이라고 한다.

봄철에 나오는 쑥으로 끓인 도다리쑥국이 유명하다 하여 동피랑길에 있는 한 음식점을 찾았다. 함께 한 산우들과 함께 도다리쑥국에 소주가 좋다하여 남녘의 봄과 함께 마셔보았다. 인생이란 사랑을 찾아 떠나는 긴 여행이라 하는데 잎새 돋아나는 남녘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잎새 돋아나는 남녘의 섬
내가 살고 있는 수원에도 꽃이 피었다. 춥고 긴 겨울을 보냈기에 봄은 사랑스럽고 찬란한지 모른다. 수원에서도 봄을 느끼기 시작하였지만 잎사귀 돋아나는 남녘의 섬엔 새봄이 성큼 다가와 있다. 밭둑과 산기슭엔 푸른 풀잎들이 바람에 따라 물결치고 있었다.

나는 봄날의 싱그러움을 좋아한다. 비가 지나간 밭두렁 논두렁의 흙 내음을 사랑한다. 남녘의 섬엔 회색빛 나뭇가지에 벌써 푸른 잎사귀가 돋아나 있었다. 또 다시 가고 싶은 섬, 에코아일랜드인 연대도와 만지도엔 남녘의 싱그러운 봄바람이 불고 있었다.

김현구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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